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으로 창업하기] ‘하루 만에 피보팅?!’ 옷장에 놀고있는 ‘90년대 패션’으로 빈티지숍 오픈… 기자의 투잡체험기

입력 2020-07-14 10:36  

[0원으로 창업하기] ‘하루 만에 피보팅?!’ 옷장에 놀고있는 ‘90년대 패션’으로 빈티지숍 오픈… 기자의 투잡체험기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정말 0원으로 창업이 가능할까. 창업을 미리 경험해보고 싶은 대학생도, 늘 ‘투잡’을 갈망하는 직장인도 정말 쉽게 창업을 할 수 있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기자가 직접 떼돈을 벌기 위해 나섰다. 첫 단계는 가장 흔하게 쓰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시도했다. 장점은 마음만 먹으면 단 10분만에 내 사업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따로 사업자를 등록할 필요 없이 판매지에 집주소를 등록하면 된다.









△ 기자가 개설한 땅콩마트 판매 페이지





Day 1. 야심찬 창업 아이템은 2시간 만에 중국어 마스터하기

첫 아이템은 대학 전공인 중국어 강습이었다. 대신 단순 강습이 아니라 2시간만에 ‘중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것. 긴 인생의 단 2시간만 투자하면 면접 때 써먹을 중국어 자기소개나 회식 때 선보일 중국어 노래를 배워갈 수 있는 강의다. 

나름 마케팅 전략도 세웠다. 중국어, 2시간만 경험해도 무려 면접 때 중국어로 인사를 할 수 있고, 중국어 노래를 부를 수 있고 회식 때 중국어 개인기를 할 수 있고, 자녀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다.

하지만 첫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레슨이나 강습은 사업자등록이 필요했던 것. 아마 대면 서비스이다 보니 신분을 보증해야 하는 취지인 듯 했다. 당장은 시간이 부족했기에 우선 ‘기타 카테고리의 원데이클래스에 등록을 하고 강의를 열었다.



△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오픈 첫 단계는 상호와 상품 카테고리, 가격, 배송비 등을 입력하는 것. 이 작업만으로도 5분만에 내 가게를 열 수 있다.





Day 2. 하루 만에 눈물의 피보팅

큰 ‘집착’ 없이 열었던 스토어인데 막상 내 가게(?)를 열고나니 계속 신경이 쓰였다. 판매자센터에서 수시로 반응을 확인해봤지만 이틀 연속 구매자 0명. 문득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레슨이나 외국어 교류는 네이버보다는 소모임 플랫폼이나 학원을 더 많이 이용해서라고 결론짓고 결국 피보팅(?)을 결정했다. 

네이버는 주로 물건을 소싱해오거나 하는 등 기존에 가진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내가 가진 것 중 판매가 가능한 것을 고민하다가 홍대 등지에 불고 있는 ‘빈티지’ 열풍에 주목했다. 최근 홍대, 강남 등 번화가에 부쩍 ‘빈티지숍’이 많이 보인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중고의류를 가져다 판매하는 형태다. 명품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보세 역시 해외의 제품이기에 국내에 없는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의 인기를 많이 받고 있다.



△ 요즘 강남, 홍대 등에서 쉽게 눈에 띄는 빈티지숍


게다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곱창밴드, 집게핀 등 90년대 패션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둘을 접목시켜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렇다. 실은 옷장에서 놀고 있는 옷들을 판매하는 거다. 대신 가격을 모두 1000원으로 ‘최저가’로 맞췄다. 나름의 판매 전략이다. 옷장의 수많은 옷들 중 실제 90년대 패션을 찾기 위해 관련 이미지를 열심히 뒤졌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옷들을 선별했다.

아이템을 올리는 과정은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가격이나 배송형태 등은 주어진 디폴트에 채워넣기만 하면 된다. 관건은 제품 상세페이지인데, 기존 네이버 블로그나 포스트와 게재 형식이 비슷해서 어렵지않게 꾸밀 수 있었다.



