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치족 집단 학살 주도 세력의 핵심 인물로 의심
1심 수사 판사, 증거 불충분하다며 불기소…고등법원서 뒤집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사법당국이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벌어진 집단학살과 관련해 당시 르완다 영부인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라고 결정했다.
파리 고등법원은 6일(현지시간)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르완다 전 대통령의 부인 아가트 하비아리마나(83)에 대한 1심 법원의 불기소 처분을 뒤집고 '집단학살·반인도적 범죄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재개하라고 명령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르완다 내 다수 종족인 후투족 출신의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은 1994년 4월 6일 탑승한 전용기가 격추돼 사망했다. 그 이튿날부터 약 100일간 르완다에서는 소수 투치족과 이에 동조하는 후투족 일부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된 사람만 80만명에 달한다.
역시 후투족 출신인 영부인 아가트는 당시 프랑스군이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동원한 첫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로 건너왔다. 이후 그의 주거비는 프랑스 정부가 부담했다.
아가트는 2004년 프랑스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으나 난민 당국은 그가 대량 학살을 저지른 정권의 핵심이었다고 볼 중대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아가트가 제기한 여러 차례의 이의제기도 모두 기각돼 현재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아가트가 프랑스 망명을 시도하는 사이 국제인권단체들과 피해자인 르완다 민사당사자연합(CPCR) 등 여러 NGO는 그를 상대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장기간 수사를 한 프랑스 검찰은 아가트가 당시 학살을 기획하고 주도했다고 알려진 후투족 강경파 핵심 세력인 '아카주'(Akazu)의 중심인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아가트는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은 정치와 무관한 평범한 가정주부였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8월 1심 수사 판사들은 혐의 입증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과 피해자 측의 이의제기로 사안을 다시 심리한 파리 고등법원은 그러나 검찰의 의견에 동의하며 1심 수사 판사들의 기존 불기소 처분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고등법원은 아가트에 대한 수사가 불충분한 만큼 수사를 재개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CPCR의 알랭 고티에 회장은 "사법부가 마침내 올바른 방향을 되찾았다. 법원이 부당한 1심 결정에 반대해 검찰과 민사 당사자들 편에 섰다"며 "이 사건의 향후 진행 상황을 낙관적으로 기대하지만, 다른 수많은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이 지연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자국 영토 밖에서 저질러진 중대 범죄를 재판할 수 있는 '보편적 관할권' 원칙에 따라 르완다 집단학살에 가담한 인물 여러 명에게 이미 유죄 판결을 내렸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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