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비흡연자 모두 불만인 대학 내 흡연구역 논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입력 2019-04-10 17:31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이창호 대학생 기자] 대학 캠퍼스 내 설치된 다수의 흡연구역이 관리와 운영에 문제점을 나타내는 가운데 흡연자와 비흡연자 학생 모두 불편함을 겪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17년 금연홍보 및 캠페인’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흡연율은 18.8%, 흡연 대학생 수는 약 40만 명으로 추정(대학 재학생 약 213만 명 기준)된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9-29세(청년층) 연령의 흡연율로 기록된 24.4%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수를 헤아려보면 분명 적지 않은 인원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수의 흡연자를 충족하고 비흡연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만한 대학 내 흡연구역의 관리 및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제작한 ‘2019년 금연구역 지정 관리 업무지침‘에 따르면 대학교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제7호에 의거 캠퍼스 내 모든 교사시설(건물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흡연구역은 학교 측에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외에 흡연실(또는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시행규칙상 각 건물의 출입구로부터 10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 설치해야 한다. 

현실은 어떨까. 명지대에 재학 중인 이태진(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3학년·27)씨는 기숙사 건물 앞에 위치한 흡연구역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씨는 “기숙사 문 바로 앞에 흡연구역이 있어 지나갈 때마다 숨 막힌다”며 “담배 냄새가 창문으로 들어와 기숙사 안에서도 괴롭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2019년 금연구역 지정·관리 업무지침‘ 공중이용시설(법 제9조제4항 각호) 세부 범위에 따르면 대학교의 기숙사도 교사시설 중 지원시설에 해당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구역과 거리가 확보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흡연자들의 편의상 만들어진 흡연 장소가 관례적으로 유지되다보니 해당 장소를 지나가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명지대 기숙사와 본관 사이 흡연 장소.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 부설인 경우 해당 건물 외벽 경계선으로부터 사방 10미터 이내 금연이 원칙이다. 여기엔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캠퍼스 내 개방형 흡연구역의 경우 외벽으로부터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아 명확하게 구역의 구분을 내리기가 어렵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나경현(가명·25)씨는 “학교에 흡연부스가 없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흡연공간을 만들었는데, 입구와 떨어진 곳이지만 건물과 가까워 흡연구역으로 적합한 지 의아하기도 하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눈치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규모에 비해 흡연구역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이동장소와 흡연부스 간 거리가 멀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등 흡연자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보는 학생만큼은 아니더라도 흡연 시설의 관리 및 운영이 미비한 캠퍼스에선 흡연자와 비흡연자 학생 모두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왜 거기 있어?’ 흡연자도 모르는 흡연구역의 위치

최근 서울시립대는 캠퍼스 내 15개의 흡연구역 시설을 마련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일부 흡연구역은 외진 곳에 설치되어 있거나 표지가 제대로 부착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어 흡연하는 학생들이 흡연구역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김민수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차원에서 설문을 진행해 총무과와 흡연 구역 및 흡연부스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양여대 금연구역.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부지기수다. 한양여대는 금연구역 표지를 부착해 금연시설을 지정했지만 해당 구역의 시설 관리자가 없어 관리와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이동이 잦은 정문이나 셔틀버스 승하차 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학생들로 인해 비흡연자들이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비흡연자 학생들이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을 통해 금연구역 흡연 목격담을 제시하거나 학교 측에 흡연부스를 요구하는 글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양여자대학교 에브리타임.

끊이지 않는 캠퍼스 흡연 구역 딜레마, 개선 방안은?

흡연부스가 있다 하더라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명지대는 학교 중심 길목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캠퍼스 흡연 문제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현재 이 부스는 전자담배전용 부스로 바뀐 상태다. 현재 해당 구역에선 연초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옆에서 담배를 피는 등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일반담배로 운영되던 흡연부스가 민원이 발생해 리모델링을 했고, 문제 개선을 위해 부스에 안내문을 부착,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학교 측은 흡연부스를 신규 설치하기엔 현재로서는 마땅한 공간이 없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명지대학교 흡연부스.




한편 적극적인 시도로 긍정적인 효과를 이룬 대학도 있다. 성균관대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측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8년 2학기, 학내 흡연구역을 전면 재설정했다. 인문사회캠퍼스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건물별 흡연구역 후보군을 설정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해 19개의 흡연 구역을 재설정했다. 그 결과, 해당 사업은 흡연 문제로 인한 학우 간의 갈등과 캠퍼스 환경을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평가 요인으로는 중앙운영위원회가 경영대학 학생회와 함께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흡연부스 지도를 만들어 홍보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김다혜(성균관대 경제학과 2학년·21)씨는 “이전엔 공식 흡연구역이 없어 학생들이 쉬는 벤치에서 흡연하는 학생도 많았는데 사업 이후로는 벤치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캠퍼스가 쾌적하진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khm@hankyung.com

[사진=이창호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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