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띠퐁 나 라농 주한 태국대사 "마의·대풍수 보며 한국어·역사 공부합니다"

입력 2013-01-18 17:46   수정 2013-01-19 02:14

조선 건국 이듬해인 1393년…태국에서 처음 외교사절 파견…양국 교류역사 620주년
음악·드라마 등 한류 인기 대단…"가수 싸이 만나 말춤 춰봤죠"
파타야 채 썰어 만든 쏨땀…다이어트 효과로 인기 많아




“태국과 한국이 처음 외교관계를 맺은 게 언제인지 아시나요. 조선 건국 이듬해인 1393년 태국에서 조선으로 외교사절을 처음 파견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올해는 한·태국 수교 55주년이 아니라 620주년인 셈이죠.”

서울 이태원동의 태국음식점 ‘왕타이’에서 18일 만난 끼띠퐁 나 라농(Kittiphong na Ranong) 주한 태국 대사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술술 풀어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9개월밖에 안 됐지만 한국에 대한 지식은 상당했다. 그가 교과서로 삼고 있는 것은 한국 드라마.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마의’를 보고 수·목요일엔 ‘대풍수’를 본다고 했다.

“한국어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정규방송을 꼭 챙겨 봅니다. 그리고 다음날 영어 자막이 들어간 동영상을 한 번 더 보죠. 드라마에 나왔던 한국어 단어를 공부하고, 드라마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맞는지 찾아 봅니다. 그러다 조선 초기 태국의 외교대사가 세 번이나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나 라농 대사는 자신을 ‘나 라넝’ 대신 ‘끼띠퐁’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태국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성보다는 이름을 불러 친근감을 표현한다고 했다.

그 사이 매콤한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이 나왔다. 파파야를 채 썰어 채소와 액젓, 태국 고추와 버무려 만든 샐러드다. 작지만 매운 태국 고추 때문인지 매콤한 맛이 강했다. 나 라농 대사는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라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도 그는 한국 역사를 인용했다. “한국에는 선덕여왕 같은 여왕이 이미 있었고, 경제인 중에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태국에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도 여성이고 외교부의 여성 비율은 60%를 넘는다. 주한 태국 대사관에 파견나온 10명의 외교관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다.

○외교 전문가 한국을 만나다

나 라농 대사는 외교부에서 30년 동안 일한 전문 외교관이다. 1983년 외교부에 들어온 후 유엔(UN) 주재 태국 상임공관, 외교부 아세안 관계 담당 부국장, 국제기구 담당 국장, 동아시아 담당 국장 등을 맡았다. 2006년 처음으로 베트남 대사를 지낸 후 미국 대사를 거쳐 지난해 4월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왔다.

외교관이 되기 전에는 ‘방콕포스트’라는 영자신문 기자로 일했다. 그는 기자와 외교관의 업무가 공통점이 많다며 기자 생활이 외교관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대선이 끝난 후 기자들이 기사를 쓰듯이 외교관도 대선 상황과 결과를 분석해 리포트를 써야 합니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얘기도 듣고 공부도 해야 하죠. 조금 다른 점도 있습니다. 대선 결과를 예로 들면 기자들은 주로 그 상황을 분석하지만 외교관은 앞으로 한국과 태국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중점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좀 다르죠.”

요즘 그가 관심을 두는 주제는 왜 한국 사람들이 태국에 관심이 없는지다. “한국에는 태국식당이 열 곳 밖에 없습니다. 태국 쌀, 과일 등의 수입량도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그것을 해결할 수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과일은 망고스틴, 코코넛, 망고, 바나나, 투리안, 파인애플 등 6가지. 나 라농 대사는 태국의 열대과일들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이라며 ‘텃만꿍’을 집어들었다. 텃만꿍은 새우를 곱게 갈아 밀가루, 빵가루를 씌워 튀긴 새우 크로켓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태국음식을 소개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때 가장 인기가 좋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달콤한 자두 소스에 찍어 먹으니 바삭하니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기업인들과 친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친해서 자주 봅니다. 이미경 회장 덕분에 지난해 8월에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가수 싸이를 만나 말춤 흉내도 내봤죠.”

그는 식사 중간 나온 태국식 아이스티를 소개하면서 한국과 태국 사이의 교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음료는 ‘차옌’이라는 정통차를 우려내 시럽과 우유를 더한 것으로 일반 홍차로 만든 아이스티와 달리 오렌지 빛이 돈다. 그는 태국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차라며 우유를 잘 섞어 마시라고 권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전통차 향이 강한 음료였다.

