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설계가 필요한가요?”…국민대 이의용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

입력 2017-06-14 17:08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강민정 대학생 기자] 전공이 자기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생이 얼마나 될까. 한 조사에서 전공이 맞지 않는다고 답한 대학생이 70%를 넘는다는 통계가 있었다. 이는 자신에 대해 깊이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닐까. 

국민대에는 신입생이라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교양과목이 있다. 바로 ‘인생설계와 진로(인설진)’다. 학생의 미래를 준비하게 돕는 수업인 ‘인생설계와 진로’ 과목 개발자 이의용 교수를 직접 만나봤다.

27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50대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들었다. 왜 다시 공부를 시작했나?

학교 다닐 때 몇 가지 꿈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교수가 되어 젊은이들이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최종 목적지는 한 곳이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가지다. 직선 길로 갈 수도 있고 멀리 돌아서 갈 수도 있다. 몇 과정을 점프할 수도 있고 일일이 한 과정씩 거쳐야 할 수도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난 멀리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거북이처럼 성실하게 최종 목적지를 향해 걸어왔다.



‘인생설계와 진로’라는 과목은 어떤 과목이고,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가?

‘인생설계와 진로’는 내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인, 2003년에 모교인 국민대에 제안해서 만든 과목이다.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학문은 교수들이 잘 가르쳐 주지만, 사회생활에 대한 준비는 교수들이 돕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나 같은 선배 직장인이,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에 사회생활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으로 제안하게 되었다. 

10여 년 동안 수업을 계속해오면서 학생들의 요구가 많아지자 학교 측에서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운영을 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신입생 필수 과목이 되었다. 현재 다른 대학들이 인설진 과목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과목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인설진 수업은 대학 신입생들이 정체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고, 미래의 비전과 직업을 탐색하는 과목이다. 매 시간 과제를 모아 한 권의 인생설계도를 만드는 과목이다. 2학점인데 30분 정도 교수가 수업 내용을 설명해주고, 나머지 시간에는 팀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교양교과목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신입생들의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는 점에서 수업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교수법이 있나?

기업에 있을 때 회사 내에서 연수원 강의도 하고 다른 기업과 여러 대학에도 강의를 나갔었다. 그래서 강의하는 방법이나 수업을 잘 하는 방법에 있어서 일찍 눈을 떴다. 강의를 하다 보니 대학교의 수업 방식이 고등학교 수업과 같이 수동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보였다. 

만약,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의 방식을 고치면 교수에게도 좋지만 학생에게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수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름대로 교수법 이론을 정리하고 연구했다. 몇 권의 저서를 냈고, 지난 25년 동안 5000명 정도의 교수들에게 교수법을 강의해왔다.

수업은 두 가지가 중요하다. ‘어떤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인가(수업 내용)’와 ‘어떤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교수 방법)’이다. 우리나라 수업에서는 수업 내용은 어떤지 몰라도 교수 방법은 상당히 후진적이다. 학생들의 학습방법도 마찬가지다. 입시 준비 때문이다. 그래서 인설진 수업은 교수방법과 학습방법이 전통적인 수업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 있다. 

인설진 수업은 교수의 강의를 과감히 줄이고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학생들끼리 소통하며 진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생들이 주도하고 교수가 그걸 돕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고 미래형 수업이다. 말하자면 ‘Teaching’이 아니라 ‘Coaching’이 돼야 한다. 이런 방식의 수업이 우리나라에 많이 확산되어야 한다.



▲ 학생들이 강의시간에 만든 ‘10년 후 나의 명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설진 수업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수업과 달리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된 수업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학문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한 것 같다. 그냥 다들 가니 나도 간다는 식으로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공부보다는 학점과 대학 졸업증, 학문보다는 취업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이건 교수가 기술만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교수자의 열정과 학습자의 동기가 만나야 수업 성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강의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기 주도력도 많이 약하다. 대학생이 되었음에도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를 듣고 잘 외워서 시험 잘 보는 교수 중심의 수동적 학습방식에 익숙하다. 학습자가 능동적이지 않으니 적지 않은 수업이 교수 중심으로 이뤄진다. 망각의 곡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교수의 생각을 듣고 저자의 책을 읽는 학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머릿속에 남은 것이 계속 지워진다. 

인설진 수업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꺼내서 정리하고 그걸 동료들과 나누는 참여적, 체험적, 자기주도적 수업이다. 다른 수업처럼 구경만 하면 되는 수업이 아니다. 그래서 수업에서 다루는 자기 정체감이나 진로와 비전 같은 주제를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이 있고, 매 시간 강의를 듣고 그걸 기초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걸 매주 챙기는 걸 귀찮아한다. 

