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그로스·버핏, 월가 대결…'주식 숭배' 종료 논쟁

입력 2013-01-20 16:54   수정 2013-01-21 00:20

최근 위험 자산 선호 뚜렷…월가 '숙취 현상' 나타날지 주목

한상춘 <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굳이 수식어가 필요 없는 채권과 주식 투자의 대가들이다. 작년 8월 두 사람 간에 벌어졌던 ‘주식 숭배(cult of equity)’ 종료 논쟁이 최근 또다시 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당시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거듭 밝히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벅셔 해서웨이의 주식 보유 비중을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폭 늘렸다.

그 후 잊혀져가던 이 논쟁이 최근 다시 월가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버핏의 ‘판정승’ 정도는 내릴 수 있을 만큼 채권과 주식시장 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0bp(1bp=0.01%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그만큼 채권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지수는 700포인트 정도 올랐다.

투자자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과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이다. 지난 5개월간 시장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투자자들의 성향이 전자에서 후자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연초 들어 주식형펀드에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채권시장에서 증시로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음은 각종 공포지수를 보면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 증시 참여자들이 주식 투자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VIX와 V스톡스(stoxx)지수는 200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CVIX지수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각국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각종 공포지수가 낮아지는 데는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 연초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혔던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2월 말이 시한인 연방 부채한도 확대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공화당이 반대해 미국 경제가 ‘더블 딥(double dip·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지면 4년 뒤 대통령 선거에서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 위기도 이제는 최악의 순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바로미터인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부도 여부의 임계선이었던 연 7%를 넘나들다가 연 5% 내외로 안정됐다. 재정위기 진앙지인 ‘PIIGS’ 국가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는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 다른 위기발생국(bad apples)들에 희망을 주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도 작년 4분기 성장률이 7.9%로 당초 예상 수준을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다른 국가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차기 위기 발생 국가로 거론됐던 일본의 디플레이션 문제도 아베 신조 신임 총리의 극단적인 엔저(低) 정책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일단 분위기는 개선되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위험 요인들이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재정절벽 협상 타결과 재정적자, 연방 부채한도 확대협상 타결과 국가 채무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서도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재정적자와 국가 채무가 더 늘어 국가신용등급이 추가 강등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위기도 불씨가 남아 있다. 실물경기 침체는 독일 등 경제 핵심국(good apples)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안정세를 찾고 있는 위기 발생국들의 금융시장이 더 큰 화(禍)를 불러올 수 있다.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따로 놀면 어느 순간에 상황이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외연적(생산요소의 양적 투입) 성장’에서 ‘내연적(생산요소의 효율성 증대) 성장’으로 성장경로를 이동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성장통(growth pains)’을 해결하지 못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기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는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다. 아베식 ‘엔저 모험’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른다.

환율전쟁도 점입가경이다.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은 그동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중심이 돼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제는 이 정책을 추진한 당사국들의 ‘내 탓, 네 탓’ 공방으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중심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 세계 경제 앞날은 불보듯 뻔하다.

그런 만큼 주식 숭배 종료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버핏이 완벽하게 ‘KO승’을 거두기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다. 최근 줄어들고 있는 위험 요인들의 ‘숙취(hangover) 현상’이 나타나면 그로스가 역전승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유망자산 예측 대결이 앞으로도 지루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춘 <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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