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벌어진 워싱턴 힐튼호텔, 45년 전 레이건 대통령 피격 장소
미 역대 대통령들 숱한 암살 위기…4명은 서거
트럼프, 회견서 "가장 많은 일 하고, 영향 큰 인물이 표적돼…링컨을 보라"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신재우 기자 =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은 이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로 의심된다.
이번 사건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총 세 차례나 직접적인 총격 위험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24년 7월 13일 대선 후보로서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받은 일이다.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가 연설 무대에서 불과 200∼300 야드(약 183∼274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AR-15 계열 반자동 소총으로 약 8발을 발사했으며, 트럼프 후보는 오른쪽 귀 윗부분에 관통상을 입었다.
귀와 얼굴에 피가 묻은 트럼프 당시 후보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대피하면서도 주먹을 불끈 쥐어 치켜올리는 장면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이 피격 사건은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꺾고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과 두 달 뒤인 같은 해 9월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골프장에서도 암살 시도가 포착됐다.
트럼프 후보가 자기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한 남성이 SKS 계열 소총을 겨눈 것이다.
용의자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는 비밀경호국의 총격을 받고 달아났다가 이후 체포됐다. 그는 12시간가량 골프장 인근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여기에 이날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 사건까지 추가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 사이 세 차례나 총격 시도에 노출된 셈이 됐다.
특히 이번 총격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직접적인 암살 시도로 보인다.
총격범인 콜 토머스 앨런(31)은 산탄총과 권총, 칼 등 여러 무기로 무장하고 만찬 행사장 보안검색대로 돌진하던 중 당국에 제압됐다.
이 과정에서 총격범이 비밀경호국 요원에게 총격을 가했지만, 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총격범이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단독 범행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날 사건이 벌어진 워싱턴 힐튼 호텔은 45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가 발생한 장소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존 힝클리는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총을 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조지워싱턴대 병원에서 수술받은 끝에 목숨을 건졌다.
미국에서는 역사적으로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과 암살 시도가 반복돼 왔다.
1835년 앤드루 잭슨 당시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은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역사상 첫 암살 시도로 꼽힌다.
재임 중 총탄에 사망한 대통령은 4명에 이른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5년 워싱턴 포드 극장에서 남부 출신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은 1881년 정신질환자의 총에 맞아 숨졌고,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은 1901년 무정부주의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를 하던 중 리 하비 오즈월드에게 저격당해 사망했다.
암살 시도도 적지 않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12년 대선 유세 도중 총탄에 가슴을 맞았지만 살아남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총격 위협을 겪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살인마이자 사이비 교주인 찰스 맨슨의 추종자 등에게 2년여간 두 차례나 암살 위협을 겪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사건 발생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왜 이런 일(암살시도 등 신변위협 사건)이 대통령(트럼프)에게 계속 생긴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암살 사건들을 연구해 왔다"며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표적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인물들을 보라"며 "이런 일을 당한 인물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은 일을 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 노리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꺼림칙하지만, 저는 영광스럽게도 많은 일을 해냈다"며 "수년간 조롱거리가 됐던 이 나라를,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로 바꿔놓았다"고 주장한 뒤 "그걸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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