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하면 '저스트 두 잇'…핵심가치를 브랜드에 담아라

입력 2013-01-24 15:30  

[한경 BIZ School] 최고경영자 과정 지상중계 (15) 가치를 창조하는 브랜드 차별화 전략

'사람이 미래다' 슬로건…두산 이미지 각인 시켜
제품 재구매로 이어지게…고객에 '특별한 경험' 줘야
핵심가치 구현위해 CEO가 일관성 유지를




“애플, 현대카드, 몰스킨, 기아자동차. 네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몰스킨은 다소 생소하실 수 있는데, 다이어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디자인으로 성공한 회사입니다.”

“맞습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네 회사 모두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델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은 ‘스티브가 할 수 있는 건 회사 문을 닫고 주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KAIST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IM) 가을학기 열다섯 번째 시간. 윤여선 KAIST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는 ‘역전 신화’를 쓴 기업들을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재기한 기업들

“현대카드는 외환위기와 신용카드대란을 겪으면서 망하기 반보 전까지 갔죠. 2003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위인 정태영 대표에게 현대카드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7년 만인 2009년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습니다. 몰스킨은 한때 가죽 다이어리의 대명사로까지 불렸지만,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의 발전에 따라 쇠락했습니다. 다이어리 산업이 망해가는 과정에서 몰스킨은 다시 발전하고 있습니다.”

봉고, 프라이드 등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기아자동차는 부도가 나면서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모기업인 현대차에 의존해 연명하던 회사가 2008년부터 소울, K시리즈 등을 통해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에선 ‘기아차가 주적(主敵)이다’는 농담까지 나온다고 한다.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라

“이들의 핵심 성장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마케팅, 특히 브랜드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성공 요소를 진단해 보고자 합니다.”

2000년대 초반 마케팅 분야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고객관계관리마케팅(CRM·customer relationship marketing)이었다. 이제 CRM 시대는 가고 고객경험마케팅(CEM·customer experience marketing)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 윤 교수의 분석이다.

“고객에게 기능적인 만족만 주는 것은 이제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돼야 합니다. 이런 소비자의 경험은 특히 브랜드와 관련이 높습니다. ‘만족하는가’와 ‘또 구매할 것인가’는 다른 개념입니다.”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지금 배우자에게 만족하느냐’는 설문을 하면 ‘만족한다’는 답변이 상당수 나온다. 하지만 만족한다고 대답한 사람들에게 ‘다시 결혼한다면 지금 배우자와 하겠는가’를 물으면 상당수는 ‘다른 상대를 찾아보겠다’고 한다. 이것이 소비자를 ‘만족’에 그치게 해선 안 되는 이유라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브랜드는 따라할 수 없다

윤 교수는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요소로 ‘4C’를 제시했다. △핵심 가치(core value) △일관성(consistency) △최고경영자(CEO)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 등이다.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핵심 가치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CEO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기업문화는 이것들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윤 교수는 교실 스크린에 나이키와 아디다스, 리복, 필라의 로고를 띄웠다. 이어 김연아 선수가 아이스링크에서 연습하는 장면을 담은 나이키 광고 동영상을 틀었다. 동영상 마지막은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저스트 두 잇·‘일단 해보라’는 의미)’으로 마무리했다.

“비슷한 스포츠 용품 기업들임에도 여러분은 업체들마다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실 것입니다. 특히 나이키는 특정 제품보다는 ‘저스트 두 잇’이 떠오르시죠? 나이키는 제품 광고보다는 이렇게 소비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광고를 합니다.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행동에 옮겨 보라는 것입니다. 나이키는 ‘경쟁자는 제품을 베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는 따라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업의 모든 활동에 핵심 가치 담아라

