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지옥 같은 출근, 퇴사가 답인가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입력 2020-06-30 23:29   수정 2020-07-03 10:09

[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부서 차장급인 A씨는 회사에서 직속 부장 B씨의 갑질과 폭언 등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 팀장은 퇴근시간 이후 갑작스런 회의에 A씨를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내 얘기 제대로 안 듣는 거냐, X발 화나게” 등 폭언을 일삼았다. A씨와 감정적으로 사이가 나빠지자 팀 회의와 업무에서 배제하기도 하는 등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이 사실을 알게 된 회사 대표는 팀별로 대표실에 불러 A와 B씨를 권고사직, 부서 이동, 3개월 감봉 중 어떤 것이 적절할지 물었다. A씨는 대표의 이러한 조치로 회사 전 직원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에 수치심을 느꼈다. 팀장의 태도는 더욱 뻔뻔해지고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기 시작했다.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고 현장에 나온 근로감독관(감독관)은 업무배제로 해석하고 노동청에 사건을 넘겼다. 노동청은 가해자인 B씨를 지목해 A씨를 비롯해 다른 팀원들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직접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후 A씨에 대한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종결됐다. 회사에서는 가해자 B씨에 대한 특별한 조치없이 A씨 등 팀원들을 각자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다.
7월 16일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하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는데 노동청은 회사가 다시 조사하도록 했다"며 “진정제기 전 회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몇 번이고 면담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제기를 하면 조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의미 없이 종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기간 매일 회사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출근했고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현재 개정된 근로기준법 76조 2항에서는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노동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일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처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 31일까지 처리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사건 2739건 중 근로감독관이 검찰로 송치한 사건은 22건(0.8%)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무성의하게 조사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있어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근로감독관이 조사할 수 있는 범위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서”라고 덧붙였다.
김효신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보니, 체계적인 인사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은 특히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고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인사팀이 조직돼 있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여건이 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별도 인사관리 팀이 없고 대표 1인체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괴롭힘 사건에 대한 조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괴롭힘 가해자가 회사 대표자이거나 혹은 부장급이더라도 대표의 신복’ 같은 존재인 경우 피해자가 괴롭힘 신고를 하더라도 신고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회사에 신고됐으니 조사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어 언발에 오줌누기보여주기 식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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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괴롭힙 금지법이란 근본적으로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것이며 각 사업장 내에서 괴롭힘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괴롭힘 사건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부당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한다면 그것에 대한 벌금형 제도는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해당 법에 관련한 매뉴얼을 만들고 직장 내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등 조직 내에서 괴롭힘 금지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 2개소를 시범운영했던 것을 올 3월부터는 서울ㆍ강원, 인천ㆍ경기북부 등에 상담센터 8개소를 확대·운영 중이다. 이들 상담센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본인이 입은 피해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실제 법적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장 궁금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에서 갑질 및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한 피해자 L씨는 상담센터를 통해 괴롭힘에 해당되는 사건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고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근본적으로 회사에서 조직문화 개선과 제도 마련에 힘쓰지 않으면 괴롭힘 상담이나 신고 체계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괴롭힘 금지법 관련 상담 희망자는 상담센터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내선번호를 통해 원하는 지역의 상담센터로 연결 받을 수 있다. 방문상담을 원하면 전화로 상담일자와 시간을 예약하고 센터에 방문하면 된다. 공인노무사 등 전문상담전문가가 각 센터별로 1~2명씩 상주해 신청자에게 배정된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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