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특성화고 학부모 고화정 어머니 “특성화고 정책은 소외된 것 같아 아쉬워요”

입력 2020-06-02 13:56  


[하이틴 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 서울아이티고등학교 스마트웹콘텐츠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문소연 양의 어머니 고화정 씨(44세)는 지난해부터 교육부 ‘학부모 모니터 단’으로 활동했다.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고 씨는 “여전히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교육 정책의 흐름에서 특성화고는 늘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움의 내용과 방법이 다른 특성화고에 대한 실질적 정책이나 지원 방법이 부재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특히 고 씨는 “교육부가 특성화고 정책을 선도하지 못하고 늘 한 발 늦은 대책이 마련되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고화정입니다. 큰 아이가 서울아이티고 스마트웹콘텐츠과 3학년 문소연 학생입니다.

특성화고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우선 저는 직업적으로 청소년을 지도하는 기관에서 종사했습니다. 위기청소년 사례관리나 징계청소년 교육,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복귀지원과 사회진입지원에 관한 업무가 주된 터라 청소년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청소년과 소통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진로관련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일찍 사회에 진입하는 것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중학생이던 큰 아이가 진로 고민을 했지만 구체적인 목표설정을 하지 못해 어려워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점이 특성화고 진학에 대해 함께 의논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IT 관련 학교를 보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학과를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큰 아이의 관심사, 진로 적성 검사 등을 진행해보고 반복해보니 디자인 분야 계통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이후 취업 전망을 함께 고려하게 됐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본인만의 조건들을 따져가며 후보군을 좁혀나가는 식으로 선택했습니다.

대학진학과 취업진로에 대한 어머니의 생각은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진로에 대해 아이와 몇 차례 갈등은 있었습니다. 때론 선 취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접할 때마다 힘들었습니다. 마치 돈벌이시키려고 어린 아이를 빨리 사회에 내보내지 못해 안달이라는 따가운 시선과 비판적 얘기를 들을 때 마다 ‘내가 아이를 취업으로 내몰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를 먼저 경험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배우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취업을 우선 고려하게 됐습니다.

아이는 진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큰 아이도 취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를 전공하는 게 앞으로 진로에 도움이 될까’라는 막연함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와 함께 전공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하는 것은 고졸 채용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전년도 졸업생의 경우 일부 학생들이 갑자기 대입으로 진로를 바꾼 사례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 특성화고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나요.

학교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대입보다는 아이의 적성에 맞는 학교가 돼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특성화고 진학에 대한 선배 학부모들의 부정적 인식에 다소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녀들이 중학교 때 부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한 결과 부득이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기대를 반감시키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시 가장 우선으로 고려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소연이의 장래 희망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에 떠밀려 타의적 결정을 하게 되는 게 가장 우려됐습니다.

어머니가 직접 특성화고에 알아보니 어떠셨나요.

솔직히 밖에서 보는 특성화고와 학부모로서 경험하는 특성화고의 체감은 정말 달랐습니다. 교과 과정만 충실히 배운다면 필수 자격증 취득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학교생활을 들여다보니 아이의 노력이 몇 배는 더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본 교과는 물론 전공 관련 실제 기술까지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격 취득을 위해 늘 애쓰고 있는 아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특성화고를 낮춰 보는 시선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 자랑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울아이티고 장수현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인성에 중점을 둡니다. 저 역시도 동의하고요. 작은 행동 하나도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학교 분위기가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느끼고 적응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가르쳐 주고 키워주는 현장 선생님들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최근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서 취업률이 높고 진학률도 우수하다는 점은 학교와 학생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우수한 학생을 영입하고 육성하고자 실습실 등 학교 시설 확충과 최신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이유는 뭘까요.

뿌리 깊은 선입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특성화고에 진학 시킨 후 어떤 학부모가 제게 와서 ‘특성화고는 공부하지 않는 애들이 대부분이라서 면학분위기나 취업준비가 원활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는 학생,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 등은 기성세대가 규정해 버린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 등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시 위주 진학지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 여전히 특성화고를 상고, 공고, 농고 등으로 폄하하는 등 변하지 않는 현실이 마음 아플 따름입니다.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가치만으로 버거운 사회분위기, 대학만이 정답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와 더불어 교육당국의 정책이 여전히 편향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개선이 필요한 것이 여전히 많습니다.

특성화고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재학생 및 학부모의 인식 제고는 물론 자녀를 신뢰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태도의 변화도 수반돼야 합니다. 또한 학교, 교사도 우리 아이들을 더 품어줘야 합니다. 여전히 부족한 교육현장 여건의 어려움(열악한 실습 여건,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상황에서 특성화고 정책 부재 등)을 감안하면 정책적인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라는 바람을 갖습니다. 남들과 다른 진로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이 때문에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의 제고는 모두에게 요구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성화고의 장·단점을 소개 한다면요.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제도, 선 취업 후 학습 제도가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배움의 깊이가 다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공교과 및 기술을 습득하고 현장 경험을 먼저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 결코 불리한 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동시에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탐구하고 구체화 시켜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것은 특성화고 조차도 사교육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전공교과는 물론 기본 필수교과, 취업에서 요구되는 외국어 능력 등 사회가 요구하는 멀티형 인재가 돼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일반고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에 선 취업 후 학습에 필요한 3년의 재직 기간이 2년으로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이승재 기자

어머님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조언하고 지지할 수 있는 입장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 생각합니다. 미숙하기 때문에 더 성숙해질 때까지는 첨언하고 함께 조율해 가면서 바라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자제분을 둔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요.

중요한 건 아이의 목표입니다. 저도 둘째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종종 묻습니다.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무슨 직업을 갖고 싶은지’ 등이요. 당연히 어려워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쉽게 결론지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까요.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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