“마켓 등록 축하드립니다! 대표님께만 특별히 광고 이벤트 서비스를 드려요”

마켓 오픈 이틀째. 돌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도희 대표님이시죠?’라는 첫 마디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곤 내 마켓이 정상 등록됐다며 담당 대리가 각 3명만 특별히 선정해 광고 이벤트 서비스를 준다고 했다. 내 마켓을 등록해주고, 나를 특별히 선정해 서비스를 준다고 하니 당연히 상대방이 네이버 관계인줄로만 알았다.

“상품을 연관 단어로 검색하면 최상단 파워링크로 노출시켜주는 광고예요. 대표님이 신규 고객이시니까 3년간 광고비용을 면제해드려요.”

“그럼 아예 내는 돈이 없는 건가요.”

“아 아뇨. 월 3만원 관리비용만 받는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 원래 파워링크에 등록하면 클릭당 비용으로 월 평균 500만원은 들어요. 많게는 몇 천만원도 드는데 이걸 면제해드립니다. 파워링크도 순위가 있어서 첫 페이지 첫 면부터 순위를 입찰해 순위 입찰비용도 들어가거든요.” ” 

“그런데 지금 전화주신 곳이 네이버 아닌가요.아니면 제휴사인가요?”

“아 저희는 그런 건 아니고...



알고보니 이들 전화는 마켓을 등록한 순간 들이닥친다. 특별히 돈을 떼먹거나 할 일은 없지만 잘못하다간 약정으로 해약 수수료를 물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또 막상 가입을 한 후에는 사후관리가 거의 없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네이버는 검색광고 공식대행사 목록을 정리해뒀다. 아울러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센터 페이지에 네이버 및 네이버 제휴사 사칭 검색사광고 피해 주의 안내 게시글도 올려놓았으니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Day 3. 개점 5일 만에 유입자 ‘1명 

마켓 오픈 3일째지만 고객은 0명. 심지어 조회수도 0회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나의 상점을 등록해놓으니 매일 들어와 반응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다시 이틀 뒤, 여느 때처럼 페이지에 들어왔는데 무려 유입자가 한 명이 생겼다. 특별히 광고를 돌리거나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일단은 내 가게에 누군가 일부러 들어왔다는 게 고무적이다. 앞으로 시간과 전략을 조금 더 투자하면 충분히 투잡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도 같다.

아이템이 아이템이다 보니, 길거리를 다니면서 빈티지숍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버릇도 생겼다. 아직은 대부분 해외의 보세나 명품 위주이기 때문에, 90년대 한국의 패션을 판매하는 ‘땅콩마트’를 키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Day 7. 첫 주문이 들어오다

‘띵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울린 알림음에 문자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세상에, 신규 주문이 들어왔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문서를 보니 진짜였다. 무려 부산에 사는 고객이 가방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배송비와 함께 총 3500원을 결제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가방 하나를 배송할 것을 생각하자 아득해졌다. 잠시 제쳐두고 회사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네이버 알림이 떴다. 다름 아닌 구매자의 메시지였다. ‘배송은 언제 되나요’. 순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스쳐갔다. 아 이게 바로 부캐구나…

구매자의 입장에서 배송은 늦어서는 안 되기에 네이버 담당자에게 배송방법을 물으며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론은 남는 게 없다는 것. 처음에 배송비를 보통의 판매자와 같이 2500원으로 책정했는데, 이 금액은 특정 택배회사와 장기로 계약을 맺었을 때 효과가 있는 거고, 이번 건처럼 1개를 직접 택배로 부칠 때는 택배비가 2500원 이상이 필요했다. 게다가 상품 금액 1000원에서 수수료를 제외하니 900원 정도가 남는데 택배비를 빼면 사실상 수익은 0원인 셈이었다.



‘좋은 공부했다’치고 수락할까도 싶었지만, 어설픈 판매자로 인해 괜히 구매자가 피해를 볼 것 같아 고민하다가 결국 양해를 구하고 환불처리를 하기로 했다. 

첫 판매였기에 환불처리는 개인적으로 아쉬웠지만 배운 건, 한 두 건을 판매하기에는 역시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이 낫겠다라는 것. 다만 이번에 용기를 얻어서 다음 번에는 대량으로 판매 가능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소싱해 네이버에 판매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는 대다수의 직장인이여 용기를 내 보시라. 물론 거대공룡의 플랫폼을 빌린, 정식 창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무언가를 돈을 주고 판매할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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