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스타일리스트에서 국내 최초 수중사진 작가로...“바닷속이 제 스튜디오죠”

입력 2017-07-26 14:54   수정 2017-07-27 09:04




△ 사진 제공 = 와이진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i>“다시 또 바다로 떠나시는 건가요?” </i>

<i>“그럼요. 바닷속이 제 스튜디오인 걸요.”</i>

푸른 바다를 ‘스튜디오’라 부르는 와이진(Y.Zin)은 국내 최초의 수중사진 작가다. 17kg의 수중카메라 장비 ‘하우징’을 손에 들고, 어깨에는 산소통을 들쳐 매고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개성 있는 사진을 촬영한다. 최근에는 ‘Dear Ocean(디어 오션)’이라는 이름의 수중사진 개인전도 열었다.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수중사진 개인전”이라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해외에서 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활동이 거의 없었어요. 외국에는 팬클럽도 있을 정도거든요. 그래도 전시 기간 동안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놀랐어요. 국내 팬도 많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 사진 제공 = 와이진 




인어공주의 몽환적 모습부터 제주도 해녀의 역동적인 모습까지

오는 8월 5일까지 서울 강남 캐논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Dear Ocean(디어 오션)’전에는 그간 와이진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전시돼있다. 제주도 해녀의 모습을 담은 ‘해피 해녀’부터 동화 속 이야기를 수중에서 재해석한 ‘원더랜드’까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각기 다른 매력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은 ‘원더랜드’ 프로젝트의 하나예요. 인어공주 이야기를 재해석해 사진으로 담았죠. 저는 인어공주가 남자 때문에 가족을 포기해버린 어리석은 여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리가 갖고 싶었던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하이힐을 신고 싶던 게 아닐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했어요. 이런 스토리를 담아 바닷속 인어공주의 모습을  완성했죠.” 

완벽한 인어공주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모델 섭외부터 의상 제작, 장소 헌팅 등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인어공주의 꼬리는 모델의 다리 사이즈에 딱 맞게 실리콘으로 특별 제작한 것이라고. 꼬리 하나의 가격이 5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특별히 제작된 것인데, 덕분에 바닷속에 진짜 있을 것 같은 인어공주의 환상적인 모습이 완성될 수 있었다. 



△ 사진 제공 = 와이진 

제주도 해녀의 모습을 담은 ‘해피 해녀’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와이진 작가는 2012년부터 매년 9~10월이면 제주도로 내려가 해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교과서에 흑백 사진으로 나온 가난한 해녀의 모습이 아닌, 커리어 우먼처럼 당당한 진짜 해녀의 삶을 담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해녀 촬영을 하게 된 것은 2011년쯤이었어요. 당시 슬럼프를 겪고 있어 사진기를 아예 두고 제주도 우도로 여행을 떠났죠. 파도가 거세 다이버의 입수가 금지됐는데 검은 슈트를 입은 여성들이 우르르 바다로 들어가더라고요. ‘왜 저 사람들은 바다에 들어가냐’ 물었더니 ‘해녀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죠. 순간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아는 해녀의 모습은 교과서 속에 흑백 사진으로 담겨있는 것이 전부였거든요. 가난하고 삶에 찌들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그분들은 굉장히 당당하고 멋있었죠. 그래서 친구 카메라를 뺏어 들고 달려가 바로 해녀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와이진은 해녀 촬영 외에도 전 세계 다이버의 엑스포인 ADEX에 참가해 해녀 알리기에도 앞장섰다. 우리나라의 해녀를 일본의 ‘아마’로 오해하는 외국인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그런 그녀의 노력이 통했는지, 2016년에는 제주도 해녀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에 선정되는 경사도 맞았다.  