“태국은 이미 1000년 전부터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새로운 문화를 수용해서 배우고 만들어 가는 데 익숙합니다. 싸이가 인기를 얻은 것은 최근 일이고 그 전부터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는 문화상품 외의 한국 제품과 기업이 태국에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태국에 진출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입니다. 이미 일본,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진출했습니다. 한국에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일본과의 경쟁 때문에 진출을 꺼렸습니다. 태국에서는 유럽, 미국차가 인기를 끌다 요즘 일본차를 많이 타는데 그 이유가 디자인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는 한국차가 일본차보다 더 예쁘고 성능도 좋아서 진출한다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인도차의 경우는 성능과 디자인이 별로인데도 태국에 진출해 선전하고 있거든요.”

그는 “핸들 위치가 다르지만 GM(제너럴모터스)처럼 태국 이외 지역 수출 물량까지 함께 생산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의 맹주

태국의 성장잠재력을 설명할 때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했다. “태국의 인구는 6400만명이고, 특히 실업률이 0.6%로 낮아서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 장점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0%로 추정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죠. 내수가 탄탄해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세계은행은 태국을 비즈니스하기 좋은 나라 5위로 발표했고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 CTAD)는 태국을 투자할 만한 나라 11위로 꼽았습니다.”

"태국은 구매력 높은 시장 … 자동차 업체 진출 유망"

태국에서 일어난 정치적 시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를 물었더니 그는 우려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서 가끔 시위가 벌어지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물관리와 홍수 방지를 위해 115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KTC글로벌 등 2개 한국 회사를 비롯해 태국, 중국, 일본의 7개 회사가 입찰에 참가했다. 이달 말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태국 정부는 치수 사업과 함께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나는 도로 프로젝트와 철도 등에 720억달러를 투자한다. 한국의 코레일 등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관리 시스템과 도로, 고속철도 등 인프라 투자에 한국과 태국의 협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잉락 총리는 정상회담 후 2017년까지 양국 간 교역액을 30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친환경 기술과 자동차 및 부품산업, 산업장비, 가전, 농업, 대체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투자도 기대합니다.”

돼지고기, 브로콜리, 청경채, 양파 등 채소와 면을 굴소스로 볶은 ‘팟씨유’가 나왔다. 나 라농 대사는 이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태국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 태국 총리가 이를 알고 특별히 점심 메뉴로 정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달콤한 팟씨유를 권하며 태국을 통해 동남아로 진출하라는 조언을 이어갔다. “태국 시장 진출은 메콩강 지역의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태국 서쪽은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도 진출이 쉽고, 북쪽으로는 라오스랑 붙어 있어 중국으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과 연결돼 남중국해까지 나갈 수 있고 남쪽으로는 말레이시아를 통해 싱가포르 시장도 노려볼 만합니다.”

한국 투자자와 태국 기업이 합작해 미얀마 등의 주변 국가에 투자하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얀마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중 태국 투자자가 2위일 정도로 동남아 지역에서 태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는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이뤄지면 태국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 동남아 국가에 진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로 부임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태국을 관광지 등으로만 생각하고 경제 파트너로서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태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중요한 나라로 부상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대사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태국대사의 추천 맛집 왕타이 - 톰양꿍·사테 루엄 등 현지 맛 그대로

서울 이태원동 영화빌딩 3층에 있는 ‘왕타이’는 ‘태국의 궁전’이라는 뜻의 태국음식점이다. 이태원 속 작은 태국으로 불릴 만큼 태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인 요리사 4명이 태국에서 직수입한 향신료로 소스를 직접 만드는 것이 음식 맛의 비결. 태국의 대표적 요리이자 세계 3대 수프의 하나로 꼽히는 ‘톰양꿍’(1만6000원)이 유명하다. 닭고기 육수에 태국 고추와 향신료가 풍부하게 들어간 시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매콤한 태국 고추와 가지, 코코넛 밀크가 곁들여진 닭고기 그린 카레인 ‘깽기완 가이’(1만5000원)도 유명하다.

사테 루엄(모둠 꼬치와 땅콩소스), 톰양꿍(태국식 새우매운탕), 느아 팥 킹(소고기 버섯볶음), 깽 기완 가이(닭고기 그린 카레), 무 토드 끄라티움 프릭 타이(돼지고기볶음), 팥 팍 루엄(채소볶음), 카오 플라오(공기밥), 녹 남 까티(코코넛 밀크와 과일이 든 후식) 등으로 구성된 코스가 3만7000원. 쁠라 팥 쁘리어 완(생선요리) 등을 추가한 코스는 5만원이다. (02)749-2746~7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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