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정관 "대미 투자, 日과 속도경쟁 안해…정밀 검토 우선"

입력 2026-04-19 06:00   수정 2026-04-19 08:44

[일문일답] 김정관 "대미 투자, 日과 속도경쟁 안해…정밀 검토 우선"
"호르무즈 해협 이슈와 통상 이슈는 별개…불확실성 철저히 관리할 것"
"싼 게 비지떡, 한 곳에만 원유 의존하던 시대 끝났다…다변화 박차"
"석유 최고가격제, 민생 방파제이자 한시적 조치…중동 정세 안정되면 일몰"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김동규 김나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9일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본과의 속도 경쟁보다는 한국만의 차별화된 산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최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대미 투자 발표에 조급해하기보다 에너지와 조선 등 양국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 분야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프로젝트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의 호르무즈 해협 지원 요청 거부에 불만을 표시하며 통상 보복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걱정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이슈와 통상 이슈는 분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통상의 불확실성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 특사단의 일원으로 카자흐스탄을 직접 방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과거 기업 재직 시절 카자흐스탄 비즈니스를 통해 쌓았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특사 활동에 힘을 보태고자 했다.
카자흐스탄은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다. 적은 물량은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거쳐 빠르게 들여올 수 있고, 대량 물량은 희망봉을 돌아오더라도 55∼60일이면 도착하는데, 이는 미국산 원유 수송 기간과 비슷하다.
-- 세계 각국의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특사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비결은.
▲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진정성이 통했다. 관례적인 정치인 파견이 아니라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인 강훈식 비서실장을 특사로 파견했다. 상대국들도 이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며 한국 정부의 진심을 읽은 것 같다.
두 번째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 덕분이다.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방문국 모두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우리가 오랜 기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서 쌓아온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한국과 손을 잡으면 미래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을 준 것이다. 상대국들이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정부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해준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 연말까지 2억7천300만 배럴을 확보했다.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되는 수준인가.
▲ 4∼5월 물량의 경우 (평시 도입량 대비) 70∼80%를 확보했다. 하지만 전쟁이 당장 내일 끝난다고 해도 수급 체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우리가 중동산 원유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특정 항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경제성 때문에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루트만 고집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빠른 게 다는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수송 루트를 다원화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밀어붙일 계획이다.

-- 과거 트럼프 1기 때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원유를 샀다면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미국산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분위기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도 관련이 있나.
▲ 미국산 경질유는 우리 정유사가 중동산 중질유와 섞어 쓰기에 가장 편한 유종이라고 하더라.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미국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을 떠나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옵션 중의 하나다.
-- 공급망 다변화가 중동 전쟁 이후에도 지속될 장기적인 플랜인가.
▲ 이 정부 내내 가져갈 핵심 키워드다. 과거 여러 번의 중동 전쟁을 겪으면서도 싸고 빨리 가져올 수 있다는 '경제 논리'에 밀려 다변화에 실패했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딱 필요한 만큼만 제때 들여오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공급처를 쪼개는 '저스트 인 케이스'(Just-in-Case) 전략이 필수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맛에 한 곳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민간 기업들도 이미 이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정부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 장관은 4∼5월을 비축유 방출 없이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약속한 비축유 방출 기한(6월 9일)이 다가오는데, 계획에 변동이 있나.
▲ 비축유 방출 없이도 4∼5월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수급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IEA와의 공조는 중요하지만, 물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방출했다가 오히려 원유가 남을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비축유를 푼다는 소식은 국민에게 '원유가 부족하다'는 불안을 줄 수 있다. IEA와의 약속은 존중하되 실제 수급 상황과 시장 시그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판단하겠다.
-- 비축유 방출을 검토할 만큼 우려가 컸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쟁 발발 전인 설 연휴 직후부터 비축유 현장 점검에 나섰고, 전쟁 발발 직후에는 원유와 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가스는 싱가포르 시장 등을 통해 즉각 확보했고, 원유는 두 차례의 신속한 특사단 파견을 통해 안정적 물량을 끌어낼 수 있었다.
자화자찬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다른 나라들보다 한발 앞서 상황을 엄중히 보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사실이다. 끝까지 경각심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겠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한 달이 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 개인적으로는 가격을 건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석유라는 핵심 재화의 특수성과 취약계층의 타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한 달간 정부, 기업, 국민이 고통을 '십시일반' 분담하며 위기를 성숙하게 방어해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걸 '공동체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우리 공동체가 과연 이 위기를 얼마나 성숙하게 극복하는지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 최고가격제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 경제학을 전공하고 기업에 몸담아봐서 잘 안다.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만큼 거슬리는 게 없다. 억지로 가격을 누르면 기업은 공급을 끊거나 품질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해 결국 시장이 왜곡된다. 가격 개입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의 최고가격제는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일 뿐이다. 이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제도를 종료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 보전을 위해 4조2천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있다.
▲ 정부 정책에 협조한 기업이 손실을 보게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도 수많은 위기에서 기업의 협조가 필요할 텐데, 아무런 보장 없이 희생만 강요한다면 어느 기업이 정부를 믿고 따르겠나. 이번 보전은 단순히 이익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 간 신뢰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최고가격제는 치솟는 기름값으로부터 국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민생 방파제'다. 이 제도가 없어 취약계층이 무너졌을 때 발생할 사회적 복구 비용을 고려하면, 지금의 투입액이 오히려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다.
기업이 정부 정책에 협조해서 손실을 보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 있을 무수하게 많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 정부가 기업에 '대승적 희생'을 요구한 관행과 달리 장관은 '기업의 손해 방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 기업에 이익은 책임이자 의무다. 이익을 못 내 고용과 투자, 납세를 못 하는 기업은 결국 사회의 짐이 된다. 소비자를 희생시킨 부당이득은 경계해야 하지만, 기업이 영속하며 일자리를 만드는 바탕인 '적정 이윤'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기업은 경제적 유인에 따라 움직인다. 정부가 정책 목적을 위해 경제성이 낮은 노선을 강요했다면 그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책을 지속할 수 없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한 번쯤 대승적 차원의 희생을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공급망 위기는 한 번의 결단으로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

