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위축 여파…정부 적극장려 속 미사일 엔진 등 진출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제조 강국인 독일이 주력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경기가 침체하자 방위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때 독일의 수출 주도 경제를 이끌었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이 세계적인 수요 침체와 지정학적 위험, 중국의 추격 때문에 수년간 고전하고 있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달 약 1만5천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독일이 한때 지배했던 자동차 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25년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이익이 49% 감소했고, 폭스바겐은 44% 줄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 5만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포르쉐의 영업이익이 98% 감소하는 등 고급 브랜드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정부와 기업은 방위산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장관은 "유럽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하며 그건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탄탄한 안보·방위 산업을 구축하는 것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가동을 중단한 공장들은 이제 유럽의 재무장을 위해 재정비하고 있으며, 해고된 숙련공들은 유일하게 큰 규모로 성장하는 제조업인 방위산업에 재투입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체계에 필요한 부품을 2027년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로 이스라엘 기업들과 대화하고 있다.
다수 기업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탄약을 만들기 위해 근무 조를 추가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만 제조했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곧 독일에서도 생산된다.
유럽의 벤처 캐피털이 방위산업에 투자한 자본의 거의 90%가 독일 기업으로 갔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셰플러의 클라우스 로즌펠드 최고경영자(CEO)는 작년에 설립한 방산 부문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0%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WSJ에 말했다.
이처럼 다른 산업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이 방위산업으로 뛰어든 덕분에 방산 공급망도 더 빠른 속도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인 방산 업체들은 제품 개발 주기가 매우 길고, 생산을 확장하는 데 수년이 걸리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단련된 제조사들은 빠른 속도로 생산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패트리엇 방공체계의 엄청난 수요에도 불구하고 한 해에 요격미사일 620기만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내연기관 전문업체 도이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패트리엇 방공체계에 필요한 동력 엔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인 체계와 장갑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생존을 위해 방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도이치는 방산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경험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베팅을 한 덕분에 다른 여러 자동차 회사와 달리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하지 않았고, 작년에 매출이 15% 증가했다.
방위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환경도 우호적이다.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더 이상 미국에 안보를 의지할 수 없게 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독일과 유럽연합(EU)의 최근 규제 변화 덕분에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이 방위 지출을 2035년 1조 유로(약 1천735조원)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하는 등 각국의 국방 예산 증액도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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