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해남을 꿈꾸던 남자, 콘텐츠의 바다에서 물질하다… 이한영 숨비 대표

입력 2018-04-03 14:05  


[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김에나 기자] “해녀가 제주의 가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있었죠. 그래서 해녀 문화를 대중에게 더 알리고 관심을 모을 수 있도록 콘텐츠화 하고자 했어요. 그러면 해녀 문화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에는 해녀 문화가 보존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죠. 제가 전통해녀물질공연을 기획하게 된 이유입니다.”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작은 것들은 사라지고 나서야 특별함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도 어쩌면 사라져가는 그 특별함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비영리법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이자 주식회사 숨비 대표이사인 이한영 대표는 해녀문화를 알리고 보존하고자 힘쓰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숨비, 생소한 회사명이다.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 밖으로 나와 날숨을 내뱉을 때 나는 휘파람 같은 소리를 뜻한다. 그중에 ‘숨비’는 숨을 비우다 즉, 물질하다. 잠수하다라는 뜻의 제주어이다. 이름처럼 우리 회사는 해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설립됐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스토리텔링 수중공연으로 이제는 제주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대구, 부산 등 전국의 대형 아쿠아리움에서 수중공연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이사이자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는데.




“제약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면서 서울생활과 회사생활에 지쳐 있다. 제주도가 모든 육지 사람들의 로망이지 않은가. 나도 수영 선수 출신이고 스킨 스쿠버 강사이니 제주도에서 해남이 되겠다는 생각에 제주도에 내려오게 됐다. 하지만 막상 해녀 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태했던 마음을 다시 잡게 됐고 그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뻔쩍 들었다. 세상이 힘들면 아침시장에 가보라고 하듯이, 나에게는 해녀 분들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해준 ‘아침 시장’ 같은 존재다.”



-해녀들과 진행했던 프로젝트 몇 가지만 소개해달라.




“첫 번째로 현직 해녀 20분을 모시고 전통해녀물질공연을 만들었다. 2012년부터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현재까지 하고 있는 이 공연은 누적관람객수가 수백만 명이 넘을 정도의 제주대표공연이 됐다. 처음에는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을 어색하고 민망해 했지만, 지금은 손자, 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할머니가 됐다고 뿌듯해 하신다.

두 번째로 해녀가 직접 채취한 톳을 가공해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 방송마다 매번 매진될 정도로 대박상품이다. 해녀가 직접 채취한 톳이다 보니 지금은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이와 함께 해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내가 제작한 몇 편의 다큐가 세계에 알려져 얼마 전 UN에서 세계여성의 날 특집으로 방영됐다. 이 때문에 미국, 프랑스 방송국에서 해녀 취재 요청이 와서 수중촬영, 현지 코디네이팅을 하고 있다.”

-해녀라는 독특한 소재로 다양한 사업을 하는데, 수익구조가 궁금하다.




“2012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연매출 1억원 정도로 미비했지만, 현재는 연매출 30억으로 7년 만에 30배의 ‘폭풍성장’을 하게 됐다. 척박한 공연업계에서는 꽤 이례적인 일이다. 수중공연이라는 독특한 장르와 해녀문화라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주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공연이 전체 수익의 절반이고 제주 특산품 제조 유통이 25%, 대체에너지 연구개발 사업이 25%를 차지한다.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을 여러 개 하다 보니 때론 ‘무슨 스타트업이 문어발식 사업을 하나?’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사실 원칙대로 회사를 운영하되 모든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이익을 분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슷한 비전을 가진 다양한 사업군의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한다. 그만큼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덕분에 지금처럼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해녀라는 소재 외에 다른 전통 문화를 사업화 할 계획은 없는지.




“우리 회사는 해녀문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듯이 다른 전통에도 그에 따른 전문가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해녀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다른 분야로 확장 할 계획은 아직 없다.”

-앞으로 새로운 공연이나 사업계획이 있다면.




“국내 시장은 무형의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돈을 지불하고 소비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저희 같은 입장에서 보면 딱한 현실이지만 그것을 불평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돈을 내도 아깝지 않은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에 뮤지컬과 매직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매직컬’ 쇼케이스 공연을 4월 14일과 15일 양일간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 콘텐츠 시연장에서 개최한다. 이후 전국 순회공연을 진행 할 예정이다.”

-다른 스타트업을 하는 분들께 조언 한 마디.




“우리는 큰 줄기는 갖되 작은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는다. 사업은 너무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세한 계획보다는 흐름에 맞춰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 직원들도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고하는 힘을 길렀으면 한다. 유연성이 스타트업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누군가가 시키는 일은 재미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숨비의 모든 직원은 스스로 일을 개척하고 시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요. 저는 단지 그들이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준비해 놓을 뿐입니다.”

이한영 대표는 숨비는 놀이터 같은 회사라고 정의한다. 이 대표는 최근 72시간 잠도 안자고 일한 직원에게 공로패를 줬다고. 그 직원이 72시간을 안자고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해녀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로 다양한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불안한 스타트업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했지만, 그와 인터뷰를 마치며 모든 우려가 사라졌다. 직원을 믿고 맡기는 대표와 그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 또 그가 뛰어난 사업가 이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건강한 CEO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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