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문판 시집 출간 후 LA에서 처음 해외 팬 만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시는 리듬과 언어의 질감이 포함되는 장르잖아요. 그래서 '읽힌다'는 개념보다는 '느껴진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민하 시인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시가 어떻게 언어 장벽을 넘어 해외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지를 묻는 말에 이같이 명쾌하게 답했다.
이야기의 뼈대가 단단한 소설과 달리 운율과 심상으로 움직이는 시는 번역이 쉽지 않은 문학 형식으로 꼽힌다.
이 시인은 이를 염두에 뒀다며 "(시도) 식물처럼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토양과 기후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원문과 대조해가며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최대한 자유롭게 번역해달라고 했다"고 돌이켰다.
일례로 시집 '환상수족'에 수록된 첫 시 '열리는 문: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나온 찢어진 비둘기, 구름을 쪼며 질주하는 잉크빛 혈관'의 번역 과정을 설명했다.
이 시는 네모난 칸 안에 '文(문)에 기대지 마시오'라는 강렬한 한 줄로 시집을 펼친 독자를 맞이한다.
그는 "문(門)에 기대지 말라는 것을 '글월 문'으로 쓴 중의적인 표현인데 영문으로는 구현이 되지 않는다"며 "영문판에서는 번역가가 조금 길지만 두 문장으로 풀어서 쓰는 방식을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단어 하나를 택할 때도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이 시인은 "특정 색을 가리킨 단어가 있었는데 미국 사회에서는 정치·역사적으로 맥락이 있어서 정서상 예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번역가가 수정을 원했는데 나중에 영문판을 보니 그대로 번역했더라. 고심해서 결국 괜찮겠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환상수족' 속에는 강렬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시가 많이 등장한다.
미술 등 다른 예술 장르와의 협업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온라인에서 '환상수족' 구절을 발췌하고 계속 걸어가는 마네킹 모습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충분히 접점이 있다고 생각되면 즐겁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시인은 이날 한국문학번역원과 LA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한국문학: 사랑과 미래의 언어' 행사에 참여 차 LA를 찾았다. 오는 18일 열리는 LA타임스 도서축제에서 현지 독자도 만날 예정이다.
그는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독자와 만날 기회를 많이 갖지 않았다"며 "영문판이 지난해 나왔는데 상상 속에서만 있던 (해외) 독자를 이제야 만나게 된다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웃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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