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1분기 영업익 6조에도…"착시효과 오래 못가" 우려

입력 2026-05-17 07:03  

정유4사 1분기 영업익 6조에도…"착시효과 오래 못가" 우려
영업익 50~60%는 재고 관련…"회계 장부상 일시적 효과"
유가 급락 시 재고손실 커지고 정제마진 악화…최고가격제도 부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뒀으나, 이익의 실속과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이 일시적 재고 및 시차 효과로 이어졌으나, 이는 사태 정상화에 따른 유가 하락 시 실적 급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1분기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합산 5조9천635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했다.
각사별 영업익은 SK이노베이션 2조1천622억원, GS칼텍스 1조6천367억원, 에쓰오일 1조2천311억원, HD현대오일뱅크 9천335억원 등이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인 2022년 2분기 합산 7조5천53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정유사는 이 같은 호실적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1분기 증가한 이익 대부분이 장부상으로 존재하는 재고평가 이익과 원료 도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차에 따른 래깅효과 등 '착시효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실제 현금 흐름을 동반하지 않고 회계적 효과에 그친다.
국내 정유사들이 적용하는 재고 평가 방식으로서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유가 상승 시 높아진 원유 가격이 원가에 즉각 반영되지 않고 기존의 저가 재고와 희석된다.
이에 따라 장부상 재고 단가가 시장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재고 평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1분기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약 50~60%가 이 같은 재고 관련 이익으로 파악됐다.
또한 원유 도입가는 전월 유가에 연동되는 비중이 높지만, 석유제품 판매가는 당월 가격에 연동되는 비중이 높다.
이로 인해 유가 상승기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에 도입한 원유가 원가에 반영되는 반면 제품 판매가는 당월 시세를 반영하면서 시차 이익이 생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실적에 대해 "래깅효과와 재고 관련 이익은 회계 장부상 숫자로, 향후 유가 하락 시 줄거나 소멸할 수 있는 일시적 이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호실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줄을 잇는다.
당장 이번 중동 전쟁으로 상승한 유가가 종전 이후 하락하며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2022년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유업계가 합산 12조원이 넘는 영업익을 기록했을 때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후 실적이 급격히 둔화하면서 관련 논의가 동력을 잃은 적도 있다.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에 따른 우회 운송과 수입선 다변화 과정에서 원유 도입비가 상승하고, 고유가 장기화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하고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이는 정유사 수익성 지표로서 석유제품 판매가에 원유 도입가와 비용을 제외한 정제마진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고가격제가 2개월 넘게 이어지는 상황도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는 대규모·고도화 정제 능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경쟁력이 실적 방어 역할을 했으나, 국내에서는 원가 반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기준과 정산 방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보상 규모가 줄어들거나 정산이 지연될 수도 있다.
이런 정책 불확실성은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에도 부담으로 작용, 보수적 경영 기조가 강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실제 수익성 개선보다는 일시적 착시효과가 크다"며 "향후 유가 변동과 비용 상승 등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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