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후' 대1 선배들이 전하는 세가지 이야기···마음껏 그냥 놀아라

입력 2018-11-30 14:40   수정 2018-12-04 13:39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 정윤지 대학생 기자] 역대 최고의 ‘불수능’이 끝나고, 곧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사실 모두가 대입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합격하지 못하면 다시 또 수험생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던 수험생들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새로운 출발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1월 18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19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한경 DB)

그렇다면 대입을 기다리는 고3 학생들은 현재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김서정(18) 양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후회 없을지 고민”이라고 말한다. 물론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학교에서는 취미로 미니어처를 만들거나, 면접이나 실기 등의 남은 입시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오로지 입시만을 위해 달려온 지난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가장 최근에 수능을 본 대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마음 불편하게 놀지 말고, 마음껏 ‘그냥’ 놀아라

대학교 1학년은 1년 전, 수능 직후 3개월을 어떻게 회상할까. 황재원(중앙대 1)씨는, “마음은 불편하지만, 열심히 놀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두려워 이것저것 도전했지만, 한편으론 수능이 끝났단 생각에 노느라 계획했던 걸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어차피 놀아야 한다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K씨 역시 “계획 없이 마음 이끌리는 대로 살라”고 말했다. 그 긴 수험생활을 목표점수에 매달리며 보냈으니, 입학까지 남은 시간은 목표의식 없이 살면 어떠냐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인생에서 지금만큼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기는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의 노력에 보상을 주듯, 어차피 놀 거라면 편안히 놀자.



△ 2019년도 상반기 토익 시험 일정.


계획을 세우고, 나에게 귀를 기울여라

고유진(강원대 1)씨는, “수능이란 관문 외에 목표가 없었던 사람은 이 시기에 외려 상실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 아무 것도 하지 않지 않는다면 나중에 남는 게 없어 후회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실감을 오수연(성신여대 1)씨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느꼈다. 고3이 끝나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라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을 제외한 다른 동기들은 모두 좋아하는 분야나 취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오 씨는 “지금이 시작이니 뒤처진단 생각보단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무조건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한 대학생들은 입을 모아 ‘자기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정하라’고 말했다. 대신 그 방향이 무겁기보다는 여행에 도움이 될 수준의 외국어 공부나 운전면허 취득하기 등의 가벼운 계획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삶의 새 방향을 잡는다고 입학 전부터 전공 공부하기 등 과도한 계획을 세우면 중압감에 외려 더 해가 된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한 계획들을 일단 세워보자. 관심이 가는 언어를 배우기 막막하다면 그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언어에 친해지자. 언젠가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에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소소한 계획들을 실천하며 자신에게 온전히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지자.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그리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작은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하며 직접 깨달아보자. 



2018년도 이화여대 입학식의 풍경. (사진=한경DB)

대학이 전부가 아니란 걸 명심하자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다. 다시 수능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학교에 입학하는 사람도 많다. 정혜린(성신여대 1)씨는, “입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방황하는 친구들을 보며 아쉬웠던 점은, 대학에 자신을 가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대학 간판으로 나의 등급과 가치까지 바뀐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야도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씨는 “더 많은 능력과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대학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학은 나의 노력의 성취물이긴 하지만 나라는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신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며 다시 치열한 싸움 속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너무 빠르게 끝날 수도 있지만 모두가 예비 대학생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았다 “조바심 내지 말 것, 그리고 자신을 언제나 사랑할 것.”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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