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사이에 친구 있다vs없다' SNS 점령한 성 관념 콘텐츠 갑론을박

입력 2020-11-30 10:44   수정 2020-11-30 20:41


-‘여자·남자 특징 공감’ 등 특정 상황 속 성별을 보편화하는 콘텐츠가 성행




-전문가 “남성의 카리스마, 여성의 질투 등 이분법에 바탕한 사회적 편견 존재”




-‘이성애·유성애 정상화’를 반영하는 콘텐츠가 사회적 정상성을 억압하기도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노유림 대학생 기자] ‘여자가 모르는 남자의 의외의 사실’, ‘여자친구 행동 이럴 때 칭찬해’. SNS에서는 ‘남성’과 ‘여성’ 두 성별로 특징을 이분화 하는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 고정관념, 성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는 일부 콘텐츠는 마치 이러한 기준을 만족해야 ‘정상’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전문가 역시 이런 콘텐츠를 향유하는 게 ‘정상성의 인증’처럼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부 사이트에서는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자들, 남자들로 구분지어 역할을 분배하고 있는 콘텐츠.


SNS ‘성별 공감’ 콘텐츠, 이거 나만 ‘불편’해?

특히 ‘남녀’라는 성별을 언급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SNS 이용자들의 공감을 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최근 한 콘텐츠를 접한 김희원(가명, 조선대 3) 씨는 “특정 성별은 미용, 성형, 코스메틱 등 ‘예쁨’과 관련된 정보만이 부각된다. 성별에 따라 취향이나 특징을 나누는 콘텐츠의 방향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노출되는 SNS 콘텐츠는 대부분 카드뉴스 형태로 제작된다. 소재는 연예, 유머 등 다양하다. 특히 ‘남녀’라는 성별을 언급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SNS 이용자들의 공감을 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페이스북 ‘ㅇ’페이지 관리자에 따르면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은 10대부터 30대까지다. 

김성민(가명, 서울대 3) 씨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해당 게시물에 애인을 태그하는 SNS 이용자들이 꽤 많은 걸 보면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사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콘텐츠들은 자칫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 관계를 맺는 데 불편함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애형태, 추세 등을 이성애로 규정짓는 흐름의 콘텐츠.


연애형태, 추세 등을 ‘일반화’하는 콘텐츠, 그저 재밌기만 한가

성별 특징을 일반화 하는 것 외에도 ‘연애를 일반화 하는’ 콘텐츠가 많아지는 것 역시 문제로 꼽혔다. SNS에는 ‘남녀사이에 친구 있다vs없다’, ‘000하는 남사친 심리’등의 제목을 달고 이성 간 관계를 성애적인 것으로만 규정하는 콘텐츠도 많다. 

김희원 씨는 “해당 콘텐츠들은 암묵적으로 연애를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이성간 관계에서 연애를 강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은성 씨 역시 “미성년자들이 자주 접하는 SNS에 이런 콘텐츠를 자꾸 노출해 연애를 ‘공식’화 하고 있다”며 남녀 간 관계를 성애적으로만 엮으려는 분위기를 문제삼았다. 

또 ‘동성 여자 친구들과 어디까지 가능?’등의 콘텐츠는 남녀 관계 속 이성애만을 ‘정상연애’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조은성 씨는 성 고정관념을 반영한 콘텐츠에 대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인 만큼 성별로 타인을 재고 나누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성민 씨는 “연애 콘텐츠에 공통된 공식이 있는 만큼 이성과 동성을 가리지 않고 연애 ‘공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예외가 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SNS 내 성별 특징을 반영한 콘텐츠는 특정 행동 양식을 일반화하거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든다. 


성 고정관념 담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콘텐츠, 어떤 문제 부르나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미디어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떨까. 취재에 응한 대학생들은 이러한 자극적인 미디어들이 꾸준히 소비된다면 편견은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 ‘ㅇ’페이지 관리자는 “페이지를 운영하며 성차별이라고 크게 느낀 적은 없었다”며 “해당 콘텐츠는 오히려 여성, 남성이라는 이유로 타 성별과 달리 차등이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지적한다”며 남녀평등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SNS 내 성 고정관념을 담은 콘텐츠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유민 서울YWCA여성운동국 활동가는 “성별을 이분화하고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건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남자/여자는~하다’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정상적인’ 여상, 남성상을 규정하는 건 다양성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권혜주 동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 역시 이런 SNS 카드뉴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권했다. 그는 “대중의 인식 속 관습적으로 잡혀있던 성역할 고정관념을 구체적 이미지와 문장으로 편집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가 문제다. 사회적 편견이 누구에 의해, 어떤 맥락에서 생산되는지 고민 없이 재생산 된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SNS 내 콘텐츠는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해서 만들어지기에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 

강유민 활동가는 “‘여성에 비해 남성은 성적 본능에 약하다’처럼 여성은 순종적, 남성은 적극적 가치를 은연중 강조하기도 한다”며 젊은 청년층에 “콘텐츠가 유통될수록 전통적 성 역할이 전제된 차별적 인식이 재생산 된다”고 문제점을 설명했다.

“문제해결 위해 시민들이 함께 비판적으로 얘기하고 토론 이뤄야”

‘성별 이분법’을 적용한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ㅇ’페이지 관리자는 “페이스북에서 연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유머나 여행, 맛집 콘텐츠보다 평균적으로 1~2천 조회수가 더 나온다”고 답했다. 즉 SNS 내 소비층이 많을수록 관련 콘텐츠도 계속 제작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학생과 전문가 모두 성 차별 및 성 고정관념과 관련한 콘텐츠가 줄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수익과 직결되는 조회수나 추천을 위해 자극적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플랫폼에서 꼼꼼한 모니터링을 통해 차별적 콘텐츠를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 씨는 “성별 특징 등을 이분화 해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모두 같은 ‘사람’임을 공감 요소로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유민 활동가는 “SNS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재미’를 위해 생산되는 게 많다”며 “이러한 내용이 재미가 아닌 ‘차별’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문제 제기를 통해 콘텐츠가 지양되는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권혜주 사무국장은 이에 더해 “소비자 개인이 판단하도록 책임을 두지 않고 시민들이 함께 비판적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노유림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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