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배리어프리①] 자막, 수어통역 없으면 청각장애 학생들은 어떻게 수업을 듣나요?

입력 2020-12-03 19:35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배리어프리①] 자막, 수어통역 없으면 청각장애 학생들은 어떻게 수업을 듣나요?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정예은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전국의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강의 체제를 돌입했다. 화상회의 앱을 통해 진행되는 실시간 수업과 온라인 동영상 탑재 수업을 병행해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떠오르면서 또 다른 장벽을 마주하게 된 이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 학생들이다.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자막 없이 동영상 강의가 제공되고 있다.



이들은 실시간 수어 동시통역 기능이나 자막이 제공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일부 자막을 제공해주는 경우에도 자막 제작 작업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진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각 대학에서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습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의 이동 및 학습활동을 지원하는 도우미들은 일반 교육지원 인력(이하 일반 인력)과 속기, 수어통역 등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 교육지원 인력(이하 전문 인력)으로 구분된다. 일반 인력과 전문 인력은 경력과 전문성에서 큰 차이가 있어 장애 학생들은 전문 인력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예산 문제로 전문 인력보다는 일반 인력 위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여전히 학업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한다.

올 3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과 한국농아인협회 등 6개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온라인 강의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청각 장애 학생들도 원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학습물에 자막과 수어통역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진정 신청 이후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청각장애 학생들이 느끼는 교육 장벽은 조금 낮아졌을까.



△지난 3월 한국농아인협회 등 6개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학생대표 임지현 씨는 “자막 제공에 관해서는 조금 확대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학습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에서는 상황이 더 안 좋다”며 아직도 대학의 지원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나 수어 통역이 가능한 전문 인력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반 인력은 전문 인력에 비해 수어통역, 속기 등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장애학생들에게 수업 내용을 온전히 전달해줄 수 없다. 

2020년 대학알리미 공시정보에 따르면 전국 246개의 대학 중 전문 인력을 갖춘 대학은 40개교뿐이었다. 이마저도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지역) 소재 대학을 제외하면 14개교만이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중증장애 학생이 재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학교도 태반이었다. 교육부의 지원과는 별개로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을 지원하는 학교는 단 6곳뿐이었다. 



△전문 인력을 갖춘 학교 비율. (사진=대학알리미 공시정보 ‘장애학생지원체제 구축 및 운영 현황’)

나사렛대는 학교 자체적으로 9명의 전문 인력을 고용해 녹화 강의와 실시간 강의에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잠시 대면강의가 진행되던 지난 1학기에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서 동시 수어통역을 제공하기도 했다. 나사렛대는 장애학생 지원을 위해 연간 5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장애학생 지원을 위한 여유 있는 예산을 투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 도우미가 있는 학교도 모든 장애 학생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장애학생의 수에 비해 전문 도우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학생 대비 전문 인력이 10%도 되지 않는 학교들도 많았고, 단 한 명의 장애학생도 장애지원 서비스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학교들도 있었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교육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두가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받는 것은 먼 미래로 보인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교육의 형태로 비대면 원격강의가 제시되면서 장애학생들은 교육 영역에서 새로운 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책임자는 해당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보조인력, 수어통역, 속기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가진다. 이렇게 법안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장애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류원상 나사렛대 장애학생지원센터 계장은 “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 장애학생들의 학습권, 교육권에 대한 민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장애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교육 장벽으로 떠오른 비대면 원격 강의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애학생 학습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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