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2차 환율전쟁 주범은 日"…'유로화 절하'로 반격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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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3 17:00   수정 2013-01-24 02:41

독일 "2차 환율전쟁 주범은 日"…'유로화 절하'로 반격 나서나

메르켈 측근 "G20서 日 환율정책 수정 논의"
엔低로 車 등 제조업 경쟁력 낮아지자 발끈



“일본이 새로운 글로벌 환율전쟁의 첫 번째 총성을 울렸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일본중앙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물가상승률 2% 목표·2014년부터 매월 13조엔 국채 등 무기한 매입)를 이같이 전했다. 엔화 가치 약세를 유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환율정책에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가들이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어서다.

무제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가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9년 미국의 양적완화로 촉발된 ‘1차 환율전쟁’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의 반발을 낳았다면 이번 환율전쟁은 선진국들 사이로 번지는 모습이다.

○독일 “G20 공조로 엔화 하락 막아야”

독일 집권 기민당(CDU) 내 재무통이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측근 중 한 명인 미카엘 마이스터 의원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7일 일본에서 주요 20개국(G20) 관계자들을 만날 때 일본이 환율 정책을 수정하도록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G20 공조’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앞서 올해 G20 의장국인 러시아의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중앙은행 부총재도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고 세계는 환율전쟁의 문턱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달 18일부터 이틀간 파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동에서 엔화 약세가 주된 의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독일은 최근 들어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일본의 환율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일본이 통화정책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며칠 뒤 옌스 바이트만 독일중앙은행 총재는 “일본이 환율을 정치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도 거들기 시작했다. 마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22일 아베 총리의 환율정책을 겨냥해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로존도 통화 가치 절하 나설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이 엔화 가치 하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최근 상승하고 있는 유로화 가치 때문이다. 작년 7월 유로당 1.20달러였던 유로화 가치는 23일 현재 1.33달러로 10.83% 올랐다. 지난해 9월 달러당 77.49엔이던 엔화 가치가 3개월여 동안 88.40엔으로 급락한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일본 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반면 자동차 등 수출을 많이 하는 유럽 국가들은 불이익을 보게 됐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놓고 일본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독일이 EU 회원국 중에서도 유독 관련 발언을 강하게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 시장의 13.4%(작년 1~9월 누적판매량 기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23.1%를 점유하고 있다.

통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감소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에 부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줄리안 칼로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유로화가 수출업종의 부흥을 막아 남유럽 재정위기 해결에도 부정적인 역할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이탈리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유로당 1.19달러, 그리스를 위해서는 1.07달러까지 유로화가 떨어져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을 가능한 한 제한하려 했던 독일도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고 있다. 분데스방크 관계자는 “ECB는 단순히 회원국의 재정위기 해소를 돕는 것이 아니라 유로존 전체의 경쟁력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달 ECB 정례회의와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로화 가치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도쿄=안재석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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