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오 한양대 창업지원단장 “TV에서 먹방, 놀방 대신 ‘창업방’ 보여줘야죠”

입력 2017-07-17 10:28   수정 2018-08-01 09:47


유현오 한양대 창업지원단장 인터뷰




[대학창업의 길을 묻다] 시리즈

· 이철규 건국대 창업지원단장 “‘창업경진대회’ 시초… 중국 유학생과 협력해 해외 공략할 것”

·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 단장 “2018년은 연세대만의 색깔 찾는 원년될 것”

· 김경환 성균관대 창업지원단 부단장 “성균관대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창업’이 될 것”

· 정영식 인천대 창업지원단장 “‘결정장애’ 빠진 학생들...창업막는 부모세대 인식부터 바꿔야”

· 유현오 한양대 창업지원단장 “TV에서 먹방, 놀방 대신 ‘창업방’ 보여줘야죠”

· 이광근 동국대 창업지원단장 “동국대 ‘창업 파워’는 사심없는 도전정신 덕”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일명 ‘하유미팩’의 대박과 함께 제닉은 2011년 설립 10년만에 연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코스닥에 상장됐다. 창업자인 유현오 대표는 벤처기업협회가 뽑은 ‘닮고 싶은 창업가 롤 모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대학생 창업 도우미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15년 지분 매각에 이어 작년말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유 대표는 올초 모교인 한양대에 창업융합학과 교수 겸 창업지원단장으로 임용됐다.  



[PROFILE]

유현오 단장

2010년 한양대 화학공학 박사

2001년 제닉 대표

2010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13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2017년 한양대 창업지원단 단장(현)

- 성공한 기업가에서 교수로 변신했는데.

“기업을 운영할 때부터 멘토링에 관심이 많았다. 제닉스타트업포럼을 만들어서 6년간 매달 창업자들을 초청해 멘토링 했다. 그러다 학교에서 요청이 왔다. 마침 EXIT(지분 매각) 상태였고 다니던 평소 베푸는 삶을 살고 싶었다.”

- 다른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나.

“EXIT 후 3년 정도는 쉬고 싶었다. 바로 창업 한다는 건 이전 사업을 할때 미리 준비했다는 건데,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제닉 창업은 언제 했나.

“대학원 졸업때 IMF가 터졌다. 기업에 일자리가 없었고 대신 KIST에서 1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외국계 회사에 입사했는데 벤처붐이 일면서 대표가 창업을 권했다.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며. 원래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좋게 본 것 같다. 그래서 2001년 9월 회사를 설립하고 연구분야였던 하이드로겔 상처치료밴드를 개발했다. 그런데 개발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들었다. 대신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마스크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게 ‘하유미팩’이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한 개인투자자는 2억원을 140억원으로 돌려받았다. 매각 직전 매출 1000억원이 넘었고 시가총액도 4000억원 가까이 됐다.”




- 성공비결은 무엇이었나.

“세 가지다. 긍정적인 사고, 부지런함, 겸손이다. 특히 교만하면 어느순간 한 번에 망하더라. 사업이 잘 되면서 무리하게 모델료를 올리고 좋은 타를 타고 다녔다. 그러다 한해 적자가 20억원이 났다. 겸손해야 한다.”



- 한양대의 창업 인프라는 어떤가.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선두권이라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이사장님과 총장님의 관심이 있다. 난 기업인 출신인데도 부임 후 바로 교무위원급으로 배정해준 효율적인 시스템도 큰 몫을 했다. 무엇보다 동문의 힘이 크다. 국내외 벤처동문이 다같이 움직이고 있다. 동문들이 한양벤처펀드를 만들었고 동문후원센터도 있다. 벤처동문회는 10년 이상 꾸준히 활성화하고 있다.”

- 동문 네트워크가 강한 이유는 무엇이가.

“한양대가 창업자 배출순위 1위를 차지했다. 2010~2017년 8년간 연 평균 2200명이 창업했는데 다른 학교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기술창업이나 취업 후 창업이 많아서 성과도 좋다. 애교심도 강하다.”






