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스마트폰·PC·서버 모든 수요처에 적용돼"
"2030년 AI 시장 8천억~1조4천억달러 전망"
"다만 실제 현금흐름으로 연결은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에서 아시아·태평양 기업을 담당하는 장혜원 이사는 최근 AI(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의 규모는 물론, 재무구조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기업들의 규모(스케일)가 엄청나게 늘었고, 재무구조 개선도 크게 이뤄졌다"며 "과거에는 레버리지 비율 등 재무 관련 지표가 신용등급을 좌우했지만, 지금은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모두 순현금(net cash) 상태라 재무구조 자체는 더 이상 핵심 평가 요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현금구조보다는 사업적 요인과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보는 단계로 나아갔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는 현재의 AI 중심 반도체 호황이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AI의 실제 수익화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오픈AI 같은 유료 AI 서비스는 소비자 대상(B2C) 영역이지만, AI 관련 수요의 상당 부분은 기업 영역(B2B)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며 데이터센터·클라우드·기업용 AI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넘어 AI 기술을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거기서 발생하는 매출이 실제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이사는 최근 피치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언급하며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약 3년이 걸리고, 이후 AI 기반 서비스들이 기업 전반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기까지는 3~5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2030년까지 AI 관련 시장 규모를 약 8천억∼1조4천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 수요가 현실화할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확대 역시 미래 매출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그 매출이 충분히 발생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AI 산업이 구조적으로 안착됐다고 판단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반도체 활황이 과거 메모리 '붐'과 다른 점으로는 훨씬 넓어진 수요 기반을 꼽았다.
그는 과거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등장했을 당시에도 새로운 수요처가 생기며 장기간 업황 개선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에는 기존 PC·스마트폰 시장 위에 서버라는 새로운 수요축이 추가된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AI는 스마트폰·PC·서버 등 기존 모든 수요처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그는 "AI는 기존 수요처 위에 하나가 더 쌓이는 개념"이라며 "수요 기반 자체가 훨씬 넓고 강하기 때문에 메모리 산업 특유의 순환적(cyclical) 속성에도 비교적 장기간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AI 업황 둔화 시에는 삼성전자의 사업 다각화 구조가 방어력이 높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메모리 산업 사이클에 대부분 노출돼 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가전·디스플레이·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산업이 하락 전환했을 때 다른 사업이 이를 일부 상쇄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평가했다.
주주환원 확대 흐름에 대해서는 "기업이 돈을 많이 버는 상황에서 주주환원은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 대비 주주환원 정책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면서도 "앞으로는 선진국 기업들의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피치가 한국 기업을 평가할 때 주목하는 특징으로는 재벌 중심의 지배구조를 언급했다. 장 이사는 "한국은 총수 일가가 그룹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특징적"이라며 "때로는 주주나 채권자 가치 극대화보다 총수 일가에 우호적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를 견제하는 장치들이 많이 개선됐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만으로도 이사회와 의사결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국가 대비 특징적인 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피치 미디어 브리핑에서 장 이사는 삼성전자[005930]의 노조 파업에 대한 시각으로 "파업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우수한 재무 구조 및 다변화되는 사업적 요인들이 있기에 흡수 역량은 충분하다"고 봤다. 다만 "파업의 지속성과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지를 지켜보고 있다"며 "경쟁이 심화된 상태에서 고객 생산 납기 등에 차질이 생기면 시장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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