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졸업도 못해요” 천만원 들여 졸업전시해야하는 예술전공생들

입력 2019-05-22 12:01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호준 대학생 기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일정 수준의 어학성적, 졸업논문 또는 학과마다 마련된 졸업시험 등 대학에서 어느 정도의 전공 지식을 쌓았는지, 혹은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평가받는 제도를 거쳐야만 한다. 그 중에서 예술계 전공생들은 이와는 조금 다른 졸업전시회는 특별한 졸업제도를 통해 그 능력을 평가받는다.

졸업전시회는 예술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본인의 예술적 역량을 십분 발휘하면서 이제껏 전공 강의를 통해 배워왔던 전공 지식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졸업 전시의 본래 의미가 과연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고질적인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졸업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를 열기 위해 재료비는 물론 전시회 브로슈어와 도록 제작비, 전시공간 대관비 등 많은 것에 비용이 드는데, 학생 개개인이 부담하기에 너무 큰 금액이라는 것이 문제다.

졸업전시 제도를 거친 예술 전공졸업생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패션디자인과, 연극영화학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많은 대학에서 졸업전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사진=이호준 대학생기자)






현재 예술 단과대학을 설치한 대학 중 대부분이 졸업전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졸업전시 제도를 겪어 본 입장에서 졸업전시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패션디자인과) : 패션쇼를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매년 있었다. 금전적인 문제에서 실효성의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패션을 전공했다고 다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것은 아니기에 패션쇼를 여는 것이 자신에겐 무의미한 친구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시기가 패션쇼를 준비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필드에 나가면 내 이름으로 된 옷이 무대에 오를 일이 평생 한 번도 없을지도 모르니 전공자들에게는 소중한 기회인 것 같다. 이렇듯 졸업전시 제도에는 분명한 순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

B(연극영화학부) : 영화과에 오면 졸업영화제를 하는 게 4년의 마무리인 셈이기도 했으니 제도에 존폐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 다만 졸업 작품 제작 및 상영에 있어 편집, 제작, 사운드 분야 등 연출 파트별 명확한 평가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모호했던 점에 대해선 의구심을 가졌다.

C(시각디자인과) : 졸업 전시를 준비하면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과 연관이 있어 도움이 된다. 또 학부 생활을 마무리하는 행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학생 개개인에게 금전적으로 무리가 있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와 맞물려 과연 졸업 전시가 도움이 될까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다.









졸업전시 제도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용 문제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같다. 혹시 졸업을 위해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들었고, 어떻게 그 비용을 마련했나. 

A(패션디자인과) : 졸업패션쇼 참가 인원이 내야 하는 공통 비용이 150만원 선이었고, 의상 제작 재료비와 룩을 쇼에 올려야 하므로 모델이 착용해야 할 액세서리, 신발 등의 구매 비용까지 합산한 개인 지출은 최소 200만원 정도였다. 한국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을 일단 150만원 정도 받았고, 대학교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았던 돈을 다 쏟아부었다. 잠잘 시간도 없이 살았다.

B(연극영화학부) : 정확히 계산은 안 해봤지만 1천만원 정도였다. 학교에서는 졸업 전에 연출자들에게 약 3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해주지만, 이는 작품 제작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모자란 부분은 GFSF라고 해서 경기 필름 스쿨페스티벌이라는 단체에서 지원금을 받았고,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아뒀던 돈까지 사용했다. 부모님께서 도와주신 부분도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해결했다.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제작되고 내용은 어떠한지 게시하고 모금 운동을 벌였는데 다행히도 목표 금액을 달성해 나머지 금액을 충당할 수 있었다. 

C(시각디자인과) : 졸업 전시를 위해 냈던 작품들이 이제껏 해온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형식이어서 지출은 크게 없었다. 다만 대관비, 패널 등 졸업 전시 준비 비용으로 학교에 냈던 60만원과 개인 작업을 위해 들였던 돈 약 30만원 정도 해서 1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부모님이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시는지라 이미 비용 부분에 대한 문제를 알고 계셨기에 감사하게도 지원해주셨다.









교내 졸업전시 제도와 관련된 지원 제도를 찾아본 적은 없었나.

A(패션디자인과) : 당연히 찾아봤다.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지원금은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패션쇼의 경우 쇼 진행비로 들어가는 공통 졸업 전시비 외에도 개인 재료비로 들어가는 돈도 상당하기에 지원금 제도가 절실했는데 학과에 그런 제도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B(연극영화학부) : 지원금이 있긴 했으나 작품 제작에 있어서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프로듀서와 제작진들이 발로 뛰며 대외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를 찾느라 많이 고생했다.

C(시각디자인과) : 등록금과 관련한 다른 장학금은 꽤 있었지만, 졸업 전시를 지원하는 제도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졸업전시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A(패션디자인과) : 학교 차원에서 금전적으로 또는 장소 대여나 차량 대절 등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의 개인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과에서 한해 학과 지출 예산을 계획할 때부터 졸업패션쇼 지원금을 할당해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심지어 졸업하기 위해선 거의 필수적인 과정인데 돈 없으면 졸업도 못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학교 측에서 여러 논의가 오고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B(연극영화학부) : 확실히 예술대학 학생들이라면 현재 졸업제도가 큰 비용을 요구하는 것과 그 문제를 고스란히 학생이 오롯이 안고 가야 한다는 건 너무 많은 부담이 된다. 만약 교수와 학교 차원에서 지원해줄 수 없다면 다른 여러 루트를 통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을 찾아서 알려주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C(시각디자인과) : 현재 여러 디자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졸업 전시를 폐지하거나 축소, 일정 조율을 하는 등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이처럼 고전적이고 고 비용적인 현 제도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전시개최 등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이것이 학생 개개인의 포트폴리오를 더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min503@hankyung.com

[사진 제공=Google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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