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베리어 프리'가 없는 대학들, 여전히 시스템 탓? 비대면 수업에 갈 곳없는 장애학생들

입력 2020-06-26 10:34   수정 2020-06-30 17:42


[한경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올해 1학기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강의 종강으로 막을 내렸다. 전국 대학들은 다음 학기에는 비대면과 대면을 혼합해 운영하겠다는 대강의 운영 방침만 공개한 상태다. 하지만 대학이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1학기 동안 배제됐던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이다. 장애학생들은 자막 없는 강의를 보고 시험 공부를 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 올라오는 속기록을 보고 공부해야 했다. 심지어는 대면 시험을 위해 개인적으로 시험 보조를 구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6월 4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대학 내 배리어프리 기자회견. (사진 제공=정승원 위원장)


“대학 내 배리어 프리? 여전히 '배리어' 투성”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편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각 대학은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장지원)를 설치해 재학 중인 장애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은 “학생 수에 비해 장지원의 규모가 작다. 학교 측은 장애 학생 관련 사항은 대부분 장지원에게 일임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서비스의 한계가 이번 코로나19로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대학 시스템은 비장애인 학생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그 이후에 만들어진 장지원이 이후에 입학한 장애인 학생들을 모두 감당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달 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대학생 연석회의는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와 대학의 배리어프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대학 내 소수자의 권리는 재난을 핑계로 지워졌다”며 “한 학기가 전부 지날 때까지 여전히 대학 내 행정은 장애학생들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부실했던 장애학생 지원 들통난 것”

정승원 중앙대 장애인권위원장은 실제로 1학기 온라인 강의가 확정되자 교내 장지원에 장애 학생에게 제공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인했다. 하지만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지원 서비스나 인력은 없었다. 중앙대는 이전에도 온라인 강의를 일부 개설했지만 장애 학생들은 대면 강의를 선택해왔다. 정 위원장은 “개설된 온라인 강의에 자막 서비스, 속기록 제공 등의 장애학생을 고려한 사전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번 학기 온라인 강의는 대부분 ZOOM과 같은 실시간 플랫폼을 이용해 이뤄졌다. 실시간 화상 강의 방식은 시각, 청각장애 학생에게 모두 버겁다. 정 위원장은 “청각장애 학생들은 입모양을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 시각장애 학생들 역시 실시간으로 교수님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처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특히 PPT, PDF 파일 등을 음성파일이 잘 읽히도록 변환해주는 등 대면강의 시 수업 및 시험을 도와주던 근로장학생 지원이 중단되거나 일부만 적용되며 불편이 가중됐다. 

“다음 학기 행정 방침에도 저희가 빠질까 겁나요”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장애 학생은 8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장애지원센터는 인력은 800명도 안됐다. 장애 학생이 아예 입학하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이에 서울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신영(24) 씨는 “교수님께 미리 부탁을 드려 실시간 강의가 끝나면 녹화본이 올라온다. 하지만 실시간 강의에 출석도 해야 하고 녹화본도 따로 공부해야 해 시간이 배로 걸린다. 거기에 주어진 과제양도 많아 1학기가 너무 괴로웠다”며 “학교 측에서 지원받은 것은 거의 없다. 학기 내내 고립돼 있었던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가 지속될 것을 걱정했다. 김 씨는 “학교가 2학기까지 지원 인력을 늘리고 서비스를 확장한다면 불편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 환불 여부에 관심이 쏠린 지금, 우리에게까지 학교가 신경을 쓸 지는 미지수”라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대학과 교육부 “2학기에 같은 상황 반복되지 않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안상현 건국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주임은 “1학기에 시행됐던 실시간 강의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인공지능 실시간 문자통역 서비스(소보로)를 따로 구매해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또한 기존 지원하던 도우미 프로그램 역시 신청이 있을 경우 비대면으로 자료 전달을 돕는 등의 지원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아직 2학기에 대한 대처를 따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신소영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장애학생 지원방안에 대한 안내를 담은 지침적 성격의 공문을 각 대학에 여섯 차례 보냈다.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함께 교육을 받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각 대학의 여건에 맞게 학생들의 장애유형이나 정도를 고려해 정하라고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강의에 관련된 민원, 개선안 등을 수렴해 학교 측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1학기는 지침을 안내하고 주기적으로 시행 여부를 검토하는 등의 조처로 마무리됐다. 교육부는 하반기 시작 전에는 학교별 시스템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 구축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어 그는 “학교 측이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장애학생 지원과 관련된 서비스를 교육부에서 마련해도 각 대학의 홍보가 부족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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