-- 정부는 나프타 수급이 원활하다는데 현장에선 물량 부족을 호소한다. 괴리의 원인은.
▲ 나프타는 '삼라만상의 근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급망이 길고 복잡하다. 그저께 현장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전에는 일주일 치 재고를 보유했는데, 이제는 한 달 치 재고를 쌓아뒀다'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라. '리플 이펙트(Ripple Effect)'처럼 윗단의 작은 흔들림이 끝단에서는 엄청난 파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각 단계에서 재고를 과하게 쥐고 있으니 정작 물건이 필요한 곳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나프타 공급 자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산업부와 관계부처가 협력해 부족한 품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즉시 메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액제 업체가 품귀로 발을 동동 구를 때, 정부가 공급업체를 즉각 연결해 해결한 사례가 있다.
나프타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시장에 퍼지는 것이 중요하다. 4월만 무사히 넘기면 안정 기조가 확산할 것이며, 전쟁 상황까지 진정된다면 공급망 불안은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희망하고 확신한다.
-- 공급망 내재화 등 장기적인 플랜이 있나
▲ 이번 위기를 겪으며 우리가 언제든 가져올 수 있는 '자원 영토'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만 방식은 달라야 한다. 과거처럼 무리한 직접 개발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 원유는 물론 광물까지 포함해 재무적 투자와 연계한 지분 확보를 통해 우리 영토 밖의 '공급망 영토'를 넓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
-- 대미 투자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어떤가.
▲ 지난번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관세 이슈를 제기했을 때, 한미 관계 전반의 이슈라는 말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대미투자특별법'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이에 대응해 3월 중순까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우리 국회가 여야 합의로 초스피드로 통과시켰다. 미국 측에서도 이례적인 속도에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약속한 '3개월 내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도 법 제정 후 공공기관을 3개월 만에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우리가 6월에 실제로 공사를 출범시킨다면, 미국은 한국이 말로만 협력을 외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나라라는 강력한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예비 검토단을 통해 프로젝트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도 한국이 진정성을 갖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구체적 프로젝트를 밝히긴 어렵지만 핵심은 에너지와 조선 등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의 경우, 양국의 국내 프로세스와 중동 전쟁 등 복잡한 대외 변수가 겹쳐 시기가 조정되고 있을 뿐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개최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관련해서 동맹국들이 역할을 안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려서 여러 걱정이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이슈와 통상 이슈는 분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 통상의 불확실성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

-- 미국은 프로젝트의 빠른 진척을 원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 미국은 서두르고 싶어 하지만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한두 푼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면밀히 검토하고 리뷰할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역시 이러한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한 검토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미국도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과 투자공사 같은 실행 조직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초스피드로 입법을 마쳤고, 6월 출범을 목표로 공사 설립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도 우리의 이런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에너지와 조선 분야는 우리 역시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호흡을 맞춰나가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 일각에서는 일본이 대미 투자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가며 '알짜 프로젝트'를 선점하고, 우리는 남는 것만 챙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일본 프로젝트가 구체화하는 걸 한번 보면 발표한 것하고 실제 프로젝트가 진척되는 속도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발표만 보고 일본과 속도 경쟁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한국 산업만이 가진 포트폴리오 장점이 있는 것이고 일본은 일본 나름의 장점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장점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구체화해서 나가면 되는 것이다.
changyong@yna.co.kr, dkkim@yna.co.kr, nywa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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