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원유 수입 의존도 90%에 각산업 타격…비축유 방출 등 비상대책 동원
다카이치 "韓과 에너지안보 강화 협력"…일시적 수급 불균형 공동대응 모색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에너지 공급망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면서 일본의 에너지 수급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비축 강화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 강화, 원유·석유 제품 및 액화천연가스(LNG) 상호 융통, 스와프 거래를 포함한 에너지 안보 강화 협력을 시작하기로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평소 에너지 비축 협력을 통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상대국과 물량을 융통해 위기를 관리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큰 나라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고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에너지 수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은 원유 수입량의 약 90% 이상, LNG의 경우 수입량의 6.3%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데 이번 전쟁 이후 에너지 수입량이 급감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의 원유 수입량은 1천38만㎘로 전년 대비 17% 급감, 198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원유 수입량이 감소하자 일본 여러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일본이 수요의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나프타 수입량이 급감하면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에틸렌 공장들이 생산 감축에 나섰다.
이 밖에도 일본 항공사들은 이달 발권분부터 유류할증료를 2배로 인상키로 했으며 그동안 유류할증료를 적용하지 않던 국내선 항공편에 대해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대체 경로 확보 등 비상 대책을 내놨다.
지난 3월 민간 비축유 15일분 방출을 시작으로 같은 달 26일 국가 비축유 1개월분을 방출했고, 지난 1일에도 국가 비축유 20일분을 추가로 내보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현재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총 233일분이다.
이 밖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중동 지역이나 중앙아시아, 미국 등 대체 수입 경로 확보에 나섰다.
아제르바이잔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일본에 도착했으며 멕시코와도 원유 공급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대체 조달을 점점 늘리면서 비축유 방출을 점점 줄이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속속 일본에 도착하기도 했다.
일본 유조선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달 14일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일본으로 향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과 에너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양국은 일본의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로 최대 총 73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의 소형모듈 원자로(SMR)와 천연가스 발전 시설 건설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중동 정세로 인해 원유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는 10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서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파트너십 '파워 아시아'를 발표했다.
일본은 나프타를 원료로 한 수술용 장갑, 수액 용기 등 물품 수입을 동남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따라서 이번 구상은 이들 국가의 원유 조달을 지원해 일본으로 수출되는 주요 물자의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국과의 에너지 협력은 중동 의존도가 큰 한일 양국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한국도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중동 정세에 따른 타격이 일본보다 작지 않다.
이에 한국도 해외 원유 도입선 다변화 등 여러 노력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다만, 중동 사태 불확실성에 따른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양국의 장기 수급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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