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학생에게 답을 묻다 ③] 대학생활을 꿈꾸는 대학생들... 코로나 속 20학번 이야기

입력 2020-10-12 11:24   수정 2020-10-15 12:05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전자민 대학생기자] 최근 ‘코로나 학번’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기대했던 캠퍼스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20학번 신입생들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힘든 수험생 시기를 거쳐 기대와 설렘을 안고 입학한 대학교에서 이들은 머릿속으로 그리던 대학생활을 펼쳐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는 20학번 신입생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이들의 답답한 심경을 담아보았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위 사진은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글이다. 다소 유머스러운 성격의 짧은 글이지만 해당 게시글은 20학번 신입생들로부터 많은 공감과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현시점에도 각 대학 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학번 새내기의 심경을 토로하는 여러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오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20학번 신입생들은 제대로 된 강의실 수업 한 번조차 들을 수 없었다. 일부 신입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방식을 놓고 마치 고등학교 4학년이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어느덧 이들에게는 ‘캠퍼스 라이프’ 라는 대학생들의 당연한 일상이 소박한 바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희도 동아리 활동, 대학 축제 경험해보고 싶어요”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동아리 활동과 대학 축제 모두 20학번 신입생들에게는 그저 남 이야기일 뿐이다. 각 대학의 중앙동아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제히 부원 모집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원규연(가천대 1) 씨는 “동아리는 대학 생활 중 가장 기대가 컸던 부분이다. 1학기에는 동아리 모집 공고조차 보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동아리 부원 모집에 차질이 생기자 신입생들뿐만 아니라, 기존 재학생들 역시 적지 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광운대의 약 50명 규모의 어쿠스틱 음악 동아리 부원들은 “새로운 신입 기수 학생들과의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했다.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안정화돼 정상적인 동아리 활동을 진행해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2019 광운대 축제 현장

신입생들이 큰 관심을 가졌던 축제 역시 취소됐다. 온라인 축제의 형식으로 명사 초청 강연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신입생들에게 ‘온라인’ 형식의 프로그램은 더이상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지후(광운대 1) 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동아리와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참여형 활동들을 기대해 왔다. 현실은 온라인 강의 수강 외에 아무런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아리를 통한 선후배들간의 친목 도모, 대학 축제 속 부스 운영, 공연 관람 등 뜨거운 대학생활의 열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던 20학번 새내기들의 실망감이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사진= 유웨이 어플라이

“반수? 군대?” 학교를 떠나는 ‘코로나 학번’

교육평가 기관 유웨이가 20학번 신입생 738명을 대상으로 2021학년도 대입 반수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5%가 반수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응답 결과이지만, 역대 평균 반수율 수치가 24% 내외임을 감안하면 큰 숫자다. 이유로는 지난해 입시 결과에 대한 아쉬움과 코로나 사태 속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교 소속감 저하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학번 세대에서 처음 등장한 ‘학교 소속감 저하’의 원인은 이번 2021년 대학 입시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이번 해 실제 반수율이 얼마나 큰 폭으로 증가할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지각 변동은 분명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빠른 군 입대를 결정하는 학생들 또한 늘고 있다. 박동현(가명, 20) 씨는 20학번 신입생이지만 한 학기 만에 휴학 결정을 내린 뒤 11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박씨는 ”언제 코로나19가 안정화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군 입대를 앞당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기대했던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한 채 입대를 하게 되어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남학생들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로 군 입대 시기를 결정하는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한산한 광운대 캠퍼스 전경

코로나19는 20학번 신입생들이 그리던 캠퍼스 라이프를 빼앗아 갔다. 어쩌면 한 번뿐인 새내기 생활을 허무하게 날린 ‘코로나 학번’ 신입생들은 각자만의 아쉬움 들을 가지고 있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찾아온 한산한 캠퍼스가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일까. 20학번 새내기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비롯해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올 그날까지 우리 모두의 사회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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