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셸·모리셔스 등 경유국, 영공통과 허가취소…대만 당국자 "中, 경제제재 위협"
中 "하나의 중국 원칙, 국제관계 기본…대만 독립 시도, 멸망 자초"

(요하네스버그·베이징=연합뉴스) 나확진 한종구 특파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아프리카 내 유일한 수교국인 에스와티니를 방문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대만 자유시보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판멍안 대만 총통부 비서장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세이셸,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가 예고 없이 전세기의 상공 통과 허가를 취소했다"며 무산 배경을 설명했다.
판 비서장은 "실제 이유는 중국 당국이 (이들 세 국가에) 경제적 강압을 포함한 강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며 "강압적 수단으로 제3국의 주권적 결정을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은 항공 안전을 훼손하고 국제 규범과 관행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며 지역 현상을 교란하고 대만 국민의 감정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라이 총통을 대신해 에스와티니 국왕 즉위 40주년 행사에 참석할 특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만 보안 당국자는 중국이 "(세 국가에 제공한) 부채 탕감 조치를 철회하고 자금 지원을 중단하며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고 AFP에 말했다.
라이 총통은 페이스북에 국가안보팀의 권고를 받아들여 방문을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어떠한 위협이나 억압도 대만이 세계와 교류하려는 의지를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에스와티니 정부는 라이 총통의 방문 무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차질이 중화민국(대만)과의 오랜 양자 관계의 지위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타바일레 음둘룰리 에스와티니 정부 대변인 대행은 AFP에 "국제 여행 일정은 때때로 당사자들의 통제를 벗어난 다양한 물류적·외교적 고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라이 총통은 군주국인 에스와티니의 음스와티 3세 국왕 즉위 40주년과 58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2∼26일 에스와티니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라이 총통은 대만의 글로벌 전략과 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 비전을 밝히고 대만 존재의 필요불가결함과 중국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논법의 모순을 지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스와티니를 방문한 다른 나라 고위인사와도 교류할 계획이었다.
대만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중국을 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우자오셰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은 "(세이셸,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세 국가는 에스와티니로 가는 핵심 항로에 있다"며 "국제관례에 따라 비행 허가를 확보했음에도 돌연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우즈중 외교부 정무차장(차관 격)도 "해당 국가들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특수한 처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이 다양한 수단으로 타국 내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분명히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의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중국이 양안 교류 조치를 발표한 직후 라이 총통의 해외 방문 일정을 방해한 것은 '양면 전략'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권 민진당 역시 중국의 주권 침해와 지역 질서 훼손에 대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은 중국이 대만의 외교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이번 방문 취소가 정리원 주석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회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세이셸·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 등 3개국과 중국 간 교역 규모는 약 26억3천만 달러(약 3조8천8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다음 달 1일부터 아프리카 53개국에 대해 전면 무관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지만, 대만과 수교한 에스와티니는 유일하게 제외됐다.
중국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관련 국가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위 '대만 총통'이라는 존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신분을 내세워 행동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스스로 치욕을 자초할 뿐"이라고 라이 총통을 겨냥했다.
아울러 "대만 독립 시도는 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를 막는 것(螳臂當車)이고, 반드시 멸망을 자초하게 될 것(自取滅亡)"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한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득도다조 실도과조'(得道多助 失道寡助·도에 맞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고, 도에 어긋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적다)를 인용한 뒤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이자 국제사회의 보편적 공감대라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2024년 5월 취임한 라이 총통의 해외 방문은 그해 11월 미국 하와이와 괌을 경유한 태평양 우방국 방문이 현재까지 유일하다.
아프리카 남부 내륙국으로 스와질란드에서 국호를 바꾼 에스와티니는 현재 대만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12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한 대만 수교국이다.
그 외 대만 수교국은 팔라우, 과테말라, 파라과이, 교황청, 벨리즈, 아이티, 마셜군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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