이어 애플의 로고를 스크린에 띄웠다. “잡스는 세상을 뜰 때까지 줄곧 ‘제품보다 핵심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997년 복귀하자마자 내보낸 광고는 앨버트 아인슈타인,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등 역사를 바꾼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킨 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문구로 마무리합니다. 애플의 핵심 가치는 ‘남들과 다른 생각과 삶을 통해 인류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선언한 거죠. 애플은 모든 제품을 이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는 이어 브랜드 가치를 높인 국내 회사로 두산을 꼽았다. 두산은 요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기도 설문조사에서 매번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은 기업들을 고객으로 하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죠. B2B 회사들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아서 인지도가 낮고, 그에 따라 인재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보통입니다. 두산은 그럼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 이직률이 낮은 회사로 꼽히죠. 그 비결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주제로 이야기하지 않는 기업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잘 기억하지 못하죠. 두산의 ‘사람’이 유독 잘 기억되는 이유는 사람을 핵심 가치로 삼아 그룹이 하는 모든 일에 그 핵심 가치를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최근 TV에서 나오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는 박용만 회장이 직접 썼다고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중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삼성카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삼성그룹의 카드사다, 코스트코에서 쓸 수 있다 정도가 생각납니다. 반면 현대카드는 어떤가요. 모던, 스타일, 재미 등의 키워드가 떠오르죠. 현대카드의 핵심 가치인 ‘스타일리시와 혁신’을 꾸준히 구현해온 덕분입니다.”

보통 카드회사 홈페이지에 가보면 개별 카드를 죽 늘어세워놓고 고객이 일일이 클릭해보면서 선택하도록 만들어 놨다. 하지만 현대카드에 가보면 소득 수준과 생활 형태를 X축과 Y축에 놓은 카드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소비자가 보기에 편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어떤 카드를 골라야 하는지 알려주면서 동시에 현대카드의 다양한 상품을 감각있게 보여준다.

“브랜드 안에도 여러 개념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흔히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즉 인지도를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손 소독제로 유명한 데톨을 생각해 봅시다. 데톨이 보디클렌저를 출시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데톨 보디클렌저를 대하면서 소독통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이미지를 연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이름을 바꾸는 수밖에 없죠.”

◆“핵심 가치를 일관성 있게 구현하라”

애플은 1년에 5억달러가량을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그 세 배에 이르는 14억달러를 마케팅에 투입한다. 하지만 우리는 MS보다 애플을 더 많이 접하는 것처럼 느낀다. 윤 교수는 이런 차이가 핵심 가치를 얼마나 꾸준하고 일관적으로 구현하는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혁신의 아이콘이 있었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았습니다. 애플 매장 역시 혁신적으로 설계했고, 광고들도 마찬가지로 혁신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하나의 가치로 모이는 것이죠. MS는 이런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조등, 로고를 모든 차들에 일관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서울시에 버스 정류장 시설을 기부하고 있다. 버스 안내판의 글씨체가 현대카드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글씨체와 같다. 일반인들이 은연중에 현대카드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제주 올레길 표지판도 기부하고 있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을 초대하는 슈퍼매치, 유명 가수들의 공연인 슈퍼콘서트 등도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최고경영자가 일관성을 지켜야”

“그런데 핵심 가치는 생각과 달리 구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 회사는 브랜드 가치를 버리면서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최고경영자의 ‘문지기’로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애플은 잡스가 세상을 뜨고 나서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CEO의 의지가 기업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가 기아차입니다.”

기아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세계 3대 디자이너’로 불리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하는 등 디자인 혁신에 주력했다. K시리즈와 스포티지 등이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게 된 배경이다.

“기아차가 디자인을 중요한 요소로 부각시킨 것은 단순한 제품의 혁신이 아니라, 기업 문화의 혁신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상품의 외관을 바꾸는 것에서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회사 체제가 바뀌었죠. 이런 기업 문화를 시작하던 2003년께는 직원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합니다. ‘망해가는 회사가 무슨 디자인이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정 부회장이 꾸준하게 디자인을 3~4년간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 직원의 마음에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강의 = 윤여선 <KAIST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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