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군고구마 수출

입력 2013-01-23 17:12   수정 2013-01-24 07:12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성인 남자가 1년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열량은 100만㎉쯤 된다. 농사를 지어 이만큼의 식량을 생산하려면 얼마만한 땅이 있어야 할까. 밀이 0.13㏊, 쌀이 0.07㏊ 필요한 반면 고구마는 0.04㏊면 충분하단다. 단순 생산 효율만 따지자면 고구마만한 식량이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어지간한 곳에서는 토질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고구마가 구황(救荒)작물로 쓰였던 이유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들어온 건 조선 후기다. 1763년 가을 통신사로 일본에 파견된 조엄(1719~1777)이 쓰시마섬 북단 사스나 포구에서 고구마를 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조정에서 심한 가뭄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먹여살릴 묘책 찾기에 혈안이 돼 있던 때였다. 조엄은 급히 비선(飛船)을 띄워 고구마 종자와 재배법, 보관법에 관한 자료를 부산진 첨사 이응혁에게 보냈다. 이듬해 봄 이응혁은 쓰시마섬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영도 언덕에 파종했고 점차 전국으로 퍼졌다고 한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멕시코에서 남아메리카 북부에 이르는 지역이다. 약 2000년 전부터 원주민들이 키우다가 콜럼버스에 의해 에스파냐에 전해졌고 차츰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퍼져갔다. 지금은 세계 117개국에서 연 1억700만t이 생산된다.(2010년 유엔식량농업기구) 중국 생산량이 8117만t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쓰임새는 많다. 과자나 식가공품 녹말, 소주 주정원료가 되는 건 물론 의약품 화장품 아이스크림 피자 국수 등에도 넣는다. 한때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더니 최근엔 고구마 두유까지 개발됐다. 뭐니 뭐니 해도 으뜸 가는 쓰임새는 겨울철 군고구마일 게다. 맛도 좋지만 따뜻한 군고구마에는 푸근함이 깃들어 있다. “앗 뜨거워!” 양손에 이리저리 옮겨가며 거무튀튀한 껍질을 벗기노라면 군침이 저절로 돈다.

우리 군고구마가 유럽으로 수출된다는 소식이다. 특유의 단맛을 내는 해남 군고구마가 주인공이다. 이달 20t이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이미 실려갔고 올해 총 150t이 수출된다고 한다. 특수 오븐에 구워내 일반 군고구마보다 당도를 50%쯤 높인 다음 진공포장 냉동상태로 배에 실어 보낸단다. 농산물 수출의 새 영역 개척이다.

어떤 문인은 ‘지하철이 좀 더 혼잡해지더라도 겨울 밤 귀가할 때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군고구마라도 한 봉지 사서 외투 깃에 떨어지는 눈을 털면서 불빛이 보이는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군고구마에 듬뿍 담긴 우리네 정감까지 함께 실어보내면 수출이 더 잘되지 않을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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