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에 드러난 대학생의 민낯…대학 커뮤니티에 ‘족보’ 검색하니

입력 2020-12-10 12:15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조민지 대학생 기자] 독일에서 유일한 객관식 시험은 운전면허 시험뿐이다. 모든 시험이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비단 독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글쓰기를 강조하는 입시는 선진국 교육의 큰 흐름이다. 글 읽기와 글쓰기를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이 참고서와 문제집으로 내신과 수능 시험에 몰두할 때 선진국 청소년들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글을 쓴다. 수많은 주제로 자료를 찾아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급우들에게 비평을 받는다. 



△jtbc 차이나는클라스 캡처 화면.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대학은 진로 중 하나로, 다른 나라는 더 많은 경로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학생 경험을 중시해 선발하거나 진로를 찾을 수 있게 한다. 반면 한국은 전체적 관점에서 교육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으면서도 실제 그러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 동기 및 목표가 불분명한 채 대학의 간판만 보고 들어가 결국 대학 생활에 녹아들지도 못하고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한다고 조용히 사라지는 학생들이 매해 넘쳐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청년 대학 진학률 2위임에도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은 74%에 불과하다. 이런 결과엔 최종 교육기관과 학생의 책임은 얼마나 있을까? 시험의 목적은 시험을 치르는 사람의 실력을 체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학에서 치러지고 있는 시험은 그 사람의 진짜 실력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졸업을 위한 점수 채우기에 불과하다. 서술형 시험을 볼 때도 학생들은 시험을 위한 암기만 하고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기억에서 삭제시킨다. 즉, 정답을 암기해서 그대로 옮겨야만 고학점을 얻을 수 있다. 



지난 학기, 코로나19로 인해 각 대학교들이 시험을 온라인 시험으로 변경하대학생들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암흑의 세계에 갇혀 있던 얘기들이 수면위로 뜬 것이다. “집단 지성을 이용하자”고 말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는 한 학기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번 학기의 경우 각 대학교의 자유게시판들에선 아직 기말고사 시험을 채팅방으로 공유하자는 게시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검색어를 바꿔 족보라고 검색하니, 우후죽순 글들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곧 다가올 시험에 대비라도 하는 듯, 단 하나의 대학교도 빠짐없이 각 대학교 커뮤니티는 일정 금액을 주고 족보를 사고파는 글들로 가득했다. A+가 가득한 성적표 혹은 성적장학금을 받은 내역들을 첨부해 구매자 학점을 책임지기라도 할 듯이 족보 판매 이 꾸준히 올라온다.



비밀게시판 자체가 족보를 사고파는 게시판으로 바뀐 한 대학 커뮤니티는 한 학부가 따로 족보 카페와 블로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은 족보를 이용해서 시험을 보는 학우들에게 표절에 걸리지 않는 팁까지 제공하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심지어 족보 요점 정리하는 것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저작권 침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문제임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심을 쓴다는 듯 무료로 족보를 공유해준다는 게시글은 댓글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함께 족보를 공동구매 해 구독문화를 만들어내는 학교들도 있었다. 족보가 없어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해 학점이 낮게 나왔다며 속상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경쟁이 필수값이 된 상대평가라는 제도에서 족보는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꼭 필요한 문제집이 된 지 오래였다.   



대학은 취업률로 평가받는 기능 제일주의 취업 사관학교가 아니다. 본래의 대학은 크게(大) 배우는(學) 것. 학자에겐 해답을 탐구하는 진리의 상아탑이 돼야 하고, 꿈꾸는 자에게는 미래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어야 하며 꿈을 찾지 못한 이들은 꿈을 꿀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대학생들은 왜 묵묵하기만 할까. 한마디로 청춘에 걸맞지 않게 뜨겁지 못할까. 단 예외는 자신의 이득이 눈에 보일 때를 빼놓고 말이다. 족보를 사고파는 글들이 넘치는데도 다들 방관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곳들이 넘쳤다. 여러 학교의 족보와 관련된 게시글 중, 문제를 제기했던 글은 단 세 개뿐이니 말이다.

“등용한 그 사람은 사람의 자격에 따라 책임을 주고, 등용을 당하는 사람은 역시 자기 재주대로 힘을 다하기 때문에 나라가 다스려져 늘 부강의 길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허균은 얘기했다.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는데 과연 어디서부터 고학력 대표국가의 교육이 잘못된 것일까? 허균의 유재론을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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