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펭수 같은 신입사원', 채용하시겠습니까?”

입력 2019-12-16 18:22   수정 2019-12-18 11:29


[캠퍼스 잡앤조이=김혜선 인턴기자] 막힘없는 입담, 시원한 성격의 ‘펭수’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펭수는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펭수는 10살이지만 2미터가 넘는 키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남극에서 넘어왔다. 현재 펭수는 EBS연습생이다.



△EBS 자이언트 펭TV 캐릭터 ‘펭수’.(사진제공=한경DB)

남녀노소 불문하고 펭수에 열광하는 이유로 솔직한 성격과 거침없는 입담을 꼽는다. 펭수는 귀여운 외모로 아이들은 물론,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어록으로 ‘어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펭수는 지금까지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범적 이미지를 벗어나 일명 ‘사이다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펭수는 김명중 EBS 사장 이름도 거침없이 호명하며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 “잘 쉬는 게 혁신이야”, “잔소리 할거면 돈으로 주세요” 등 직장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도 주저 없이 내뱉는다.

이 같은 펭수가 직장인들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은 이유에는 1982~2000년 사이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이 본격 취업시장에 투입되면서라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마이웨이’, ‘욜로’, ‘할말할’과 같은 말들이 유행하는 것처럼 펭수는 이들의 생각을 재치있게 보여줘 사랑받고 있다.

인사담당자 절반은 ‘펭수 스타일 신입 지원자 채용할 것’···“사장님들 진짜 채용할 건가요?”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422명을 대상으로 ‘펭수 같은 신입사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사담당자 절반이 ‘할 말하는 펭수 스타일 신입 지원자를 채용하겠다(51.9%)’고 답했다. 이들이 말한 채용 이유 1위는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43.4%)’였다. 이어 ‘요즘 젊은 층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32.9%)’,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감추고 눈치 보는 신입사원의 모습에 질려서(19.6%)’라는 이유도 있었다. 즉 인사담당자 절반 이상은 할 말하고 당당한 펭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커리어)

그렇다면 군대문화, 경직된 조직 체계 등 보수적 기업으로 유명한 언론사·영업직·금융권 등의 업종들도 ‘펭수 같은 신입사원’에 대해 긍정적일까. 

한 언론사의 김 모 편집장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솔직한 모습이 마음에 들고 조직 문화가 바뀔 때가 된 거 같다”며 “펭수의 말과 행동이 기존 권위주의를 깨는 등 혁신적인 면이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제약사 영업직에 재직 중인 김 모(34) 대리는 “스스럼없이 다가와 친근함을 느낀다”며 “펭수 같은 직원이 있으면 회사 생활을 웃으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더불어 금융업 종사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업 종사자 한 모(32) 매니저는 “할 말을 해줘 시원하고 내 마음도 대변해주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운수업에서도 펭수 같은 신입사원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운수회사의 한 노조 부조합장은 펭수에 대해 “요즘 세대를 알 수 있어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입사원들이 기성세대를 많이 어려워한다”며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며 펭수처럼 다가온다면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들이 서로 친밀감을 쌓으며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1월 사람인이 기업 283개사에게 ‘밀레니얼 세대 인재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조사에서는 기업 절반 이상이 ‘어려움을 느낀다(57.2%)’고 답했다. 그 이유는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함(67.9%)’이라고 답했다.



△사진제공=사람인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는 펭수와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펭수와 다를 것이 없는 밀레니얼 세대를 기업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IT분야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정 모(37) 대표는 펭수 같은 밀레니얼 세대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은 마음에 들지만 일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직장은 공동체 생활이니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인 거 같다. 제3자가 불편해하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IT직종의 강 모 대표도 펭수 같은 신입사원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회사 입사는 상관없지만 직속 부하로는 두지 않을 것”이라며 “소통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신입사원에 직장인들의 호불호가 나뉘지만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조직 문화로 바꾸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반영한 조직 문화 도입···‘소셜 채널 개설’, ‘유연근무제’ 그리고 ‘밀레니얼 경영’까지

11월 사람인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정책이나 제도 상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구체적인 변화를 준 것으로는 ‘워라밸 보장’, ‘복장 자율화’. ‘회식·워크숍 간소화 또는 철폐’ 등이었다.






△(왼쪽부터)소셜채널 히릿, 롯데백화점 MTT현장.(사진제공=삼성생명, 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은 소비 트렌드 대처를 위해 밀레니얼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문화 및 체계를 도입했다. 지난 3월부터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제도를 시행했다. MTT는 24~39세의 밀레니얼 직원들이 경영진들에게 3개월간 젊은 문화 전수를 목표로 경영진들의 멘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가 된 현재, 시대 흐름에 맞추는 걸음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지난 9일 소셜 채널 ‘히릿(Hit It)’을 개설했다. 이는 신예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월간 재능’, 직원들의 근무 생활을 보여주는 ‘랜선 출근’ 등으로 밀레니얼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히릿은 이들의 다양한 삶을 응원하고 함께 성장하는 채널로서 2030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 목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히릿은 기성세대 관점과 기존 딱딱하고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나 밀레니얼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즐기기 위해 개설했다”며 “앞으로 더욱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꿰뚫는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업들이 ‘펭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밀레니얼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준비하는 만큼 펭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해 주요 기업들도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사진제공=한경DB)

지난 8일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한 매체 기고문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황 처장은 기고문을 통해 “요즘 인사관리의 화두는 ‘밀레니얼 세대’로 새로운 세대를 잘 이해하기 위해 이들이 겪는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며 “기성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들도 직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힘들어할 수 있다. 이에 중간관리자가 작은 결과물도 즉시 피드백하는 등 끊임 없이 소통해 이들과 성취감을 함께 경험해야 한다”고 밀레니얼 세대 등장에 따른 인사혁신을 말했다.


이에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는 ‘일의 의미’와 ‘개인의 성장’을 중시한다”며 “이 두 가지를 결합한다면 어느 세대보다 창의적으로 업무 몰입도를 높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펭수 같은 직원이 필요로 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직급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사혁신처도 밀레니얼 세대를 향해 나아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hsunn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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