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EU 이해관계 달라" 목소리도…EU 상호방위조약 구체화 첫발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유럽 지도자들이 중동 사태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대(對)이란 제재 완화 카드까지 논의했지만 이견을 확인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키프로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양보할 의지가 있다면 유럽연합(EU)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며 "(EU 정상회의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U는 지난 1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에 앞장섰다며 테러단체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 3월 이란 당국자·단체 19곳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승인했다. 제재 대상은 EU 여행이 금지되고 역내 자산이 동결된다.
이날 유럽 정상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재개방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어떤 제한이나 통행료 없이 즉각 개방돼야 한다"며 "이는 전 세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EU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아스피데스(Aspides·방패) 임무 등 이미 배치된 해군의 임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국가들의 연합을 가장 빠르게 구성하는 방법은 기존의 임무를 확대하고 필요한 함정과 장비, 역량을 보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불만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스타 의장은 전날 "주요 결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맡기면 EU가 방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해관계가 더 이상 EU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 사실을 EU 지도자들이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EU의 상호방위조약으로 불리는 EU 조약 42조 7항 구체화 논의도 첫발을 뗐다.
EU 조약 42조 7항은 '한 회원국이 무력 침공을 당한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에 따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2015년 파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대원의 공격으로 130명이 숨진 연쇄 테러 당시 발동된 바 있다.
하지만 지원 요청을 받은 EU 회원국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상태다.
EU 정상들은 회원국이 이 조항을 발동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회원국 일부는 이 조항이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 5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나토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모든 회원국이 공동 대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EU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EU 차원에서 EU 조약 42조 7항과 나토 조약 5조가 동시에 발동되는 경우 등을 포함한 시나리오를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인 지난달 2일 이란산 샤헤드 공격을 받아 EU 회원국들에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로 레바논에서 발사된 드론 여러 대가 날아들어 항공기 격납고가 파손됐다. 키프로스는 EU 회원국이지만 나토 회원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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