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배라며 접근…" 대학 내 ‘포교 활동’에 피해 입은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입력 2020-07-01 19:16   수정 2020-07-14 14:45


[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고도희 대학생 기자] 5월 고려대 에브리타임에서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지나친 포교를 하는 동아리 A가 논란이 됐다. A 동아리는 고려대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가입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행사가 취소된 신입생들의 아쉬움을 공략해 ‘밥약(식사 약속)’을 해준다는 이유로 새내기들을 부르기 시작하더니 점점 종교모임 참석을 유도했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 새내기 한 명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사건이 공론화됐다.







△해당 게시글은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샀다.(사진출처=고려대 에브리타임 캡처)

이는 비단 A 동아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학생들이 입학하기 전부터 다양한 단체에서 포교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수시 면접, 새내기 새로배움터, 교내 영어능력평가 등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라면 예외가 없다. 하지만 비종교인 입장에서 이러한 포교 방식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정식으로 공인된 종교가 아니라 이단도 있기 때문에 대학 내 종교단체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피해 학생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①수시 면접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났나

김민주(21): 2018년 고려대 수시면접 당일 경영관 근처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을 만났다.

박규민(21): 2018년 고려대 수시면접 당일 국제관 2층 입구 앞에서 50대로 보이는 여성을 만났다.

유은비(21): 2018년 서울대 수시면접 당일 학교 밖으로 나오는 길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을 만났다.

이장호(21): 2018년 서울대 수시면접 당일 사회과학관 출구 바로 앞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을 만났다.

어떻게 접근했나

김민주: 자신을 고려대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하며 면접은 잘 봤는지 물어봤다. 내가 외면하는데도 자꾸 따라왔다. 전화번호를 요구하길래 거절했더니 본인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합격하면 연락하라고, 그럼 밥을 사주겠다고 말했다. 

박규민: 면접 보러 왔냐고 말을 걸었다. 지원한 과와 입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고, 자신을 고려대 종교동아리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졸업생이 활동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그때는 믿었다. 

유은비: 면접 보느라 수고했다며 설문지 작성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본교 학생회 소속인 줄 알고 수락했는데, 설문지가 좀 이상했다. 면접 소감을 묻는 것부터 안 먹는 음식이 있는지, 좋아하는 스포츠는 무엇인지 등 전혀 관계가 없는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지막 질문은 신과 종교에 관해 묻는 내용이었다.

이장호: 대뜸 고생했다며 악수를 요청했다. 자신을 서울대 선배라고 소개하며 대학에 정말 좋은 모임이 있다고 회유했다. 일부러 다른 종교를 믿는다고 대답하자 그래도 인맥을 키워야 한다면서 설문조사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가방이 무거워 보인다며 들어준다는 명목으로 반강제적으로 가방을 가져갔고, 설문지를 다 작성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았다.

당시의 기분은

김민주: 어이없었다. 면접 때문에 경황이 없었는데, 피해도 끊임없이 말을 걸어서 화가 났다.

박규민: 면접을 앞두고 있어서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고, 가고 싶은 학교 선배님이라길래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나중에 면접자들, 간절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하는 동아리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황당하고 불쾌했다. 

유은비: 그때는 요령이 없어서 요구사항을 다 들어줬었는데, 상당히 불쾌했다. 계속 만나자고 전화가 올 때는 무섭기도 했다. 

이장호: 무서웠다. 그들은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자며 학부모들 눈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계속 시도했다.



△사진은 기자가 수시 면접 날 만난 종교인들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다. 면접 후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말을 걸기 시작했고, 전화번호를 물어보더니 계속 연락을 이어가려고 시도했다.

②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 및 교내 영어능력평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났나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B(22): 2018년 고려대 새터 첫날 안암역에서 본교 종교동아리 소속 여성을 만났다.

이장호(21): 2019년 고려대 신입생들이 치르는 영어능력평가 당일 안암역 앞에서 본교 종교동아리 소속 남성 1명, 여성 1명을 만났다.

임승하(21): 2019년 고려대 새터 첫날 안암역에서 본교 종교동아리 소속 여성을 만났다.

어떻게 접근했나

B: 신입생이냐고 물어본 다음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좋은 선후배 관계를 갖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대화를 그다지 이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본교 선배라는 점이 걸려 계속 웃으며 응대했다. 나중에 수강신청과 시간표를 짤 때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수강신청 이후로 다시 연락한 적은 없다.

이장호: 시험장까지 가는 길을 잘 모르는 티가 났는지 다가와서 길을 알려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동의 없이 계속 따라왔다. 그들을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근처 문구점에 들렸는데, 문구점까지 따라 들어와서 말을 걸었다. 종교단체 안 한다고 선을 그었으나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임승하: “고대생이냐, 새내기냐, 새터 가냐”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새내기 생활을 잘 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 새내기 생활을 잘 하려면 동아리가 중요하다며 본인이 속한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설득했다. 대화 중간중간에 신을 믿는지, 종교는 있는지도 물어봤다. 

당시의 기분은

B: 설문조사의 내용은 종교적 색채를 거의 띠지 않았고, 말을 건 사람도 친근하게 대해줘서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낯선 장소에 있는 신입생들에게 본교 선배라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뿌리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은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이장호: 전화번호를 요구해서 다른 번호를 알려줬더니 즉시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고 했다.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다.

임승하: 동아리에 관심도 없고 들어갈 생각도 없는데 계속 따라와서 좀 귀찮았다. 학기 시작하고 나서 밥약하자고 전화가 한 번 왔는데, 이번 달에 시간이 너무 없어서 안 된다고 둘러댔다. 그 이후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오해와 불신 커지는 대학 내 종교단체…해결책은?

평범한 학생들이 서로를 믿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C(21) 씨는 “전공 과제에 사용할 설문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차갑고 공격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종교단체들이 교내나 학교 근처에서 설문조사로 위장한 포교 활동을 많이 벌인 탓에 설문조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빠진 것이다.

학생들은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목적을 명시하는 포교 활동에는 거부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다. 대학생 정영희(20) 씨는 경희대 수시면접을 보러 갔을 때의 경험을 예시로 들었다. 정 씨는 “그날 만난 여성분은 종교적인 측면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면접 보느라 수고했다면서 과자를 주셨다. 학교 분위기도 낯설고 무서웠는데, 과자를 받자 안심되는 기분도 들었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지원(20) 씨는 포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사용해 자신들이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이 씨는 “학교 차원에서 무분별한 포교를 막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u >*기사 내 포교</u><u></u><u >라는 단어는 특정 종교와 무관하게 종교를 널리 편다는 사전적 의미로만 사용.</u>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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