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75세 '문학소녀'

입력 2013-01-17 16:58   수정 2013-01-17 22:13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중국 후한 광무제 때 반란이 일자 마원(馬援)이란 장수가 당장 진압하겠다며 나섰다. 나이가 너무 많다며 광무제가 말렸으나 마원은 “아직 갑옷을 입고 말을 탈 수 있으니 늙었다고 할 수 없다”며 호기롭게 출정했다. 광무제는 “이 노인이야말로 노당익장(老當益壯)이군”이라며 감탄했다. 나이 들어서도 기운과 의욕이 넘친다는 ‘노익장’의 유래다. 당시 마원의 나이 62세였다.

요즘엔 65세는 돼야 경로 우대를 받으니 마원은 노인축에도 못 든다. 대다수가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도쿄노인종합연구소는 2007년 87세 노인이 1977년의 70세 노인과 맞먹는 체력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30년 동안 육체적으로 17세나 젊어졌다는 얘기다. 사회 환경이나 위생, 영양 상태가 좋아진 덕이다. 인간수명의 한계, 즉 최장(最長)수명도 기존 120년에서 15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렇다 보니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의욕과 체력, 총기(聰氣)를 자랑하는 노인도 많다. 글래디스 버릴이라는 미국 할머니는 92세였던 2010년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서 세계 최고령 완주 기록을 세웠다. 86세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다섯 번 완주했단다. ‘20세기 음악의 혁신자’로 불렸던 미국 작곡가 엘리엇 카터는 90세 이후에도 40여곡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작년 103세로 죽었다.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구로다 나쓰코(黑田夏子)라는 75세 할머니가 받았다고 한다. 주로 20~30대에게 돌아가던 상이다. 구로다 할머니는 중학교 교사, 사무원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써왔으나 본격적으로 소설에 도전한 건 은퇴 후란다. 수상작 ‘ab산고’는 실험성 강한 작품으로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02세인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99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해 100만권 이상 판매한 데 이어 얼마 전 두 번째 시집 《100세》와 사진집까지 냈다. 지난해 ‘군조(群像)신인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후지사키 가즈오(藤崎和男)는 75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손자 손녀를 둔 71세 할아버지가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됐다.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는 73세였다.

단순히 몇 살이냐보다는 몸과 정신이 얼마나 건강하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늙음을 한탄하지 않고 새 영역에 도전하며 즐기는 노인은 계속 늘어날 게 틀림없다. ‘102세 현역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의 조언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몸을 아끼지 말고 계속 움직여라. 죽는 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살려고 노력하라.”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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