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 순자 "임금은 배, 백성은 물"

입력 2013-01-10 17:08  

사람 마음은 변화무쌍하고 권력은 파도에 흔들리는 배…잠시 방만하면 위태로운 법


세상은 수면 아래 흐르는 물살처럼 움직이다가 이따금 큰 풍랑으로 일렁이곤 한다. 사람들은 세상이란 물결을 스스로 헤쳐가기도 하지만 큰 흐름은 필경 거역할 수 없다. 국가의 권력은 거대한 물결 위에 뜬 큰 배와 같아서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큰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권력이란 배의 사공은 더욱 정신을 차려서 키를 잡고 노를 저어야지, 잠시도 방만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조선 초 왕권확립에 공을 세운 양촌 권근(1352~1409)은 주옹(舟翁)을 내세워 이런 인간 세상의 이치를 얘기한다. 《양촌집(陽村集)》중 ‘주옹설(舟翁說)’에서다.

‘어떤 사람이 주옹에게 물었다. “그대는 배에서 사는데, 고기를 잡는다고 하자니 낚시가 없고, 장사를 한다고 하자니 재물이 없고, 나루의 관리 노릇을 한다고 하자니 강물 가운데만 떠 있고 물가로 오가지 않습니다. 깊고 깊은 물 위에 일엽편주를 띄우고서 가없이 드넓은 만경창파를 건너갈 제 세찬 광풍이 불고 거친 파도가 일어나 돛대가 기울고 노가 부러지면, 정신은 두려워 달아나고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을 터이니, 위험을 무릅쓴 몹시 무모한 짓입니다. 그런데 그대는 도리어 이를 좋아하여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아주 떠나 돌아오지 않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주옹은 이렇게 답한다.

‘“사람의 마음은 잡으면 있고 놓으면 없어져 변화무쌍합니다. 그래서 평탄한 땅을 밟을 때는 편안하여 방자해지고, 위험한 곳에 있을 때는 떨면서 두려워합니다. 떨면서 두려워하면 조심하여 튼튼히 지킬 수 있고, 편안하여 방자하면 반드시 방탕하여 위망해지게 마련이니, 나는 차라리 위험한 곳에 있으면서 항상 조심할지언정, 편안한 곳에 살면서 스스로 방종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옹의 말은 계속된다.

‘“그리고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요, 인심(人心)은 하나의 거대한 바람인데, 미미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일신이 그 속에서 가물가물 흘러가는 것이 마치 작은 일엽편주가 드넓은 물결 위에 떠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배에서 산 뒤로부터 세상 사람을 보면 그저 편안한 것을 믿고 환란을 생각하지 않으며, 욕심을 맘껏 부리고 종말을 걱정하지 않다가 서로 풍랑 속에 빠지고 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이하여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리어 나를 위태하다 합니까.”’

초나라 굴원의 ‘어부사(漁父詞)’를 본뜬 이 글 속의 주옹이 ‘세상은 물결이요, 인심은 바람’이라 한 말처럼 적절히 인간 세상을 비유한 명구가 또 있을까. 권근이 살았던 여말선초는 왕조가 바뀐 격변기였으니, 세상·인심의 변화와 권력의 무상함을 얼마나 여실히 겪었겠는가.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순자(荀子)》에는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의 숙종은 14세 나이로 즉위하자 이 물과 배의 관계를 ‘주수도(舟水圖)’란 그림으로 그리게 해 자신의 경계로 삼았다. 오늘날 보면 국민은 물이요, 권력은 물 위에 뜬 배와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장자(莊子)》에는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다가 사람이 타지 않은 빈 배가 와서 부딪치면 아무리 마음이 좁은 사람일지라도 성내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유유자적한 삶을 비유한 것이다. 주옹이 노래로 읊은 것이 바로 이 허주(虛舟)의 삶이다. 또 주희는 물이 불어나면 큰 배도 자연히 뜬다고 했다. 성어로 수도선부(水到船浮)라 하는 이 말은 본래 진리를 탐구하는, 참된 학문의 힘이 쌓이면 애쓰지 않아도 하는 일이 절로 이치에 맞음을 비유한 것인데, 세상사 이치도 이와 같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물결로 쉬지 않고 움직인다. 잔잔한 물결은 세상을 맑게 하고 생명을 살리지만 사나운 물결은 세상을 뒤엎고 생명을 해친다. 걸핏하면 세상을 아수라의 싸움판으로 몰아가는 좌·우, 진보·보수의 대결 내지 지역 갈등은 우리 사회라는 큰 배를 기울게 하고 뒤엎을 수 있는 거친 풍랑이요, 무거운 짐이다.

이상하 <한국고전번역원 교수>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itkc.or.kr)의 ‘고전포럼-고전의 향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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