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올해 목표는 살아남기” 취준생부터 소상공인까지 ‘잿빛 새해 목표’

입력 2021-01-07 14:52   수정 2021-01-07 19:26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광진구에서 8년째 고기 집을 운영 중인 상인 김인호(가명, 37) 씨는 올해 목표로 ‘광진구에서 버티기’를 꼽았다. 그는 “2020년은 가게를 쉬는 날이 참 많았다. 연말이면 떠들썩해야 하는 거리는 잠잠했고 매출은 반 토막 난 후 오를 줄을 모른다”며 “올해는 배달 지원도 해보고 가게 운영을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은 생각 중이다. 2020년을 위해 마련한 대책들은 하나도 쓸모없게 돼 두렵기도 하다”며 새해를 맞이한 소감을 말했다. 



저녁 시간임에도 휑한 건대 맛의 거리 입구.(사진=조수빈 기자)


“올해도 예측은 불가능하겠지만,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봐요” 버티기 들어가는 소상공인들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각 동네를 지키던 터줏대감격인 가게들이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씩 자리를 떠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020년 10월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19 재확산 이후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사업장 경영비용 중 가장 부담 되는 항목으로 ‘임대료(69.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운영하는 사업장의 전망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음’, ‘폐업 상태 일 것 같음’ 등 부정적 전망이 77.8%로 과반을 차지했다. 

올해로 가게 운영 8년차를 맞은 소상공인 김인호(가명,37) 씨는 2020년을 가게 개업 이후 최악의 시기로 꼽았다. 김 씨에게는 거리두기의 지지부진한 연장, 온라인 강의로 인해 줄어든 대학생 수, 문을 닫기 시작한 주변 가게 등이 큰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왔다. 

김 씨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 등으로 임대료에 대한 혜택을 받았다. 김 씨는 “문을 열어도 손님이 올 거라는 확신이 없으니 가게 문을 닫는 시간도 많았다. 주변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앞 가게는 10년이 넘게 장사한 곳인데 결국 임대를 내놨다”며 지난 1년을 회고했다. 

김 씨는 배달 옵션을 추가해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을 올해 계획으로 잡았다. 외출을 자제하는 동시에 늘어난 것은 배달 전문 업체다. 특히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집에서 요리하기 힘든 삼겹살이나 냉면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배달 전문 음식점이 늘어났다. 김 씨는 “매장 운영 시간 동안 배달이 들어오면 직접 손님용 불판에서 구워 나가는 식으로 최대한 매장에서 먹는 느낌을 재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카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홍대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원희(가명, 39) 씨는 2021년을 맞아 모든 메뉴에서 500원을 할인해서 판매하기로 했다. 박 씨는 “현재 확진자 추세를 보면 당분간은 카페를 이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꾸준히 테이크아웃을 위해 카페를 방문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전 메뉴 할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올해 목표는 ‘버티기’라며 디저트 테이크아웃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전과 달리 조용한 홍대 길거리.(사진=조수빈 기자)


“생각보다 친절하지 않은 한국에 상처 입었죠” 혹독한 한국 적응기 겪은 외국인 유학생들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상황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갑작스러운 기숙사 폐쇄 등으로 인해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20년 교환학생 과정으로 한국에 들어온 중국 출신 류 화(24)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행정이 급박한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방적인 통보에 한국에 연고가 없는 유학생들은 생계에 직결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다수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잠정폐쇄되며 학교 근처에서 집을 구해야 했던 류 씨는 함께 들어온 유학생들과 함께 서툰 한국말로 집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학교 근처에 친구와 집을 얻어 살게 됐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외국인 기숙사가 아닌 곳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생활을 위한 학교 측의 교육 프로그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류 씨는 주소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최근 30만원 가량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또한 류 씨와 동기들은 제때 받지 못한 학사공지 때문에 교내 커뮤니티를 통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는 류 씨는 2021년 목표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안전하게 수학을 마치는 것’을 꼽았다. 류 씨는 “오프라인 수업이 적다보니까 한국어를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다. 그래서 전화 한국어나 유튜브를 활용해 한국어 공부를 더 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2021년 목표는 달라진 취업 시장에 적응하기” 공채 암흑기 지나는 취준생들

아나운서 지망생인 김지연(26) 씨의 새해 목표는 공채가 뜰 때까지 버티는 일이다. 김 씨는 “방송사에서도 아나운서 공채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특히 수도권 방송국은 입사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수도권 취업은 포기하고 지방 방송국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여전히 방송 3사 취업을 위해 공채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공채가 뜨면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를 하며 대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작년에 약 20여개의 지원서를 작성했다는 취준생 한유(27) 씨는 새해 목표로 ‘코딩 학원 등록’을 꼽았다. 한 씨는 “코로나19 이후 기업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이 비대면, AI를 위주로 흘러가는 것을 보니 코딩을 모르면 안될 것 같다”며 목표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대학에서는 필수 교양과목이나 일부 언어과목에 코딩, 프로그래밍을 접목하는 등 데이터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씨는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입사 후에 여러 가지 사업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면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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