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헌병대서 매일 사건서류 정리…핵심파악능력 키워

입력 2013-01-24 16:44   수정 2013-01-24 21:40

나의 병영 이야기

1972년 2군단 헌병대 수사과 배치…수백건 사건상황 A4 1장으로 보고
조직관리 핵심도 구성원 의견파악



나의 군대생활은 상대적으로 운이 좋았다. 1972년 논산훈련소를 나오면서 특등사수로 상을 받았다. 2000여명의 훈련병을 대표해 단상 앞에 서 보기도 했으며, 자대는 당시 ‘뒷배경’이 있어야 배치받는다는 헌병대로 차출됐다. 돌이켜 보면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헌병대 생활도 내가 사회 생활을 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데 유익한 경험을 많이 남겼다.

당시 헌병은 ‘지나가는 기차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끗발’이 있었다. 또 내가 속한 헌병대는 부대 내부에서도 유독 군기가 세기로 유명했다. 특히 내가 근무한 2군단 헌병대 수사과는 군단 전체에서 올라오는 모든 사건 서류를 분류하고 요약해 상부에 간단 명료하게 보고하는 한편, 각 헌병 부대에 수사 방향을 하달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에 체계적인 업무 처리 능력이 꼭 필요했다.

자대 배치를 받고 제일 처음 맞닥뜨린 시련은 ‘기안’과의 사투였다. 당시 수사과에서 요구한 업무 처리기준은 지금의 웬만한 기업보다도 훨씬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다. 수시로 발생하는 군단 내의 사건사고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육하원칙에 따라 요약 정리해야만 했다. 상부 보고를 위해 정리본을 다시 A4용지의 4분의 1만한 크기의 용지에 요약해 보고했다.

헌병대를 제대할 때쯤 난 상부로부터 ‘핵심 파악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어떤 사건의 주제 파악 능력이 발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보고서 초안을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4분의 1장으로 요약하는 작업을 거의 매일 반복하다 보니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됐던 것이다. 내부공문과 외부공문을 구성하는 기본 실무 역량도 덤으로 높아졌다.

군 생활에서 체득한 업무 능력을 기반으로 제대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의 행정실무 역량은 빛을 발했다.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요약해 보고하는 행정업무 역량을 이미 갖춘 나는 초기에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얘기하지만 군대 제안서나 기업 제안서는 차이가 없다. 육하원칙에 따라 처해진 상황 또는 의견들을 명확하게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단 하나의 다름이 있다면 기업 제안서에는 군대 보고서에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예산항목이다.

기업은 구성원들 간 조화와 화합을 통해 운영된다. 나는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조직의 기업문화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내는 의견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혼다코리아 CEO로서 아직도 군 생활에서 체득한 경험에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혼다코리아에는 사장실이 없다. 크고 멋스러운 사장실에 앉아서 회사의 핵심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컨디션이 어떤지도 모르는 리더보다는, 구성원들의 옆에서 즐겁고 힘든 시간을 함께 해나가는 나 스스로를 즐기기 위함이다. 긴박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신속·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점도 중요하다. 이것이 내가 직원들과 함께 책상을 맞대고 있는 이유다.

지난 3년여간 엔화 강세 속에서 판매량은 다소 주춤했지만, 고객 체감 만족도 부문에서 혼다코리아는 6년간 1위를 지키고 있다. 혼다코리아의 모든 임직원들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비즈니스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학창 시절, 군 복무 시절, 사회 생활 모두 배움의 연속이다. 나는 헌병대 생활을 통해 비교적 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핵심을 파악할 줄 안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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