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육식 강요 사회?…비거니즘 "채식으로도 단백질 섭취 가능"

입력 2019-10-24 23:46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슬기 대학생 기자] “트럭에서 온기가 느껴졌어요. 숨결은 물론이고요” 서울여대 비거니즘 동아리 ‘비주류’의 이씨앗(24) 씨와, 황은하(24) 씨가 도살장에 트럭 채로 실려가는 건 ‘고기’가 아니라 ‘생명’임을 다시금 체감한 순간이다.





△좁은 닭장에서 고개만 내밀고 살아가는 닭의 모습.

“한 사람의 식탁은, 수십 마리의 삶으로 유지되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2019년 6월에 발표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의 시작 ‘치킨집 현황 및 시장 여건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치킨집이 2만 5000개(21.25%)로 가장 높은 점포 수를 기록했다. 이렇듯 거리엔 ‘고기’를 파는 식당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이씨앗 씨는 “한국은 육식 강요 사회”라며 육식을 통해서만 단백질을 충당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교육 체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주자 케일.

이처럼 채식만으로는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상식이다. 이에 황은하 씨는 “비건을 시작하기 전에는 채소에도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있음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소로도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다. 그 예로 물냉이, 완두류,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등이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푸른 채소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등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데 중심이 되는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황 씨는 “육식을 하는 아버지가 내게 영양제를 권한다. 아버지는 육식을 하시는데도 꾸준히 챙겨드신다(웃음)”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육식 또한 완전한 영양 섭취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그렇다면, 채식이 완전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채식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육식을 다루는 식당에서 급진적인 비건 운동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가시적인 운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를 넘은 운동”, “식물권은 없냐”라는 등의 비판을 했다.

움직임이 있는 곳엔 소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민폐와 영업방해로 읽히던 그들의 운동은 사람들이 “비건이 뭔데 그래?”라는 질문을 품게끔 만들었다. 그들의 행동을 온전히 긍정할 수는 없다. 자영업자의 영업방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비건에 대한 사람들의 일말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었기에 온전한 비판 또한 어렵다.

누군가는 먹지 못 하는 것이 현재의 학식

대학교의 등록금과 중형차 한 대의 가격이 비등하다는 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씨앗(24) 씨는 “같은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데 누군가는 먹을 수 있고, 누군가는 샐러드만을 전전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밝히며 비건 학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은하 씨 또한 “비건 학식이 비싼 이유는 좋은 재료 즉,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비건 학우)는 없어서 못 먹고 있다. 5000원 내외의 가격과 납득할 만한 식단이 제공된다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단순히 다양성 존중의 차원이 아니다. 당장 식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수많은 동물들의 삶이며, 동물복지가 실현된 ‘사육’이라고 한들 ‘사육’의 결과는 같기에 육식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학 내 비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 A(45) 씨는 “우리가 채식주의자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실제 비건으로 학식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자는 오히려 비건에 불호를 나타냈다. 비건 식단의 기준과 그 유지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A 씨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대로 맞추는 중이며 사실상 특정 종교의 자녀들을 위한 식당이었으나 과거에 비해 해당 교인이 20%도 안 되기 때문에 유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학식이 비건으로 유지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비건 학식이 갖는 의의에 대한 질문에 황은하 씨는 “완벽한 한 명의 비건보다 여러 명의 비건을 지향하는 채식주의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비건 학식은 대학이 비건에 대해 논의하는 하나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지만 가치 있는 수요에 대한 공급은 실현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물살이’를 잡는 어부의 모습.

책 ‘호모데우스’ 작가 유발 하라리는 가디언 지에 기고한 ‘공장식 축산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 중 하나’ 글을 통해 ‘공장식 축산을 통해 사육당하고 도축 당하는 가축의 운명은 이 시대에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시급한 윤리적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또 ‘동물도 고통, 두려움을 모두 느낀다. 괴로워하기도 하고, 기쁠 때는 좋아하기도 한다’라며 동물도 인간처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학습의 결과는 아닐까. 학교에서는 ‘먹이사슬’이라는 개념으로 육식을 이해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이냐는 질문엔 웃으며 쉽게 대답하지 못 한다. 동물과 인간의 개념은 분리된지 오래다. 분리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식탁에 앉지 못했을 것이다. 황 씨는 “물고기가 아니라 물살이다.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비명이기에 등한시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제는 동물도 인간과 동등하게 지구에서 숨을 쉬고, 감정을 느끼며 고통 또한 느끼는 존재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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