- 현장에서 느낀 학생들의 창업 열기는 어떤가.

“한양대는 이미 씨가 많이 뿌려져있더라. 묘목이 10% 정도 자라있다. 내가 ‘아’하면 ‘어’는 된다. 교수들도 창업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 올 5월부터 ‘점심한끼’라는 창업 멘토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리가 계속 찬다. 매주 주말에 진행하는 스타트업아카데미도 경쟁률이 2대 1이 넘는다.”  




- 한양대만의 특색있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나.

“단연 동문펀드다. 매년 1~2억원이 꾸준히 유입된다. 얼마 전에 글로벌화를 위해 뉴욕에도 창업지원단 센터를 오픈했는데 한양대 동문이 사무실을 지원해줬다. 다른 국내외 동문들도 수시로 온·오프라인으로 멘토링을 해준다. 한양 스타트업 아카데미도 활발히 운영한다. 졸업자를 매년 2회씩 4년간 무료로 교육해주고 있다.”  

- 올해 창업지원단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행사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려고 한다. 스타기업 성공사례도 많이 배출할 계획이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뽑은 <대학생 스타트업 베스트 40>에 선정된 ‘레티널’이 좋은 예다. 김재혁 대표는 한양대 산업공학 13학번이고 스마트안경 렌즈를 개발한다. 얼마전 네이버에서 5억원, VC에서 또 2억원을 추가 투자받았다. 자랑스럽다.”

- 대학창업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버스에 빈자리가 있으면 건강한 사람이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등급화하는 건 아니지만 우수한 친구들이 대기업과 공기업은 양보하고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 한양대 학생들도 창업에 많이 도전해줬으면 좋겠다. 능력있는 사람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욕심내는 건 젊은이들이 외치던 정의가 아니다.”  



- 창업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방법이 있다면. 

“일제시대 때, 누군가는 독립운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내 아들은 아니었으면’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이제 세계는 경제력으로 싸운다. 능력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노력해야 우리나라가 살아남는다. 요즘 TV를 틀면 전부 먹고 노는 것만 나온다. 국가도 페달을 밟아줘야 돌아간다. 영향력이 큰 TV가 자꾸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문화도 중요하지만 최근 중국의 사드보복에 맥을 못추지 않았나. 강대국의 보복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힘은 기술뿐이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제 누구나 한 번쯤 창업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국가경쟁력 확보에 직결되는 것은 기술창업이다. 우수한 기술을 갖춘 교원창업도 활성화돼야 한다.”  

- 대학생 스타트업 중 가장 관심있게 보는 곳은 어디인가.

“잡앤조이 <대학생 스타트업 베스트 40> 기사를 봤다. 40명 모두 훌륭하더라.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다.(웃음)”

- 대학생 대상 창업 경진대회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위 ‘체리피커’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거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쇼미더머니’가 우리나라에 힙합을 유행시킨 것처럼 어느정도의 여론 형성은 필요하다. 아직도 창업가가 많이 부족하다.” 



- 요즘 학생 CEO들을 과거와 비교한다면.

“요즘 학생들은 교육을 매우 잘 받았다. 특히 영어실력이 뛰어나 글로벌화하기 딱 좋은 세대다.” 

- 기업가 출신으로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년창업 지원프로그램은. 

“학교가 자꾸 창업을 얘기하면 밖에서는 ‘학문하는 곳이 왜 사업을 거론하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도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려면 기업화 돼야 한다. 인식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빨리 변화하는 학교가 살아남게 돼있다. 대학평가에 창업지수도 포함돼야 한다. 네이버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포털은 진작 구글에게 먹혔을 것이다.”

-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창업지원단 입구에 ‘Don't be afraid to fail’을 직접 적었다. 실패를 자꾸 두려워하면 안 된다. 부모님이 안계시고 혼자 남겨졌을 때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항상 학생일 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다 해주니까. 나도 대표직을 내려놓고선 정말 쉬고 싶었다. 하지만 ‘게으른 종’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전하라.”



대담 장승규 편집장  

사진 김기남 기자

정리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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