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90% '강추'해야 투자…배급 영화마다 '흥행 홈런'

입력 2013-01-18 17:17   수정 2013-01-19 02:24

기업&기업人 - 파워기업인 생생토크 영화투자배급사 NEW 김우택 사장

"자유롭고 창의 존중하는 구글같은 회사 꿈꿔"

'부러진 화살''피에타'…인기·화제작 수두룩…'반창꼬'도 벌써 250만
창립이래 4년째 흑자…음악·뮤지컬도 진출




한효주와 고수가 엮는 로맨스영화 ‘반창꼬’가 작년 연말 극장가에 개봉해 18일 현재 관객 수 250만명, 티켓 매출 180억원을 기록했다. 극장 몫 절반을 제외하면 투자배급사 측 매출은 90억원. 총 제작비 55억원을 뺀 순이익은 35억원을 헤아린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는 김우택 사장이 이끄는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CJ 롯데 오리온(쇼박스) 등 국내 대기업 및 소니와 워너 등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지배하고 있는 영화 투자배급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개인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중소기업이다. 2010년과 2011년 연속 배급순위 3위에 올랐고 작년엔 4위를 기록했다. 3위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국내외 영화 44편을 배급, 12.4%의 점유율을 기록한 데 비해 NEW는 16.5편으로 1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다. 지난해엔 배급한 작품의 90% 이상이 수익을 거두며 매출 50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말 설립한 NEW는 부침이 심한 영화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4년 연속 흑자행진을 달렸다.

김 사장은 “운이 따랐다. 저예산영화 ‘부러진 화살’과 ‘피에타’ 등이 뜻밖에 국내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다른 상업영화와 외화 배급작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영화들이 골고루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석궁테러 실화를 토대로 만든 ‘부러진 화살’(346만명)은 사법부의 부조리를 고발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60만명)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최고상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김 사장도 베니스에서 전 세계 매스컴의 중심이 됐다.

하정우와 공효진이 독특한 로맨스를 그린 ‘러브픽션’(173만명), 임수정이 아내의 존재를 재미있게 풀어낸 ‘내 아내의 모든 것’(461만명), 얼음 도둑을 소재로 한 이색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3만명) 등은 흥행 홈런을 날렸다. 백만장자와 가난뱅이의 우정을 그린 ‘언터처블’(172만명), 뱀파이어와 인간의 러브스토리 시리즈 ‘브레이킹 던2’(265만명) 등 외화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김 사장은 “여름과 겨울 성수기 시장에서 CJ 롯데 쇼박스 등 대기업 계열사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때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반창꼬’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이룬 비결에 대해 그는 ‘소통의 리더십’에서 해답을 찾는다. 직원들이 90% 이상 공감하고 확신이 있을 때만 투자배급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는 투자팀뿐만 아니라 배급 및 마케팅팀 직원들도 시나리오를 읽고 자신의 느낌을 내놓는다. 한 직원이 ‘강추’한 시나리오는 전 직원에게 읽힌다. ‘러브픽션’도 비투자부문 여직원이 강력히 추천한 뒤 투자한 영화다.

“저는 영화 투자와 마케팅 등을 직원들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다만 함께 협의하고 공감하는 각 부문의 일 처리 과정에 참여해 주의 깊게 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결정합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비전과 꿈을 공유하기 쉽고 의사 결정 과정도 빠릅니다. 제가 이 업계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인 출신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과 밸런스를 맞추는 데 더 신경쓰니까요.”

김 사장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매년 23명 전 직원을 단체여행하도록 한다. 독도와 울릉도뿐 아니라 홍콩과 일본, 유럽까지 다녀왔다. 여행 길에서 직원들은 추억을 공

하고 더욱 가까워진다. 팀 간에도 원만한 타협과 협업을 이끌어낸다. 직원들의 충성심이 커 이직률이 다른 영화기업보다 낮다.

김 사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영자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에모리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삼성물산을 다니다 오리온그룹으로 옮겨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극장 메가박스 사장으로 10여년간 일했다. 2007년 오리온이 메가박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뒤 오리온의 다른 계열사로 가지 않았다. 작지만 자신의 회사를 일궈내고 싶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우려섞인 시선으로 저를 봤지요. 대기업 품을 벗어나 그들과 경쟁하면서 기업을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솔직히 저도 걱정됐어요. 배급사업은 돈과 인프라가 필요하고 제약조건도 많으니까요. 4~5명으로 시작한 초기 멤버들이 좋았어요. 서로 도우면서 가치를 공감하고 협력해 키워나갔으니까요.”

김 사장은 지난해 한국 영화 시장이 호황이었던 것도 실적에 기여했다고 본다. 영화계가 부침을 겪으면서 더 치열해진 덕분이라고 했다. 제작과 배급, 극장 등이 저마다 검증을 강화하면서 영화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영화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인구가 적으니까 성장에 한계는 있겠지만 영화를 즐겨보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 사장은 올해 음악과 뮤지컬 등으로 사업을 본격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영입한 MC더맥스, 민, 바이브 등의 앨범을 내고 공연도 가질 계획이다. 연말께는 김광석의 노래를 뮤지컬로 올린다. 연출은 장진 감독이 맡는다.

“장기적으로는 증권시장 상장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사업은 자본이 많이 들어갑니다. 다만 저는 대기업이 하고 있는 시스템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아니라 구글처럼 자유롭고 크리에이티브가 우선시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영화 라인업이 괜찮다고 소개했다. 류승룡과 오달수 등이 웃음과 감동을 주는 ‘7번방의 선물’을 시작으로 이정재·최민식·황정민이 주연한 범죄드라마 ‘신세계’, 설경구·정우성·한효주가 주연한 ‘감시’, 엄정화와 김상경이 출연하는 휴먼스릴러 ‘몽타주’, 김기덕이 제작하고 양동근과 서영희가 출연한 ‘배우는 배우다’, 손현주가 등장하는 스릴러 ‘숨바꼭질’, 1980년대 인권변호사 이야기를 담은 ‘변호인’ 등이다.

전 직원이 투자에 찬성했고 캐스팅도 단시간 내 이뤄졌을 정도로 시나리오 완성도가 높았다고 한다.


직원들과 단체여행…추억·비전 공유하니 사업도 술~술

영화투자배급사 NEW의 전 직원은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빈과 체코 프라하 등을 함께 놀러갔다. 여름철에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흥행에 성공한 기념으로 ‘단체여행 보너스’를 받은 것이다. 행선지는 직원들의 투표로 정했다. 5박7일간 직원들이 빈과 프라하에서 서로 찍어준 사진만 수천 장이 넘었다. 소문난 음식은 다 먹어볼 요량으로 하루 네 끼를 먹었다고. “전 직원이 단체여행을 정기적으로 떠나는 것은 아마 우리회사뿐일 것”이라고 직원들은 자랑한다.

NEW는 매년 전 직원이 단체여행을 다녀온다. 그동안 홍콩과 울릉도, 일본과 유럽 등을 다녀왔다. 웬만한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일도 잘된다”고 믿는다.

홍콩 여행길에서는 세 직원이 입사 2주 만에 동행하는 행운을 누렸다. 단체여행에 빠뜨려서는 안될 자원이기 때문이다. 울릉도 여행길에서는 전날 마신 술로 인해 뱃멀미로 함께 고생했던 추억을 공유한다. 좋은 날씨 덕분에 독도까지 가서 말로만 듣던 독도수비대를 봤을 때 직원들은 특별한 감회에 젖었다. 김 사장은 “단체여행 문화는 직원 간, 혹은 팀 간 경계를 뛰어넘어 소통을 원활하게 촉진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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