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탐사보도 공모전

입력 2020-04-16 20:45  




‘n번방’ 사건을 최초 보도한 대학생 ‘불꽃’ 팀. (사진 출처=추적단 불꽃 유튜브)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전동현 대학생 기자] N번방 사건을 최초 보도한 ‘추적단 불꽃’이 대학생으로 알려졌다. 언론인을 꿈꾸는 이 대학생들은 성 착취 영상물이 공유되는 단체 채팅방의 존재를 알게 됐고, ‘탐사보도’ 공모전에 응모하며 본격적인 취재를 통해 N번방의 추악한 실체를 알리게 됐다.

이들 ‘추적단 불꽃’은 취재를 위해 N번방에 직접 잠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잠입을 시작한 작년 7월부터 8월 한 달 동안 하루에 약 4시간 이상씩 N번방을 관찰했다고 한다. 이처럼 잠입 등을 통해 사회의 가려진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보도를 ‘탐사보도’라 한다.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과 ‘그것이 알고싶다’. (사진 출처=MBC, KBS)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는 MBC의 ‘PD수첩’과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 가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탐사보도는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고, 이면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밝혀 긍정적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는 ‘세상을 바꾼 보도’로 불리며 탐사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렇듯 탐사보도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뉴스타파’와 ‘뉴스통신진흥회’는 대학생과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 탐사보도 공모사업을 시행했다. 뉴스타파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은 대학생(2년제, 대학원생 포함)이라면 누구나 응모가 가능하다. 개인이나 팀을 꾸려 기획안을 제출하고 심사를 통해 세 편을 선정해 취재를 지원한다. 뉴스통신진흥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은 대학생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참여가 가능하다. 뉴스통신진흥회 공모전은 뉴스타파 공모전과 달리 기획안이 완성된 취재물로 심사가 이뤄진다.





△탐사보도 공모사업을 지원하는 뉴스타파와 뉴스통신진흥회. (사진 출처=뉴스타파, 뉴스통신진흥회)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수레바퀴 아래서’ 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지난 1회 뉴스통신진흥회 탐사보도 공모전에서 가작을 수상한 ‘수레바퀴 아래서’ 팀이 고물상 인터뷰를 위해 다니면서 찍은 사진.

지난 1회 뉴스통신진흥회 탐사보도 공모전에서 가작을 수상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 ‘수레바퀴 아래서’ 팀은 폐지 수거 노인 문제를 단순한 감정적 접근이 아닌 ‘비공식 노동’이란 문제의식으로 접근해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수레바퀴 아래서’ 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권정연·김선우·이재인(17학번, 23), 최지우·한예원(18학번, 22)


탐사보도 공모전에 응모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재인 “이전부터 탐사 보도에 관심이 있었다. 긴 호흡으로 문제를 심층적으로 풀어나가는, 현장성이 살아있는 글에 큰 매력을 느꼈다. 같은 과 동기가 공모전을 보고 탐사 보도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시작하게 됐다. 혼자 부딪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좋은 취재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게 됐나

김선우 “탐사보도 관련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만들고 싶었다. 허리가 구부러진 노인들이 펴진 박스를 산처럼 실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것이 왜 자연스러워 보이는가.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왜 하필 폐지 수집이었을까. 사전 조사를 하던 중 생각보다 엮인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을 알았다. 준비 작업에만 1달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주제 선정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김선우 “얼마나 익숙한 현상인지 가장 먼저 생각했다. 그다음으로는 현상 뒤에 얼마나 많은 것이 숨어있을지. 학기가 끝나고도 1달 정도 보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었으니 찾을 수 있는 것은 다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

취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권정연 “취재할 시간도, 팀원들끼리 만날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사전 조사와 회의를 통해 우리가 무슨 내용을 다룰지, 이를 위해 누구와의 인터뷰가 필요할지를 먼저 고민했다. 이후에는 이들을 산업 구조를 따라 카테고리화해서 각자가 맡을 집단을 정해 취재했고, 1차 취재가 끝난 후 다시 모여서 기사 방향을 수정하고, 추가 인터뷰를 했다. 영역 분리를 하다 보니 잘못하면 다른 사람이 취재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마다 거의 즉각 내용을 공유해서 질문지를 업데이트하고, 피드백하는 등 온라인으로 많이 소통했던 것 같다.”



‘수레바퀴 아래서’ 팀이 거리의 폐지 수거 노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새벽 4시에 나가 찍은 사진.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이재인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심도 있는 기사 작성을 위해 취재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생 신분이다 보니 취재원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뷰 거절도 정말 많이 당했다. 가능한 선에서는 최대한 시도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탐사보도 공모전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최지우 “개인적으로는 탐사 보도로 세상이 쉽게 바뀔 거라는 낙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공모전에 참여하기 전에는 취재를 통해 감춰진 진실이나 조명되지 않았던 점들을 짚어내면 무언가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졌다.

공모전이 끝난 이후에도 거리 위의 폐지 수집 노인 분들은 이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의 취재가 공모전이라는 일회적인 이벤트로 그쳤고 어떠한 삶이나 정책적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전에 갖고 있던 낙관과 오만함이 부끄러웠던 순간들이었다.

탐사보도 공모전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는가

최지우 “그렇다. 제기해야 할 의문은 많고, 공모전의 탐사 보도가 그 이슈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단 우리 팀은 그 이슈를, 조명되지 않은 부분을 알게 됐다. 전보다 4~5명은 그 의문을 공유하게 된 거니까 작은 변화가 생긴 거다. 그렇게 알아가고 알리는 행위 자체가 세상이 바뀔 여지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공모전에 응모한 ‘불꽃’ 팀의 보도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는데, 같은 대학생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지우 “불꽃 팀은 이 이슈를 찾아내고, 취재를 끝까지 이어가고, 후속 취재를 통해서 공론화까지 시켰다. 취재 과정과 내용에 관한 기사를 찾아봤는데, 모든 과정이 멋졌다. 고맙기까지 했다. 내게 긍정적인 자극제도 됐다.”

탐사보도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이재인 “탐사 보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탐사보도 공모전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건 개인적인 아쉬움인데 취재는 적극적으로 해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어렵긴 해도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찾고 대안까지 잘 제시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min503@hankyung.com

[사진제공=‘수레바퀴 아래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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