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91> 죽은 말의 뼈를 사는 마케팅

입력 2013-01-04 10:35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만지고 가꾸며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것은 꿈이다. 꿈은 사람을 살찌우며 성장하는 자양분이 된다. 누군가는 꿈은 클수록 좋다고 하고, 한편의 다른 이들은 도달할 수 있는 꿈이어야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말하기도 한다. 꿈을 너무 꽉 쥐어 버리면 손안에서 터져버리고 너무 헐겁게 잡고 있노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 버린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연(燕)나라 소왕(昭王)의 꿈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나라를 짓밟은 제(齊)나라에 복수하는 것이었다. 복수라는 원대한 꿈을 혼자서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소왕은 늘 인재를 갈구했다. 인재에 대한 소왕의 강력한 수요와 달리 쓸 만한 인재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움켜잡고 싶은 마음을 외면하며 멀어져가는 꿈을 잡고자 소왕은 곽외(郭)를 불러 인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곽외는 뜬금없이 죽은 말을 사야 했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죽은 말을 산 이유

옛날에 어느 왕이 일천 금으로 천리마를 구하려고 하였으나 3년 동안이나 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무명의 말단 관리가 자원하여, 천리마가 있다고 소문난 곳으로 석 달이나 걸려서 갔습니다. 그러나 그 천리마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죽은 말을 오백 금을 주고 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크게 화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그 관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왕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전하, 천리마가 있는 곳은 이 곳 연나라에서 몇 달이나 걸리는 곳입니다. 천리마를 가지고 있는 자들은 연나라로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우리가 가면 말을 숨겨놓고 내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 죽은 천리마를 오백 금에 샀다는 소문이 나 보십시오. 천리마를 가진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천리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 것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1년 뒤 천리마가 실제로 세 필이나 모였다고 한다. 왕이 천리마 한 마리만 필요했다면 그 중에서 가장 좋은 한 마리를 골라 사면 될 것이다. 공급이 많아졌으니 천리마 주인끼리 경쟁이 발생해 천리마 가격이 하락하는 뜻하지 않은 혜택을 누렸을지 모른다.

이것은 전형적인 구전 마케팅(Word-of-mouth marketing, WOMM)이라고 볼 수 있다. 구전마케팅이란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과 입을 거쳐 소문으로 수요를 증가시키는 마케팅 기법이다. 가수 장기하의 노래처럼 “우우~ 풍문으로 들었소!”가 그 핵심인 것이다. 누리꾼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 또는 제품을 홍보하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상품의 소문을 내고 이슈를 만들도록 하는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이와 같은 마케팅 기법의 공통점은 소비자 스스로 판매자의 제품을 홍보하도록 유도해 제품의 수요를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더 높은 가격에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에 매출액이 증가할 것이다. 천리마 사례는 이와 반대로 천리마의 수요자인 말단관리가 구전마케팅을 활용해 공급을 증가시킨 경우다. 말단관리는 죽은 말을 오백 금에 사왔고 그 소문이 입과 입을 통해 퍼져나갔다. 천리마 주인들은 죽은 말을 오백 금에 사갔으니 천리마는 그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스스로 연나라로 찾아온 것이다.

수요를 창출한 구전 마케팅 
            
그렇다면 곽외는 왜 소왕에게 천리마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바로 자신을 활용한 구전마케팅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곽외는 천리마 이야기를 모두 전한 후에 소왕에게 자신과 같이 주변의 미천한 인재를 먼저 등용해 극진히 대접해주라고 충고했다. 사람들은 소왕이 ‘곽외와 같은 사람에게도 극진할진대 인재라면 얼마나 잘해줄까?’라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을 것이고, 생각은 입과 입을 거쳐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천하의 인재가 소왕 주변에 모여들었고, 소왕은 그들과 함께 나라를 일으키고 제나라에 원수도 갚았다고 한다. 소왕이 ‘인재를 찾습니다’라는 적극적인 구인광고를 내지 않아도 곽외를 활용한 구전마케팅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소중한 꿈을 구전마케팅으로 이룬 셈이다.

죽은 말의 뼈를 산다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구전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고전이 주는 교육적 의미는 다른 사람 또는 외부의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가까이 있는 인재나 자원부터 아끼고 우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간절한 꿈을 이루려면 소왕처럼 한 번에 너무 먼 곳을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곽외의 말처럼 주변부터 정리하고 작은 것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는 것이 지름길인 것이다. 

'買死馬骨'의 교훈

이런 의미에서 이제 발걸음을 뗀 2013년은 가장 가까운 주변인 가족을 대접해주는 것에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나의 가족이 대접받고 나의 친구가 대접받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내 지인들을 귀히 여길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통해 입력되고 입을 통해 전파되어 어느새 내가 대접받는 선순환구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그것이 꿈을 이루는 첫 단추이자 마지막 단추일지도 모른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econcha@kdi.re.kr>

이승규 <비즈니스 디자이너·미학자 indigovalley@gmail.com>


경제 용어 풀이 

▨ 구전 마케팅

Word-of-mouth marketing, WOMM

구전마케팅이란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과 입을 거쳐 소문으로 수요를 증가시키는 마케팅 기법이다. 누리꾼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 또는 제품을 홍보하는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상품의 소문을 내고 이슈를 만들도록 하는 버즈마케팅(buzz marketing)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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