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예외적 경우만 허용하되 엄격한 잣대"(종합)

입력 2026-04-16 17:54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예외적 경우만 허용하되 엄격한 잣대"(종합)
거래소, 중복상장 심사기준 세부추진안 공개…이르면 7월 시행
"영업 독립성·경영 독립성·투자자 보호로 구분해 종합적 심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김유향 기자 =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발표한 중복상장 제도 개선에 대한 세부 추진방안을 16일 공개했다.
임흥택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이날 금융위와 공동 개최한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원칙적으로 중복 상장을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중복 상장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지배회사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중복 종속회사와 동일 기업 집단의 계열회사로서 수직적 지배 관계에 있는 회사 등 '경제적 동일체'로 인식되는 회사를 대상으로 해 이들의 상장을 심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상장 법인이 물적분할했거나 또는 지주회사 전환 목적으로 인적 분할한 회사를 재상장하는 경우와 함께, 신설·인수한 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중복상장 심사 기준은 영업의 독립성과 경영의 독립성, 투자자의 보호로 구분해 종합적인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가, 자회사의 의사결정 및 지배구조가 독립적인가, 그리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회사 상장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주 소통과 보호 노력을 충실하게 이행하였는가에 대한 부분"을 심사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을 경우 중복상장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회사 중복 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도 부여해 심사받는 중복상장이 모회사의 일반주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중복상장 원칙 금지 방안은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를 상장 제도에도 적용하는 것"이라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거래소는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이달 중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 예고를 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하면 이르면 7월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배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한 채 사업 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이용하면서 일반주주와 이해 상충이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복상장 현황 및 규제 시사점' 발제에서 자회사 기업공개(IPO) 이후 6개월 기준 모회사 주가는 평균 10.81%, 중앙값 16.16% 하락했다고 밝혔다.
상장 심사 청구일∼상장 전일까지는 평균 8.94%, 중앙값 3.61%의 수익률을 보이다가 IPO 이후 주가가 꺾이는 흐름이 파악됐다는 것이다.
이번 분석은 2000∼2024년 자회사 상장 사례 261건을 표본으로, 상장 공시 전후와 상장 이후 6개월까지의 초과수익률과 보유기간수익률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나 교수는 발제문에서 "상장 공시∼상장 전일까지는 양(+)의 주가수익률을, 상장 이후부터는 음(-)의 수익률을 보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이 저하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증시 중복상장 비율은 11.2%로 미국 0.05%, 일본 4.0%, 중국 2.4%, 대만 2.7%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높다.
이 때문에 이날 토론회에서 나 교수는 일반주주 의결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회사 상장 필요성과 주주 보호 수준에 대해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과반 결의를 통해 상장 허용 여부를 판단하거나 상장 심사에 반영하는 방식, 의결 시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투자자와 기업 측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냈다.
기업 측은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 측에서는 과도한 규제 시 자회사 해외 상장 증가와 인수·합병(M&A)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투자자 측은 "중복상장은 지배주주가 낮은 실질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지배력을 갖도록 하고, 이는 지배주주가 비례적 주주환원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연결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계·법조계 측은 "모회사의 지배권이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지배주주 이익만을 위해 쓰이는 경우 그 가치가 절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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