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차단하고 열병식 단촐하게…기세 약해진 푸틴 전승절(종합)

입력 2026-05-10 12:29  

인터넷 차단하고 열병식 단촐하게…기세 약해진 푸틴 전승절(종합)
NYT "러군 전사자 이미 35만명 이상 추정"…주민들 냉담한 반응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러시아 당국이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일시 휴전을 선언하고 제81주년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으나 주민들은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을 넘긴 와중에 종전 협상이 교착되면서 러시아에서만 전사자가 3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소련이 나치 독일의 항복을 끌어냈다고 주장하는 기념일인 전승절 열병식을 개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가 "정당하다"고 강변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가 모든 이에게 와닿지는 않았다고 AFP는 전했다.
변호사 타티야나 트라비나(55)는 "이제 상식을 발휘해 휴전해야 할 때다. 양측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며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진짜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크 이스마일로프(60)는 "전쟁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 너무 많은 죽음을 봐왔고,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주민들의 이런 반응은 이번 전쟁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의 기세가 그만큼 꺾였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통상 전승절에 군사력을 한껏 과시하는 퍼레이드를 벌여왔지만, 올해는 규모를 한층 축소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수도 전역의 보안도 대폭 강화해야 했다.
전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자인한 꼴로 인터넷을 차단당한 러시아 국민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AFP에 따르면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만난 경제학자 엘레나(36)는 "인터넷이 필요한데 먹통이다. 퍼레이드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공개적으로도 모두가 지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퍼레이드 축소 등의 현 상황에 대해 "정부가 취약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의 정치분석가 일리야 그라셴코프는 러시아 엘리트층은 출구전략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전승절 행사 축소가 이번 전쟁에 러시아가 얼마나 취약한 상황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모스크바 중심부조차 장거리를 날아오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서 안전하지 않아 행사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일시 휴전을 타결한 이후에나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악의 전쟁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와 미디어조나를 인용해 러시아군 사망자가 작년 연말까지 35만2천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실명이 확인된 사망자는 약 21만8천명으로, 러시아 상속 기록과 법원에서 확인된 사망 사례까지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 수는 약 35만2천명으로 추산됐다.
이 추산이 맞는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전체 전사자는 약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전승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양측이 합의한 사흘(9∼11일)간의 휴전 기간에 거행됐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지난 4일 전승절 연휴인 8∼9일 휴전을 선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휴전을 통보하면서 전승절의 안전한 개최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도 일방적으로 6일 0시부터 휴전을 선언했고 양측은 서로 휴전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미국이 중재해 온 종전 협상은 교착 상태가 이어지다가 특히 지난 2월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국제사회 중재 노력에서도 밀려난 상태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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