△ 사진 = 김기남 기자 

연예인 스타일리스에서 수중사진작가로 변신

와이진은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 보니 그녀의 손에는 늘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협찬받은 의상을 입은 담당 연예인의 모습을 촬영해 두는 것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제가 찍은 사진을 사진작가 선생님이 보게 되셨어요. 그러더니 ‘너 사진해봐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내가 소질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스타일리스트를 그만두고 스튜디오의 어시스턴트로 들어갔어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니 청소부터 시작했죠. 정말 바닥부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아요.(웃음)” 

차근차근 기본기를 쌓아가며 작가로 성장하던 그녀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무엇을 찍을까 고민하던 그때, 와이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고등학교 때 사두었던 미국 록 그룹 ‘너바나(Nirvana)’의 앨범 재킷 사진이었다. 아기가 물속에서 지폐를 잡으려 손을 뻗는 모습이었는데, 새삼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찍은 거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사진 제공 = 와이진 

와이진은 너바나의 앨범 재킷 사진작가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지만 국내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해외에 유학 중인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냈고, 얼마 뒤 ‘제나 할러웨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란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매일 같이 제나 할러웨이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하지만 답장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나러 미국으로 떠났죠. 집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더니, 경찰이 오더라고요. 저를 스토커로 오해해 신고를 했던 거죠.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그제야 경찰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오라더군요. 그때부터 인연을 맺게 되었고, 스승이자 친구로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내요.” 

와이진은 본격적으로 수중사진 장르 작가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물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이 많았다. 일단 보통 사람과 달리 심장이 가슴 중앙에 위치해 있어, 폐가 작다는 약점이 있었다. 달팽이관도 얇아 남들보다 멀미도 심하게 느꼈다. 수영도 잘 하지 못했고, 물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중촬영에 대한 욕심이 났다. 

“물속에서 드레스, 머리카락이 날리는 모습은 그냥 바람에 날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몽환적인 느낌이에요. 마치 피터팬 만화 속의 팅커벨을 보는 것 같았죠. 그리고 바깥세상은 너무 시끄러운데, 물속에서는 내 숨소리밖에 안들리거든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 사진 = 김기남 기자

 

드라마 ‘산부인과’ 포스터로 작가 데뷔, 수중촬영하며 환경 문제에도 관심 

   

와이진이 수중사진작가로 데뷔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4~5년 동안 홀로 공부하고 연습하며 실력을 쌓아가던 그녀는 스타일리스트 활동 시절 알고 지냈던 PD의 연락을 받게 됐다. ‘산부인과’라는 드라마를 새로 연출하게 되었는데, 수중사진으로 포스터 촬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드라마 포스터에는 여주인공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리는 것이 ‘룰’처럼 여겨지던 때였는데, 와이진은 과감히 여주인공 대신 모델의 전신 누드 촬영을 감행했다. 

“자궁 속 아기의 형상을 연출하고자 모델이 누드로 물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어요. 여주인공 대신 모델 촬영을 한다는 것이 사실 배우에게 실례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죠. 하지만 주인공인 장서희 씨는 기획 의도를 듣고 흔쾌히 오케이를 했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줘 큰 힘이 됐죠.” 

이후 와이진은 국내 최초 여성 다이버 수중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리며 영화, 드라마, 잡지, 광고 등의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최근에는 수중사진작가 후배와 수중사진 모델을 양성하는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수중사진에 관심이 있지만 배울 곳이 없어 망설이는 후배, 모델 등을 위해 전문 강사진을 꾸려 교육을 진행한다. 

“수중촬영을 시작한 지 9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제가 국내 유일한 수중사진작가예요. 후배들을 키우는 것이 제 몫이라는 생각을 하죠. 올가을부터는 본격적인 클래스를 오픈할 예정이고요. 아무래도 일반 사진작가보다는 어려운 점이 많죠. 스킨스쿠버도 배워야 하고, 장비도 비싸고, 다이버 자격증도 필요하고요. 쉽지는 않지만 분명히 매력 있는 분야에요.”



△ 사진 제공 = 와이진

 

전시를 위해 한 달간 서울에 머물렀던 그녀는 다시 또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상어 보호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상어를 위험한 동물로 낙인찍어 무분별한 포획을 해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다. 야생동물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WildAid)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와이진은 아시아 작가 최초로 참여하게 됐다.  

“제가 일하는 스튜디오는 바다 속이에요. 보통의 작가들이 자신의 스튜디오가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듯 저도 바다속 환경이 망가지는 것이 안타깝죠.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미국으로 상어 촬영을 간김에 멕시코에도 들러 다른 프로젝트 촬영도 하고 오려고요. 가을이 되면 또 제주도로 가서 해녀분들 촬영도 해야하고요. 올해도 계속 바다에만 살게 되겠네요.(웃음)”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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