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휴전 중에도 레바논 남부 마을 '체계적 파괴'

입력 2026-04-23 20:57   수정 2026-04-23 21:12

이스라엘군, 휴전 중에도 레바논 남부 마을 '체계적 파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 남부의 완만한 언덕에 있는 작은 마을 베이트 리프는 언제 이곳에 마을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폐허가 됐다.
한때 수천 명이 거주하던 이곳의 집들은 이스라엘군의 막무가내 철거 작업으로 인해 콘크리트 더미로 변했다.
인근 마을 주민 하산 스웨이단은 23일(현지시간) AP 통신에 "이스라엘군이 마을 광장까지 서서히 부수며 들어오더니, 이제 보이는 것처럼 집이 한 채도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압에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휴전을 받아들이면서 포성은 뜸해졌지만, 이스라엘군은 이후에도 국경 인근 마을과 도시의 주거 지역을 완전하게 부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 마을의 건물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레바논 남부의 마을들이 대부분 베이트 리프처럼 파괴되면서, 레바논 당국과 주민들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사람들이 돌아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과 레바논 관계자들은 보안 문제로 정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으나, 목격자들은 여러 마을에서 주거 지역 전체가 체계적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스웨이단은 "이스라엘군은 불도저와 굴착기, 탱크를 몰고와 마을을 부순다"며 "우리는 매일 언덕에서 마을이 어떻게 부서지는지를 보곤 했는데, 이젠 더 이상 서 있는 집이 없다"고 했다.
UNIFIL의 틸라크 포카렐 대변인은 "휴전 이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마을 파괴를 목격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시설 제거를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라파 등지에서 벌였던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달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국경 인근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접경 마을의 모든 주택을 파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또 그는 가자지구의 라파, 베이트 하눈 등을 벤치마킹 사례로 제시하면서, 작전이 종료되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 내에 보안 구역을 설정하고, 이 지역에 통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북부 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될 때까지 60만 명 이상의 레바논 남부 주민은 리타니 강 이남으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국경 인근 마을을 파괴한 뒤 국경에서 레바논 쪽으로 수 ㎞ 연장된 '전방 방어선' 지도를 발행하고, 이 구역 내 수십 개 마을 주민들에게 당분간 돌아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NNA)는 "이스라엘군의 불도저가 헤즈볼라와 전투가 벌어졌던 카임의 마을과 도로, 기반 시설을 부수고 있었다"며 "도시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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