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협 "경쟁력 강화 제약"…벤처 "IPO 통해 자금회수하는 생태계 위축"
"기존 중복상장도 해결이 필요"·"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규제 강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16일 개최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에는 투자자와 기업, 증권사, 벤처캐피탈,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냈다.
이날 쟁점은 제도의 일반주주 보호 실효성과 도입 이후 IPO 및 투자 위축 가능성, 그리고 신규뿐만이 아닌 기존 중복상장에 대한 해소 여부였다.
주제 발표에 나선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규 중복상장에 있어 모회사 일반주주의 과반 결의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나 교수는 자회사 상장 필요성과 주주 보호 수준에 대해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일반주주의 과반 의결 시 예외적으로 허용, 의결 시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모회사 일반주주한테 자회사의 배당이나 현금흐름이 온전히 배달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상장 시점에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는다고 해서 주주가치가 보호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규제는 물적·인적분할 등 기업 구조개편과 경쟁력 강화를 제약할 수 있다며 지배구조 형태와 기업별 상황이 다양한 만큼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처투자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자회사 상장까지 막으면 IPO(기업공개)와 이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벤처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며 "일괄적이고 원칙적인 규제보다 예외와 유예의 방법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은 기업금융(IB) 업계에서 "IPO는 기업 성장과 투자자 이익 공유에 중요한 수단"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의 중복상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과 M&A 회사들은 급격한 정책 변화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제도 적용에 있어 시장별·규모별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중복상장에 대한 해결책 또한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복상장의 원흉은 대기업들의 인적 분할과 지주회사로 전환"이라며 "현재 논의는 신규 중복상장 억제에 집중돼 있지만 기존 중복상장 또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공시 의무화 ▲자회사 상장폐지·합병 시 세제 인센티브 등 자발적 해소에 대한 혜택 ▲자회사 배당의 모회사 주주 환원 의무화 ▲자회사 상장 유지 부담금 부과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중복 상장의 원인 중 하나는 무분별한 IPO도 있었다"면서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상장 이후 실적이 감소한 기업들의 비율이 높은 만큼, 공모시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장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며 주주 보호를 위해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는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의 의결권 박탈과 현금흐름 비효율, 복합기업 할인 등 문제가 발생한다"며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개인투자자인 한서경 부산대학교 투자동아리 회장도 "중복상장은 시장 신뢰의 문제"라고 보고 "밸류에이션 할인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외국인 투자자 유입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지난달 모회사와 더불어 자회사도 상장되는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두 기관은 세미나 등을 통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 이달 중으로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해 개정 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상반기 내 개정 절차를 마무리해 이르면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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