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국물을 찻잔에 마신다고?”… 올 겨울 SNS를 달군 화제의 ‘죠스 어묵티’ 만든 사람은?

입력 2018-01-11 19:15   수정 2018-01-19 09:24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어묵 국물’은 분식의 화룡정점이다. 매콤한 떡볶이로 얼얼해진 입안을 달래주고, 기름진 튀김에 니글거리는 속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어묵 국물’. 깊게 우러난 멸치 육수와 간장으로 간을 해 구수하고 짭쪼름한 맛의 어묵 국물을 꼭 분식집에서만 먹으란 법은 없다. 커피나 녹차만 티백으로 우려내 우아하게 마시란 법도 없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죠스 어묵티’다. 





지난해 가을, 죠스푸드의 떡볶이 브랜드 ‘죠스떡볶이’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차를 우려내는 티백처럼, 뜨거운 물에 담가 놓으면 어묵 국물을 우려낼 수 있는 어묵 국물 티백 사진이었다.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조준형 죠스푸드 브랜드경험실 이사는 재미있자고 시작한 이 ‘병맛’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에 옮겨 제작에 들어갔다. 그렇게 탄생한 ‘죠스 어묵티(Tea)’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2포가 들어있는 한 박스의 가격은 5900원이다.

“‘죠스 어묵티’는 어묵 국물을 보다 쉽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고 활용도도 높은 재미있는 제품이에요. 어묵티는 애초에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낼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것입니다.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콘텐츠가 아니라 손에 잡히고 혀로 맛 볼 수 있는, 고객들이 소비하고 경험함으로써 훨씬 더 강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되리라 생각했죠.”

하지만 콘텐츠로 접근한다고 해서 맛과 재료에 소홀할 수는 없었다. 외식업의 본질은 결국 맛이기 때문.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재료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죠스푸드의 약속대로 테스트에 테스트를 거듭했다. 죠스떡볶이 매장의 어묵 국물 맛에 가깝게 맛을 낼지, 칼칼한 맛으로 할지, 티백이니까 조금 덜 짜게 할지 등. 또 티백의 모양을 양면체로 할지, 사면체로 할지, 티백 소재는 무엇으로 할지 등 티백의 모양과 원재료에 대한 연구도 계속 됐다. 



△'죠스 어묵티'를 출시하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사진= 죠스푸드 제공


무엇보다 디자인과 패키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 20~30대 여성들이 여러 종류의 과시를 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신박스러움’을 자랑하고 싶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죠스떡볶이의 브랜드 컬러인 붉은색을 사용하면서 북유럽 감성을 표현하고, 길쭉한 꼬치 어묵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을 넣어 패키지 박스를 제작해 위에 덮었다. 

어묵을 ‘Fish cake’라는 괴상한(?)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아 패키지에는 영문으로 ‘Omuk tea’라고 쓰고, ‘그 어묵향에 취해 동백꽃보다 더 붉고 뜨겁던 우리 사랑의 기억은 쓸데없는 생각 말라고 하네’라는 감성 문구를 적었다. 어묵이라는 흔한 상품에 상당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씌워 의외성을 나타내며 ‘병맛’을 더욱 강조했다는 것이 조 이사의 설명이다.





△죠스 어묵티 패키지의 모습. 사진=죠스푸드 제공

특히 표준어로 어묵이라는 말을 권장하지만 사회에서는 ‘오뎅’이라는 말을 여전히 많이 쓰므로, ‘오뎅끼데스까’라는 카피를 전면에 적어 성분명과 재미를 한 번에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프리미엄 병맛’ 콘텐츠가 탄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두 달이었다.

“어묵티는 한정판으로 3만 개만 제작했고, 모두 죠스떡볶이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했어요. 어묵티를 사러 매장에 들른 고객들이 떡볶이도 사고 순대도 사고 튀김도 살 수 있으니, 하나의 전략이자 수단이죠.”

본격적인 출시가 임박해오자, 판매에 우려를 표하는 매장 점주들도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팔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들여 G마켓에 어묵티를 런칭했고, 본격 판매 6시간 만에 1만 개를 ‘완판’했다. 아쉽게도 구매를 놓친 구매자들의 원성에 따라 5000개를 추가로 판매해 매진시켰다. 

G마켓 판매 이후에 어묵티는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고객센터로 구입 문의 전화도 빗발쳤다. 어묵티 구입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발길도 이어졌다. 출시 한 달 만에 3만 개 중 2만 7000여 개가 팔렸다. 조 이사는 “사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빠른 속도로 매진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어묵티 출시 목적이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닌 매장 방문객을 늘리는 것이었으므로, 그런 부분에서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고 웃어 보였다.



죠스떡볶이는 여성 고객들의 입술에 양념이 묻지 않도록 한입에 쏙 들어가는 3.5cm의 떡으로 떡볶이를 만들고, 떡볶이 소스를 만들 때 고추장은 전혀 쓰지 않고 고춧가루와 벤뎅이, 새우, 멸치 등이 들어간 소스(소스의 비법을 아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라고 한다)를 사용한다. 또 분식집에서 파는 튀김은 ‘싼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일식 요리집처럼 오징어 껍질을 일일이 벗겨서 튀겨 파는 등 죠스떡볶이 설립 초기부터 지켜오던 나상균대표의 고객에 대한 배려의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조 이사는 “죠스떡볶이는 길거리 음식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좋은 재료만을 사용하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한동안 먹거리 시장이 성숙하고 프랜차이즈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며 매장 방문객이 줄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번에 어묵티와 같은 히트 상품을 낼 수 있었던 저력은 ‘좋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 조직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죠스푸드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 죠스푸드 입사 면접에서는 ‘쉴 때는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인지’, ‘본인이 최근에 방문한 식당은 어디인지’,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등의 질문을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관심과 센스가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식품 업계의 트렌드는 유행에 민감하고 그만큼 변화도 빨라요. 하지만 죠스떡볶이는 10년간 분식이라는 한 카테고리에만 집중하다 보니, 안정성은 확보했으나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측면도 있죠. 이번에 출시한 어묵티는 이를 깨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러한 능동적인 시도를 통해 안정 속의 변화를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yena@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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