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고액횡령 입건 등 동일 기준 적용…기업자율성 위축 우려도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에서 내달부터 민영기업 임직원의 직무 관련 부패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공직자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
23일 싱가포르의 중국 일간지 연합조보는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이 최근 '횡령·뇌물 형사사건 적용 법률에 관한 해석'을 공포했다고 보도했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이 사법해석은 민영기업 직원의 뇌물수수·공여, 직무상 횡령, 자금 유용 등에 대해 공직자 범죄와 동일한 정죄·양형 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중국 사법 체계는 민영기업 내부 범죄를 공공 자산 침해가 아니라고 보고, 공직자 범죄보다 2∼5배가량 느슨한 입건 기준을 적용해왔다.
뇌물 수수의 경우 기존 입건 기준은 공직자는 3만위안(약 650만원), 민간기업은 6만위안(약 1천300만원)으로 차이가 컸다.
그러나 이번 해석이 시행되면 민영기업 종사자에게도 공직자와 같은 3만위안이 기준으로 적용된다.
횡령이나 뇌물수수에 대한 '고액'의 기준도 엄격해진다. 민영기업 간부의 횡령액은 기존에는 100만위안(약 2억1천만원)에 달해야 고액으로 간주됐으나, 앞으로는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20만위안(약 4천300만원)만 넘어도 고액으로 보고 중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300만위안(약 6억5천만원) 이상 뇌물수수 시에는 공직자와 동일하게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번 규제 강화는 최근 바이트댄스,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 대형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내부 부패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바이트댄스는 규정 위반 임직원 300여 명을 해고하고 20여 명을 사법기관에 넘겼다. 화웨이 역시 수뢰 혐의를 받는 전직 간부가 구속되는 등 민간 부문 부패는 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중국 민영기업 부패범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민간기업 부패범죄는 직무상 횡령(51.6%)에 집중돼 있고, 전체 사건의 80% 이상이 징역 5년 이하의 비교적 낮은 형량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기업의 준법경영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법무법인 화상의 펑수강 변호사는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사회적 책임도 커져야 한다"며 "대기업의 직무범죄는 자금 규모와 영향이 큰 만큼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주주와 직원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시행 초기 내부 통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기업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영기업 임직원 범죄가 국가 공권력의 청렴성을 해치는 공직 부패와 동일한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지도 법리적 쟁점이 될 수 있다.
베이징의 한 법률 전문가는 연합조보에 "공직자 수뢰는 공공 권력의 불가매수성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민영기업 직원의 수뢰는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신뢰 의무 위반의 문제"라며 "둘의 사회적 위해성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법해석 역시 "사건 처리 시 범죄의 성격, 정황, 후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위해성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해 개별 사건에서의 재량 판단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일선 현장에서의 기계적인 집행과 재량권 남용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복지나 혜택은 국영기업에 못 미치는데, 형벌만 먼저 국영기업 수준에 맞춰졌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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