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짜 깃발' 공작 거듭 주장하는 이란

입력 2026-05-20 01:11  

이스라엘 '가짜 깃발' 공작 거듭 주장하는 이란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이 휴전 기간 발생한 공격에 대해 이란에 누명을 씌우려는 이스라엘의 '가짜 깃발' 공작이라는 주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가짜 깃발 공작은 공격이나 테러를 감행한 주체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교묘하게 적대국이나 제3자의 소행처럼 꾸며 전쟁의 명분을 조작하거나 상대를 고립시키는 위장 전술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달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피격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사건과 관련, 18일 기자회견에서 공격 주체에 대해 "우리도 의문"이라면서 가짜 깃발 공작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역내 일부 세력이 지역의 불안정을 고조하기 위해 어떤 조치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을 모든 나라가 알아야 한다"며 "가짜 깃발 공작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되고 이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고 주장했다.
바가이 대변인이 국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이란은 통상 가짜 깃발 공작의 배후를 이스라엘로 지목한다.
17일 발생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드론 공격에 대해서도 이란 측에서 이스라엘의 가짜 깃발 공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가까운 타스님뉴스는 19일 "UAE 국방부는 '17일 서쪽 국경으로 진입한 드론 3대 중 2대를 요격했고 1대는 원전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며 "UAE 국방부가 처음으로 자국으로 진입한 드론의 발사 원점으로 이란을 지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 소식통을 인용해 "UAE 원전을 겨냥한 드론 공격은 이스라엘이 수행했다"며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UAE가 이란과 다른 이슬람 국가들을 상대로 더 부정적 역할을 하도록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UAE를 도발해 이란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바가이 대변인도 UAE 원전 공격의 주체로 이란을 지목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 대해 엑스를 통해 "UAE조차 그 주체를 공식적으로 이란으로 돌리지 않는다"며 "가짜 깃발 전술로 추정되는 공작이 발생했는데도 '국제법', '지역 안보'라는 엄숙한 언어를 들고나온다"고 비판했다.

이란의 이같은 주장은 일단 현재 6주째 이어지는 휴전을 먼저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합의 위반자'로 규정, 누명을 씌워 고립하려 한다고 반박하면서 자신을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상대라고 자처한 것이다.
HMM 나무호 피격과 관련, 한국 정부가 공격 주체로 이란에 무게를 두고 사실관계의 확인을 강력히 요구하자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작일 수 있다고 반론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추가 조사로 공격 주체를 공식 확정하기 전 방어막을 친 셈이다.
이란 정부와 군부는 그간 '적'인 미국,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자신들의 허가 없이 통과할 때 물리력으로 차단하겠다고 한 만큼 한국 선박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처지가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또 3월 말과 4월 초 이스라엘이 이란 부셰르 원전을 공격하자 위험천만한 비인도적 테러 행위라고 강하게 규탄하면서 국제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이를 중단시켜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UAE 원전 공격의 주체로 자신이 지목된다면 논리의 일관성과 명분을 상실하게 된다.
이란 언론에서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복제해 사용한다고 보도했던 점도 가짜 깃발 공작 주장과 연결해 주목할 만하다.
한국, UAE 등 피해 국가가 이란을 공격 주체로 공식화했을 때 이스라엘이 복제 드론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출구가 될 수 있어서다.
2019년 5월에도 오만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UAE, 노르웨이 선적의 유조선 4척이 폭발물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란은 "이스라엘의 장난"이라고 반박했다. 피해 국가들은 결국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못한 채 "국가 행위자(State Actor)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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