과제가 힘든 것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이 힘겨운 것이다. 그래서 매 학기 학생과 담당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내용과 진행방식을 개선해오고 있는데, 초창기에 비하면 과제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 수업의 캐치 프레이즈가 ‘내 인생은 내가 설계하고 내가 주도한다’이듯, 인설진 수업은 자기 주도적인 학습, 자기 주도적인 삶을 훈련시키는 과목이다. 그런 만큼 자기 주도력이 약한 학생에게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학생 주도적인 학습에 학생들이 익숙해져야 하고, 교수 주도적인 수업이 학생 주도적인 수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 인생을 설계하거나 진로와 비전을 찾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힘든 일이다. 백지상태에서라면 가능하지만 대학생의 경우, 이미 백지에 그림이 상당히 많이 그려져 있는 상태다. 거기에다 전공까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인생을 설계하거나 진로와 비전을 찾는 데 있어 신입생 시기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신입생 땐 대학생이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0’이라는 상태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무슨 학교 다니고 무슨 학과에 다니고 있다는 것은 잠시 잊어버리고, 미래에 뭘 하고 싶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대학 진학 전에 그걸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이 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무엇이 되겠다’라는 생각은 있지만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다.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가령 내가 은행원이 된다고 하자. 내가 왜 은행원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이유, 목적을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비전이다. 직업을 생계수단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보면 처음에는 먹고 자는 욕구로부터 시작하지만 마지막은 자아실현 욕구이다. 이런 것을 깨닫고 진로를 계획한 다음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공부부터 해놓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까 맞지 않는 것이다. 가급적 저학년일 때 자신의 인생의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는 삶이다. 그러니 내 인생의 목적부터 정해야 한다. 성공이란 ‘I(나) × E(환경)’이다. ‘환경’은 바꿀 수 없으니 ‘나’를 바꿔야 한다. 나를 잘 관리하고 설계를 잘 해야 인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운이 좋아서, 환경이 좋아서 인생이 달라지고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금수저라고 해서 삶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가난하거나 집안에 유력한 사람이 없는 학생들이 자신을 흙수저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남과 나를 비교하면 인생은 힘들어진다. 어제보다 오늘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오늘보다 내일은 또 얼마나 더 좋아질 것인가를 비교하면서 발전해내가면 된다. 다른 사람이 저런 꿈을 가지니까 나도 가져야겠다가 아니라, 나는 내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향해서 준비하며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인설진 말고도 ‘자신있게 말하기’라는 교양 과목의 수업도 개발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데 좋은 팁이 있나?

요즘 학생들이 부족한 것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중에서도 ‘말하기’와 ‘쓰기’이다. 특히 발표를 앞두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예를 들어 발표를 할 때 많은 학생들이 겪어보았을 것이다. 머릿속에 하얘진다거나 발표하기 며칠 전부터 잠을 못 잔다거나 하는 경험 말이다. 그런데도 많은 말하기 과목들은 아나운서처럼 말하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말하기에서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이 과목을 개발했다. 자신감 부족은 사람들 앞에 서 본 경험이 없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학생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려면 자기 안에 있는 걸 꺼내, 청중 앞에서 말해볼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주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41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책 한 권을 쓰려면 정말 많은 책을 읽어 보고 생각해봐야 한다. 강의나 발표도 마찬가지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책도 읽고 남의 강의도 들어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부’다. 내가 강의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 내가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공부’다. 교수들은 강의를 줄이고 학생들이 말하고 쓰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공부를 하게 된다. 

‘자신있게 말하기’ 수업에서는 개강 후 7주 동안은 놀이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말문을 트는 연습을 한다. 중간고사 후 7주 동안은 학생들 앞에서 계속 발표를 한다. 그리고 서로 평가해주고 피드백을 준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발표한 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발표를 평가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지도하는 나는 면담이나 음성 녹음을 통해 발표 피드백을 직접 해준다. 

이 또한 자기 주도형 학습이다. 학생 스스로가 자기 문제점을 찾아서 스스로 고쳐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수가 할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행인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길거리 스피치’로 학기를 마무리 한다. 말하기에는 경험이 보약이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충분한 리허설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내 느낌과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것을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y축으로 놓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x축으로 하면 사분면이 나온다. 제1사분면과 제3사분면은 명확하다. 하고 싶은 것이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제1사분면)은 당연히 해야 한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제3사분면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문제는 하고 싶은데 잘 못하는 것(제2사분면)과 능력은 있는데 하고 싶지 않은 경우(제4사분면)가 있다. 제2사분면에 위치한 것은 내가 좋아하지만 잘 하지는 못 하기 때문에 잘 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이런 경우는 취미로 하는 것도 좋다. 

시간이 지나면 제1사분면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는데 하기 싫은 경우는 달리 방법이 없다. 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제3사분면으로 갈 확률이 높다. 사분면을 놓고 고민해보자.



인생 선배로서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인생은 속력이 아니고 방향이다. 비전이 바로 인생의 방향이다. 막연히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쪽으로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다. 해바라기의 한 부분을 크게 확대해서 보면 해바라기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조금 물러서서 전체적으로 보면 해바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걸음 물러서서 해바라기를 전체적으로 본 다음, 해바라기의 부분을 봐야 하는데 해바라기의 부분을 붙잡고 씨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10년 후를 내다보고 오늘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아라. 오늘 내가 사는 모습은 10년 후 나의 예고편이다. 

예고편을 미리 보고서 오늘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원하는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걸 명확히 하고 거기에 맞춰 오늘의 일과표를 짜며 살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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