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위성사진 분석 "최소 13척서 20억불 상당 2천200만배럴 옮겨"
인니 리아우 제도 해상서 中 선박들에 환적…"이란의 전쟁 자금줄"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속에 이란이 공해상의 유조선들에 실린 원유를 환적 방식으로 중국 등에 팔아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간 위성사진을 분석, 미국의 해상봉쇄 이후 최소 13척의 이란 유조선이 선박간 환적(STS) 방식으로 원유를 판매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TS는 항구에서 하역하지 않고 바다 위에서 다른 선박에 화물을 옮겨 싣는 것으로, 북한 등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밀수 방식이다.
미군은 지난달 13일 대(對)이란 해상봉쇄를 개시한 데 이어 16일 작전 범위를 인도양과 태평양까지 넓힌다고 발표했다. WP가 분석한 위성사진은 16일 이후 촬영분이다.
위성사진에는 유조선 두 척이 선체를 나란히 붙인 모습이 담겼다. 이를 통해 이란의 유조선에서 다른 유조선으로 원유를 환적한다는 설명이다.
환적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인도네시아 리아우 제도 인근 해상이다. 이란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을 지나 이곳에서 다른 유조선과 접선, 원유를 넘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촬영된 유조선 13척 중 6척은 이란 국기를 달았고, 나머지 7척은 국기가 없거나 다른 나라 국기를 달았는데, 모두 이란산 원유를 싣고 있었다고 WP는 선박 데이터업체 케이플러를 인용해 전했다.
이렇게 판매된 원유는 2천200만배럴이며, 현재 시세로 따지면 20억달러(약 2조9천억원) 상당의 전쟁자금이 이란으로 흘러 들어간 결과라고 한다.
해상에서 원유를 넘겨받은 유조선은 대부분 중국 측일 가능성이 크다. 환적 위치도 중국과 이란의 중간인 데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을 구매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WP는 "중국은 큰 할인 가격에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란 정부 예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익을 창출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군의 해상봉쇄로 원유 수출이 대부분 막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해상봉쇄 이후 이란에서 출발한 유조선 등 50척 넘는 선박의 항행 시도가 차단됐다.
다만, 해상봉쇄 전 출발한 유조선들은 여전히 항해 또는 정박 중이다. 지난 2월 초 리아우 제도 인근 해상의 이란산 원유는 9천만배럴이었으며, 현재 4천200만배럴로 줄었다. 절반 넘게 판매한 셈이다.

미군이 지난달 21일과 24일 각각 인도양에서 나포한 티파니호와 머제스틱X호가 해상봉쇄 전 이란을 출발, 선박간 환적을 위해 원유를 싣고 가던 유조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WP는 전했다.
또 미군이 전날 이란 항구로 향하던 하스나호를 향해 발포·불능화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이 유조선은 탱크가 빈 상태였는데, 환적을 마치고 복귀 중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해운정보업체 윈드워드의 미셸 보크만 선임분석가는 "봉쇄가 오래 지속될수록 이란이 중국으로 보낼 수 있는 화물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환적을 통해 판매되는 원유의 대금 결제는 대부분 불투명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일부는 선지급되지만, 유조선이 영해에 들어오거나 항구에 도착한 뒤 결제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재무부는 '경제적 분노' 작전을 전개하면서 최근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수억달러 규모의 가상화폐를 동결하고 연간 수십억달러를 취급하는 이란 환전소들을 제재했다.
이들이 원유 판매 대금으로 가상화폐나 중국 위안화를 받아 군사 자금으로 활용하는 통로를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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