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고양이로 깜짝 놀랄만큼 버는 '헬로키티 아빠'

입력 2013-01-10 15:30  

쓰지 신타로 <산리오 회장>

황금알 낳는 고양이
사탕·속옷·보석·비행기까지 '키티 세상'…라이선스 기업 800곳…年15조원 벌어

'키티 경시대회'까지 개최
피아노 치고, 춤추고, 학교 가는 키티…자녀·동생 키우는 느낌…'열혈팬' 늘려




달덩이 같은 흰 얼굴에 수염은 여섯 가닥. 눈은 새까맣고 입은 없다. 한쪽 귀엔 빨간 리본을 달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캐릭터 ‘헬로 키티’의 인상착의다. 깜찍한 외모만 보고 우습게 여긴다면 실수하는 것. 키티는 세계 70여개국에서 연간 1조2000억엔(약 15조원)을 벌어들이는 갑부다. 황금알을 낳는 ‘고양이’인 셈이다.

1974년생인 키티는 올해로 39살이 됐다. 캐릭터 평균 수명(7년)을 감안하면 ‘할머니’ 급이다. ‘키티의 아버지’ 쓰지 신타로 산리오 회장(85)이 애지중지 키워낸 덕이다. 쓰지가 키티를 키우며 세웠던 원칙은 딱 한 가지. ‘작은 선물, 환한 미소(small gift, big smile)’였다. 키티란 작은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겠다는 뜻이다.

키티가 자라면서 쓰지 회장도 훌쩍 성장했다. 작은 생활용품업체의 사장에서 일본 최대 캐릭터업체인 산리오를 이끄는 ‘거물’로 컸다. 거물이 된 뒤에도 별명은 여전히 ‘미스터 큐트’다. 항상 자식 같은 산리오 캐릭터의 인형을 질질 끌거나 짐짝처럼 옮겨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히라바야시 미키나오 산리오코리아 지사장은 쓰지 회장을 “키티를 실질적으로 키워낸 캐릭터계의 대부”라고 평했다.

◆캐릭터의 힘

쓰지가 처음 회사를 세운 건 33세이던 1960년. 11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은 뒤였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쳤던 쓰지는 100만엔을 빌려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야마나시실크센터를 열었다. 가장 신경썼던 건 제품의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샌들에 꽃무늬를, 접시엔 만화를 넣었다. 캐릭터의 힘을 일찌감치 꿰뚫어본 것이다. “품질보다 디자인, 일반 디자인보다 캐릭터가 부가가치가 높다.”

1966년 미국 장난감업체 마텔과 제휴를 맺고 바비인형을 들여온 것은 이런 확신 때문이었다. 1970년엔 스누피 라이선스도 따냈다. 문제는 캐릭터 사용료가 오르면서 생겼다. 남의 캐릭터를 갖다 쓰는 것의 한계였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자!” 그는 미대 졸업생들을 채용, 디자인 인력을 꾸렸다. 목표는 문구용품에 들어갈 동물 캐릭터였다.

강아지는 스누피, 곰은 푸가 선점하고 있었다. 남은 것은 고양이뿐이었다. 여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빨간색 옷을 입히기로 했다. 무표정한 느낌을 위해 땡그란 눈을 그리고 입은 생략했다. “사람들이 감정을 투영하기 위해선 캐릭터엔 표정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기분 좋을 때 키티를 보면 함께 웃는 것처럼, 기분 나쁠 때는 화를 내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입히는 대신 이미지로 승부를 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미키마우스는 애니메이션, 푸는 동화, 스누피는 만화책의 주인공이다. 스토리가 캐릭터를 설명한다. 그러나 키티는 성격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쓰지는 “고객들이 자신의 키티에 각자의 스토리와 성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티의 탄생 이후 회사를 캐릭터 전문기업으로 변신시켰다. “일본의 선물 문화를 바탕으로 선물 사업을 꾸리겠다”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캐릭터 개발이 선물 사업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평범한 생활용품에 예쁜 캐릭터 하나만 들어가도 누군가를 감동시킬 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키티의 취미는 ‘친구 사귀기’와 ‘우정 가꾸기’로 정했다. “캐릭터는 세상에 우정을 전하는 메신저”라는 캐릭터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회사 이름도 산리오로 바꿨다. 성스럽다는 뜻의 스페인어 ‘산(san)’과 강을 뜻하는 ‘리오(rio)’를 합쳤다. 문명이 강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산리오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서로 모여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이후 산리오가 개발한 캐릭터만 마이멜로디, 리틀트윈스타 등 450여개에 달한다. 쓰지가 ‘캐릭터 거물’로 불리게 된 이유다.

◆‘키티맘’들을 만들다

쓰지가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었다. 첫 고비는 키티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1977년에 찾아왔다. 사람들은 키티를 보고 “항상 똑같다” “질린다”고 했다. 산리오 내부에서도 “키티의 수명이 다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키티를 포기하지 않았다. 키티는 회사를 키워준 ‘딸’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대신 직원들을 모아놓고 특별연설을 했다.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쁜 시절도 있는 법. 키티는 우정의 상징이다. 절대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

젊은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공모전을 열었다. 주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키티를 그려라.’ 새로운 키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항상 앉아있던 모습의 키티는 일어나 피아노를 치고, 춤도 추고, 학교에도 갔다. 사람들은 키티의 여러 모습에 환호했다. 쓰지는 “한해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의 성장앨범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캐릭터 관련 광고는 그만뒀다. 대신 팬들과 함께 ‘키티 문화’를 꾸려갔다. 광고로 얻는 순식간의 인기보다는 팬들에게서 받는 오랜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산리오 잡지를 창간해 캐릭터 정보를 직접 제공했다. 디자이너가 키티를 그려주는 사인회는 3만회 넘게 열었다. 최근엔 키티 관련 문제를 출제해 1등을 뽑는 ‘키티 경시대회’도 개최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키티는 마니아들이 많기로 유명한 캐릭터가 됐다. 키티 팬들은 일본에서 ‘키티라(キティラ)’ 한국에선 ‘키티맘’으로 불린다.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배우 캐머런 디아즈 등도 유명한 키티라다. 이들은 주위 물건을 몽땅 키티 제품으로 바꿔놔야 만족한다. ‘산리오 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이들 덕에 나왔다. 키티라들은 키티에 대한 애정으로 사들인 주식을 웬만해선 팔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회사로 변신

2005년 또 한번의 위기가 닥쳤다. 산리오 캐릭터 제품을 파는 산리오숍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쓰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업체에 캐릭터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내부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아이디어와 다양성의 한계에 부딪쳤다는 생각이었다. 속옷·가구·화장품·도서·카드업체 등 여러 회사에 키티 라이선스를 팔았다.

현재 산리오와 제휴를 맺은 기업은 800여곳. 키티 라이선스 제품은 한 해 5만여종에 달한다. 제휴사 중엔 보석업체인 스와로브스키, 시계업체인 스와치 등 유명한 기업도 많다. 5엔짜리 사탕부터 1500만엔(약 1억80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장식품까지 있다. 대만 에바항공은 키티 비행기까지 선보였다. 헬로 키티의 성공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키티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번식하는 자기복제 고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산리오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라이선스 부문이 차지한 비율은 70%에 달했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라이선스 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쓰지는 한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실천하고 있다. 술 담배 섹스 폭력과 관련한 물건엔 절대 라이선스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 키티의 깨끗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다. “키티 캐릭터가 들어간 칼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쓰지 회장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해 있는 순수함에 대한 욕구를 정확히 포착해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견고하게 지켜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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