"제조업 기반 한국 경제, 유가 넘어 원부자재·물류까지 영향권"
"체력 회복이 먼저…전쟁 충격 대응엔 업종별 맞춤 지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부와 기업, 협회 등 모두가 더 차분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10대 회장으로 취임한 민동욱 엠씨넥스[097520] 대표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전한 메시지다.
2004년 카메라 모듈 제조기업 엠씨넥스를 설립한 민 회장은 이번 중동 사태를 두고 석유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닌 산업 전반의 원재료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 상승과 원가 부담, 물류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런 시기일수록 속도보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완급을 조절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에도 민생 추경과 비슷한 완충 장치와 기업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민 회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취임 축하드린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린다.
▲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973년 말 발족한 사단법인으로 올해로 53년째를 맞는다. 협회의 존재 이유는 결국 회원사들에 있다. 상장사들이 100개를 넘으면서 상호 소통과 금융 네트워크 내 역할의 필요 속에서 협회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협회의 중요한 역할은 회원사들의 목소리와 정책 개선 필요 사항을 정부, 정책기관, 거래소, 금융당국, 국회, 회계법인 등과 소통하며 전달하는 데 있다.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고 기업 활동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협의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 지난 2월 말 회원총회 취임사에서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언급하셨다. 지금 상장사들이 직면한 주요 불확실성은 무엇인가.
▲ 취임한 이후 한 달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에는 미국·이스라엘·이란 갈등이 지금처럼 격화되기 전이었는데 현재는 전쟁 상황과 향후 확전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다. 이런 산업 구조에서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석유는 이동 수단과 에너지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원재료와 부산물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전기로 돌아가는 공장들의 원가 인상 문제도 있고 석유 부산물에서 나오는 원자재 공급이 막히면 제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도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문제가 민감한 이슈였는데 여기에 중동 전쟁까지 겹치면서 수급과 원부자재 활용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물가 역시 전쟁 후 3%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가 인상률이 높을 때는 금리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미국 역시 금리 동결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럴수록 정부나 기업, 협회 등 모두가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변화와 개혁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대외 충격이 큰 시기에는 속도보다 이 상황이 산업계와 경제계에 어떤 여파를 주는지 먼저 점검하고 완급을 조절하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동 지역의 원유·가스 공급과 물류 안정화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만이 아니라 홍해와 수에즈 운하 쪽 물류까지 불안해지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출을 우회하게 되면 물류 기간이 늘어나고 결국 매출 인식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결국 지금은 기업들이 현금흐름과 수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서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 국제 유가만이 아닌 복합적인 불확실성을 말해주셨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끝난 뒤 상장사들이 다시 성장세에 오르려면 어떤 부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나.
▲ 지금은 큰 변화를 빠르게 밀어붙이기보다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지금 추진하려는 변화가 방향에 맞는지, 또 그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당국, 입안기관, 경제활동 주체들이 함께 이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각종 법규 변화 등으로 기업들의 관리 비용도 늘었다. 이사회나 주총 준비에 드는 비용도 커졌고, 다른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물가 상승,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납기 지연까지 겹칠 수 있다면 지금은 변화보다 그 상황에 맞는 지원과 완급 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추진되는 민생 추경처럼 기업들에도 일시적인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쟁으로 원부자재 수급 문제가 생긴 업종에는 저리 정책자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시적인 법인세 혜택이나 설비투자 지원도 업종별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기업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소통하면서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사람도 아프면 먼저 체력을 회복한 뒤 다음 단계를 도모하지 않나. 지금은 중동 전쟁이 우리 경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 '주총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자주주총회 확대,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공시 시기 조정 등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주주 참여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주총이 특정 시기에 몰리는 것은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월·3월·4월 등으로 분산하는 방향은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도 크다. 많은 상장사가 해외 자회사까지 연결 결산을 해야 하고, 나라별 회계·세법이 달라 결산 자체에 시간이 필요하다. 또 주총 일정이 늦어지면 배당 일정이나 법인세 납부 일정과도 연결된다. 주총 분산의 필요성은 있지만 제도적으로 획일화하기보다 기업별 현실을 감안한 유연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자주총이나 전자투표처럼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한 지원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
-- 유가증권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정 업종이나 대형주 쏠림에 대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나.
▲ 산업의 펀더멘털 중요도에 따라 자금이 몰리는 흐름 자체를 정부나 기관이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 흐름 자체를 나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방산, 자동차처럼 현재 업황이 좋은 업종이 잘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지금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고 경영을 잘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시장이 이를 보다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쏠림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빅테크 중심 현상이 있고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나.
▲ 1년 전만 해도 코스피가 4,000대 중반이었는데, 최근에는 6,000선을 넘기도 했다. 한 번 6,000선을 넘어섰다는 것은 7,000이나 8,000도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본다. 기업들이 열심히 경영 활동을 하고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시너지를 낸다면 충분히 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꼭 새로운 법규를 만드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 친화 제도 도입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기업 경영이 부담스럽지 않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 올해 2분기에 접어들었는데, 남은 한 해와 내년 상장사 실적 전망은 어떻게 보나.
▲ 상반기까지는 예측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장은 전쟁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무역수지를 보면 반도체, 자동차, 일부 특수 산업품이 잘 버텨주고 있어서 아주 크게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하반기는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너무 길게 가기는 어려워 보이는 만큼 다소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진행 중인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상장회사들이 환율과 금리, 원가 변수에 대한 관리와 함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장사 실적도 점차 개선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올해 전체 물가와 성장률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 올해 상장협의 주요 추진 과제와 임기 내 추진하고자 하는 목표는
▲ 협의회는 금년도 사업계획에서 '기업가치 제고 및 지속 성장과 회원사 실무서비스 고도화'를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 도입되는 제도에 대한 영향 분석을 강화하고 혁신 활동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을 건의하겠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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